1~5월 서울 아파트 매수 비중, 30대가 40대보다 5%p 차이로 많아
청약시장도 규제지역 대폭 해제로 추첨제 비중 높아지며 30대 참여기회 많아져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30대의 주택 매수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그동안 주택시장 큰손으로는 10여년간의 사회생활 후 경제적 기반이 마련된 40대가 꼽혔지만 30대의 매수 비중이 두드러지게 높아진 것이다. 업계에서는 30대의 경우 약 3~4년 전 집값 급등기의 학습효과가 있는 데다가, 올들어 특례보금자리론 등 한시적으로 출시된 대출 상품이 30대의 내집 마련 문턱을 낮추는 효과가 있는 영향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17일 한국부동산원 매입자 연령대별 아파트매매 거래현황을 보면 올해 1~5월까지 전국 아파트 거래 16만3815건 가운데 30대가 매수한 주택은 4만359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의 26.6%를 차지한다. 그동안 전통적으로 시장의 매수를 주도해 온 40대의 거래건이 4만2428건(25.9%)인 점에 견주어보면 30대의 매수 비중이 0.7%p 가량 앞선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이 관련 집계를 시작한 이래 1~5월로만 봤을 때 30대의 매수 비중이 40대를 앞선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30대의 주택매수 진입이 늘어났다는 건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같은 시기, 서울의 기축 아파트는 총 1만3373건의 손바뀜이 있었는데 이 가운데 32.9%에 해당하는 4397건을 30대가 사들였다. 40대가 매입한 3716건(27.8%) 보다 5%p 이상 앞선다.
업계에서는 그 이유로 30대의 집값 급등기 학습효과를 꼽는다. 집값 급등기로 꼽히는 2021년에는 1년 내내 집값이 상승세를 보였고, 서울 집값은 역대 처음으로 평균 매매가 10억원을 돌파했다. 또 2021년 말 기준 서울 평균 매매가는 11억5147만원으로 2020년보다 2억5800여만원 급상승했다. 통계청 시군구 전출입지별 이동 건수에 따르면 이때는 서울에서 외곽으로 이사 인구가 40만6975명으로 폭증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직전 5년간의 평균은 25만명 안팎이었다. 집값 급등으로 서울살이를 견디지 못하고 경기권으로 나가 내집 마련을 한 것이다.
이와 같은 시기를 겪다 보니 리스크가 산적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30대가 주택 매수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 상단 금리가 5% 초반에서 6%대로 재차 상승하고,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예고 등 불안요소가 있지만 집값 급등기 때 내집마련을 못했던 30대들이 이번 기회마저 놓치면 주택매수가 쉽지 않을 것을 우려해 적극성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정부가 내놓은 한시적 대출 상품도 30대들의 아파트 매수세에 불을 붙이는 역할을 했다. 그동안 소득이 낮은 30대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때문에 대출을 활용한 매입이 어려웠으나 올 1월 출시된 특례보금자리론은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서는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낮은 고정금리로 최대 5억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미 특례보금자리론은 올해 상반기에만 약 28조2000억원이 유효 신청되며 공급 목표액의 71.2%가 소진됐을 정도다.
구축시장 뿐 아니라 청약시장에서도 30대의 적극성은 두드러진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청약 물량은 가점제가 많았기 때문에 30대의 참여 및 당첨 비율은 낮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난 4월 정부가 규제지역을 대거 풀면서 추첨제 물량도 늘어나며 30대의 시장 참여율이 높아졌다.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기타 지역에서는 전용 85㎡ 이상의 물량은 100% 추첨제로, 85㎡ 미만의 물량은 60%를 추첨제를 통해 당첨자를 가린다. 투기과열지구인 강남3구와 용산구의 경우에도 60㎡ 이하는 60%를, 60~85㎡는 30%를, 85㎡ 초과 평형은 20%로 추첨제로 뽑으며 30대의 청약 참여율을 대폭 높였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30대의 높은 주택매수 비중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집값이 바닥을 찍었다는 인식과 함께 대출 여력이 확대된 점이 30대를 자극하고 있다”며 “당분간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