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QE SUV 시작 가격 1억990만원···GLE 시작 가격 1억1090만원보다 낮아
다른 브랜드와 달리 전기차 가격과 내연기관차 가격 비슷하거나 저렴해
전문가 “전기차 점유 확대 위한 조치”···벤츠, 2030년까지 전 차종 전동화 계획
[시사저널e=유주엽 기자] 메르세데스-벤츠가 전기차 판매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내연기관차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비슷한 차체에선 전기차의 가격이 내연기관차보다 높지만, 벤츠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기존 프리미엄 이미지를 통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유지할지 관심이 쏠린다.
14일 벤츠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1일 출시된 EQE 350 4MATIC SUV 가격은 1억990만원이다. 비슷한 차체의 내연기관 모델 ▲GLE 300d 4MATIC 1억1090만원 ▲GLE 350 e 4MATIC 1억2300만원 ▲GLE 450 4MATIC 1억3080만원보다 저렴하다.
EQE SUV의 상위 모델인 EQE 500 4MATIC SUV의 가격은 1억2850만원으로, GLE 디젤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보단 비싸지만 가솔린 모델(GLE 450 4MATIC)보단 저렴하다.
일반적으로 전기차 가격은 내연기관차보다 비싸다. 배터리 가격이 고가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배터리가 많이 탑재되는 대형 전기차는 가격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 출시된 BMW i7의 판매가격은 2억1570만원으로 740i 1억7300만원보다 4000만원 이상 비싸다. 기아 EV9(7728만원) 역시 기존 기아의 플래그십 모델보다 눈에 띄게 가격이 높다.
벤츠의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저렴한 것은 비단 EQE SUV만의 특징이 아니다. 올해 초 출시된 EQS SUV의 시작 가격은 1억5270만원이다. GLS의 시작 가격 1억5430만원보다 저렴하다.
세단형 전기차 EQE, EQS의 시작 가격은 비슷한 차체의 내연기관차 시작 가격보다 비싸지만, 최상위 모델끼리 비교했을 땐 전기차가 더 저렴하다. EQE의 가격은 9210만~1억620만원, E클래스의 가격은 7050만~1억1570만원이다. EQS의 가격은 1억6390만~1억9000만원, S클래스의 가격은 1억4780만~2억4310만원이다.
벤츠의 전기차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유와 관련해선 시장점유 확대를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벤츠가 전기차 브랜드로 전환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만큼, 전기차 시장점유 확대를 위해 가격 경재력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앞서 벤츠는 2030년까지 모든 차종을 전기차로 전환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프리미엄 브랜드라고 하더라도 내연기관차에 비해 가격이 너무 높아지면 소비자 입장에선 부담된다”며 “기존의 충성고객을 잡아 시장점유를 확대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현 상황에서 생산단가나 공정의 차이만으로 가격을 낮췄다고 보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기존 내연기관 모델이 비쌌기 때문에 전기차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보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반대로 생각하면 그동안 벤츠가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이유로 비싼 값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며 “전기차 가격이 오히려 정상 반영됐다고 이해할 수 있다”고 전했다.
벤츠코리아는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가격을 동등 비교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EQE SUV와 GLE가 E로 묶여있긴 하지만 사실 완전히 다른 차다”며 “플랫폼이나 부품, 옵션 사양 등에서 차이가 있어 비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벤츠가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수입 전기차 판매량 1위를 유지할지 관심이 쏠린다. 기존 벤츠의 프리미엄 이미지와 더불어, 상대적으로 비싸지 않은 전기차 가격은 소비자 구매를 촉진할 수 있다.
올해 상반기 벤츠는 수입 전기차 부문에서 테슬라를 제치고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한국수입차협회(KAIDA)와 카이즈유 통계데이터에 따르면 1~6월 벤츠 전기차는 4039대 판매됐고, 테슬라는 3732대가 등록됐다.
다만 하반기엔 테슬라의 반등이 예상된다. 테슬라는 중국산 모델3를 국내에 출시한다. 보조금 100% 지급 기준(5700만원 미만)으로 판매되면 구매 수요가 몰릴 수 있다. 테슬라는 올해 모델S, 모델X 등 대형 전기차 판매도 강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