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안전에 방점 두고 발표···WHO 발암가능물질 2B군 분류, 추가 연구 시사
제약업계 “부담 덜어 다행”···종근당 감기약 대체물질 검토, 업계 일각 “결국 대체품목 찾아야”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제약업계가 그동안 발암물질 논란이 있었던 ‘아스파탐’이 안전하다는 정부 발표에 안도하고 있다. 예상대로 발암가능물질로 분류되긴 했지만 정부가 안전에 무게중심을 실어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된 상황이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환자들이 발암가능물질로 인식하는 아스파탐을 대체할 품목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WHO(세계보건기구) 산하 IARC(국제암연구소)와 WHO·유엔FAO(식량농업기구) 공동 산하기구인 JECFA(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는 14일 아스파탐 유해성 평가 결과를 담은 보도자료를 내고 발암가능물질 분류군인 ‘2B’에 아스파탐을 포함한다고 밝혔다. 또 일일 섭취 허용량을 체중 1㎏당 40㎎으로 재확인한다고 발표했다. 

IARC는 발암 위험도에 따라 1(확정적 발암 물질), 2A(발암추정물질), 2B(발암가능물질), 3(분류 불가) 등으로 분류한다. 1군에는 술과 담배, 가공육 등이 속한다. 2A군에는 적색 고기와 고온 튀김 등이, 2B군에는 김치나 피클 등 절임채소류가 포함된다. 2B군은 발암 가능성이 있지만 증거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에 주로 분류한다. IARC와 JECFA는 “제한된 근거를 토대로 아스파탐을 2B군으로 분류했다”며 “우리가 평가한 데이터는 아스파탐의 기존 일일 섭취 허용량을 변경할 충분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한다고 결론 내렸다”고 설명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이날 이번 JECFA 평가 결과와 지난 2019년 조사된 우리나라 국민의 아스파탐 섭취량을 고려했을 때 아스파탐 사용기준 유지가 타당하며 현재 섭취 수준에서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2B군은 인체발암가능물질로 실험동물이나 사람에게 암을 유발한다는 과학적 증거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라며 “2B군에는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야채절임도 포함돼 있기 때문에 2B군으로 분류된다고 해서 식품으로 섭취를 금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언급은 국민들이 아스파탐이 함유된 식품 등을 편하게 섭취해도 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제약업계 관계자는 “WHO와 식약처 발표는 뉘앙스에서 일부 차이가 있다”며 “WHO는 아스파탐이 인간에게 발암 위험을 초래하는지를 따지기 위해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힌 반면 식약처는 발암가능물질은 인체 자료가 제한적이고 동물실험 자료도 충분하지 않은 경우이며 야채절임과 전자파를 예로 들며 안전을 강조한 점이 눈길을 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번 식약처 발표 내용이 제약업계에 도움이 되는 것이지만 공교롭게 담당 부서는 식품기준기획관 첨가물기준과”라고 말했다. 의약품이 아닌 식품 담당 과가 준비한 발표라는 지적이다.  

이번 발표에 제약업계는 당장 대책을 수립해야 하는 부담을 덜고 안도하는 모습이다. 예상대로 IARC가 아스파탐을 발암가능물질로 분류했지만 식약처가 안전에 중점을 두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회사 내부적으로 대체품목을 찾아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도 있었는데 안전 결과가 나와 다행”이라며 “현안도 적지 않은데 아스파탐 함유 의약품까지 신경 쓰기에는 여러모로 부담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과거 ‘탤크’ 사태가 이번에 재현되지 않느냐는 우려가 업계에 있었는데 안전하다고 발표돼 업계는 긍정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됐다”며 “함유 품목 중 블록버스터가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식약처가 조치를 추진할 경우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예상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반면 업계 일각에서는 IARC와 JECFA가 집요하게 아스파탐 발암 가능성 여부를 조사할 수 있어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실제 두 기관이 검토한 자료에는 아스파탐이 간암과 관련있다는 취지의 논문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된다. WHO는 아스파탐 유해성과 관련된 증거 자료를 지속 살피고 아스파탐에 노출된 소비자가 어떤 영향을 받는지에 관한 추가 연구를 장려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의약품안전나라’를 통해 아스파탐을 함유한 것으로 검색된 681개 의약품 중 가장 많은 19개 품목을 보유한 종근당도 대책을 밝혔다.

종근당 관계자는 “현재 유통되는 아스파탐 함유 품목은 9개로 집계됐다”며 “이중 일반의약품이며 감기약인 ‘모드콜로시럽’을 어떤 대체물질로 교체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안전하다고 발표는 됐지만 아스파탐으로 검색하면 발암가능물질로 보도되고 있다”며 “환자들이 직접 선택하는 일반약의 경우 여파가 남을 가능성이 있어 중장기적 대비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번에는 이 정도로 마무리됐지만 향후 WHO가 재차 발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중요한 것은 의약품에 대한 환자들 인식인데 시간을 갖고 해당 품목을 보유한 제약사들이 대체품목 물색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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