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CPI 안정도 상승 이끌지 못해
영국 SC은행 "올해 5만달러 간다" 예상 나와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이번 주(10~16일) 비트코인은 가상자산 리플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소송에서 승소한 결과 잠깐 폭등했지만 하루 만에 다시 하락해 지난주와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다만 영국 대형은행 스탠다드차타드(SC)는 올해 비트코인이 5만달러 선까지 오를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16일 글로벌 가상화폐 시황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46분 비트코인은 3만293달러(약 3856만원)로 일주일 전과 비교해 0.3% 소폭 올랐다. 이번 주 비트코인은 13일까지 3만500달러 선에서 등락을 반복했다. 하지만 14일 크게 치솟더니 이날 오전 한 때 3만1716달러까지 기록했다. 그런데 상승세는 얼마가지 못하고 15일 오전 고꾸라지더니 3만200달러 내외를 기록했다. 

비트코인은 미국 물가가 진정되고 있다는 소식에도 큰 변화가 없었다. 12일(현지시각)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3.0% 올랐다. 이는 지난 2021년 3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지난해 9%를 넘겼던 CPI 상승률이 1년 만에 3% 대로 하락하며 안정세를 보인 것이다. 

비트코인과 기술주 등 위험자산은 'CPI 안정세'는 보통 호재로 반영한다. 미 증시도 CPI 발표 직후 급등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지난해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3만달러 초반으로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이에 시장에선 코로나19 팬데믹 종식 이후 가상자산과 전통 금융시장의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진단도 나왔다.

CPI 호재로도 힘을 못쓴 비트코인은 리플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소송에서 승소한 것으로 알려지자 급등했다. 13일(현지 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뉴욕지방법원은 리플은 증권성 코인에 해당한다며 SEC가 발행사 리플랩스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리플랩스가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일반 투자자들에게 리플을 판매한 것은 연방 증권법을 위반한 행위라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앞서 SEC는 2020년 12월 리플이 법이 지정한 공모 절차를 거치지 않은 불법 증권이라며 리플 발행사인 리플랩스와 브래드 갈링하우스 리플랩스 최고경영자(CEO)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런데 법원은 일반 투자자들이 거래한 리플은 증권성 코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규정한 것이다. 이번 판결로 리플랩스는 더 이상 SEC의 통제를 받지 않아도 된다. 소송 결과가 나오자 리플은 한 때 96%까지 폭등했고, 비트코인도 덩달아 크게 올랐다. 

하지만 ‘리플’ 호재는 단 하루 만에 그쳤다. 리플이 13%가까이 빠지면서 비트코인도 3만200달러 수준으로 내려온 것이다. 시장에서 리플과 SEC 간의 소송 결과가 명백한 암호화폐 업계의 승리가 아닌 규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는 평가가 확산되면서 불안 심리가 커진 결과로 풀이된다. 여기에 최근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상장 신청한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의 승인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일부 전망도 하락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글로벌 가상자산 데이터 조사 업체 얼터너티브에서 집계하는 '공포·탐욕 지수'는 소폭 내려갔다. 이날 오전 이 지수는 56점(탐욕적인)으로 일주일 전(58점, 탐욕적인)보다 2점 하락했다. 해당 지수는 0으로 갈수록 시장 심리가 극단적 공포에 가까움을 나타내며 100에 가까울수록 극단적 낙관을 의미한다.

다만 영국 대형은행 SC는 올해 5만달러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비트코인의 채굴 수익성이 늘면서 채굴자들이 공급을 점차 줄여나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상승장에 따라 비트코인 가격이 채굴 비용을 넘어서자, 채굴업자들이 가치 상승을 위해 공급량을 줄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더구나 비트코인 ETF가 최종 승인된다면 강세가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다. 

SC의 디지털 자산 연구 책임자인 제프 켄드릭은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하면서 채굴된 비트코인 1개당 채굴자의 수익성이 증가했다”며 “채굴자들이 비트코인의 순 공급을 줄여 가격을 더 높게 밀어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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