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 경영 상황 불확실성 예상···변화보다 안정 방점
본업 경쟁력 강화 은행 의지 반영···영업 강화 전략 인사 단행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지난주부터 신한은행을 시작으로 시중은행 하반기 정기인사 및 조직 개편이 시작됐다. 일반적으로 시중은행 하반기 인사는 내년을 미리 준비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반기 대내외 경영 상황 불확실성이 예상되는 만큼 변화보다는 안정에 방점을 찍은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어려울수록 기본으로 돌아가 본업 경쟁력을 끌어올리자는 은행들의 경영 의지가 반영되면서 영업 강화 전략을 중심으로 관련 인사들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번주 내 정기인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지난 3일 취임한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처음 단행하는 인사로 우리은행 안팎에서 관심이 쏠린다. 지난 9일 지점장급 이상 인사를 단행한 데 이어 이번주에는 관리자급 이하 직원들을 대상으로 인사를 실시한다. 큰 폭의 인적쇄신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부행장 간 이동과 본부장급이 부행장으로 승진하면서 내부적으로 인사 배치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최근 우리은행은 현장 영업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특화 점포를 늘리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기업금융, 자산관리, 글로벌투자 부문의 고객지향적 특화채널을 꾸린 것이다. 산업단지 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투·융자를 통한 자금지원, 기업컨설팅은 물론 자산관리 특화서비스 제공을 위한 프라이빗뱅커(PB) 전문인력도 배치해 원스톱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앞서 조 행장은 취임식에서 '기업금융의 명가'로서 차별화된 서비스로 시장을 선도하고 기업과 동반성장해 나가자고 주문한 바 있다. 기업금융 강화를 강조한 만큼 관련 부문의 조직 개편에 걸맞는 인적 쇄신이 전망된다.
KB국민은행도 이달 중 소폭 인사를 단행할 계획이다. 수장 교체 등의 이슈가 없어 타행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분위기를 이어나갈 것이란 관측이다. 상반기에 큰 폭의 인사가 있었던 데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의 후임 선출 작업이 진행 중인 만큼 대규모 인사는 자제하겠단 분위기다. 지난 3일 일부 단행한 지점장과 부점장급 승진 인사를 통해 현장 영업력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 4일 하반기 인사를 단행한 하나은행은 기업금융전담역(RM)과 프라이빗뱅커를 대거 발령하는 등 영업력 강화에 무게를 실었다. 통상적인 부지점장급 이하 인사만 단행돼 예년과 같이 인력구조 효율화를 위한 직원 재배치가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한은행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처음으로 정기인사를 단행했다. 정상혁 신한은행장 취임 후 처음 단행한 인사로 내부통제 강화와 영업현장 지원 등에 중점을 뒀다. 정 행장은 지난 3일 실시한 정기인사에서 본점 부서별로 10%씩 인력을 차출해 영업점으로 내보냈다. 본점 인력이 대략 3000명 가량인 점을 고려하면 200~300여명 규모가 대거 현장에 배치된 것이다. 영업 강화에 대한 정 행장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주요 시중은행들이 안정성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영업력 강화를 강조하는 인사를 단행한 이유는 하반기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역대급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상반기와 달리 하반기에는 이자수익 감소와 연체율 상승 등으로 실적이 전년 대비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수익성 위주의 내실 경영에 방점을 두고 현장 영업 강화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다. 지속적인 수익 창출을 위해 은행의 영업력 강화가 필요하단 것이다.
실적 악화가 예상되는 만큼 하반기 영업력 강화에 모든 은행이 총력을 다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은행권 인사 화두가 대부분 조직 안정 및 영업력 강화에 맞춰져 있다"며 "영업 인력을 강화해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