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약 개발 기업 27곳, '마이크로바이옴 신약기업협의회' 발족···협력 계획
[시사저널e=김지원 기자]“마이크로바이옴은 선두자가 없는 시장이다. 한국은 엄청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국내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 기업 27곳이 협의회를 발족하고 상호 협력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는 국내기업이 마이크로바이옴 분야 신약에서의 경쟁력을 위해 필요한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도 있었다.
13일 마이크로바이옴 기업 27개사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마이크로바이옴 신약기업협의회’ 발족식을 열었다. 이번 발족식은 코엑스에서 12일부터 오는 14일까지 진행되는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BIX 2023)' 행사에서 진행됐다.
한국바이오협회 산하로 발족된 협의회는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한 신약 개발 활성화를 추진해나간다는 계획이다. 마이크로바이옴 신약기업협의회 회장사는 CJ바이오사이언스다. 운영위원장사에는 고바이오랩이 이름을 올렸다. 운영위원사로는 에이치이엠파마, 이뮤노바이옴, 종근당바이오, 지놈앤컴퍼니가 참여한다.
발족식에서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마이크로바이옴은 아직 누가 (압도적)경쟁력을 갖고 있는 섹터(부문)가 아니다”라며 “차세대 산업 글로벌 리더로 한국이 경쟁력을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같이 노력해 경쟁력을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마이크로바이옴 분야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방안에 대한 발표와 패널 토론 시간도 마련됐다. 이 자리에서 허준렬 하버드 의과대학 교수는 ‘마이크로바이옴 분야의 리더가 되기 위한 제언’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허 교수는 마이크로바이옴 분야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위해 필요한 세 가지로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확보 ▲이해를 꼽았다.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 투자 압도적 규모 장기적 비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특히 “라이브러리 등을 구축해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 분야에서 압도적 1위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경쟁력을 가져갈 수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허 교수는 “한국은 환자 샘플, 박테리아 라이브러리 등 방대한 빅데이터를 수집하기에 좋은 환경”이라고 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태어나자마자 건강보험에 가입하고, 매년 건강검진을 받기 때문”이라며 “건강보험이 되는 만큼, 한 사람이 태어나서 자랄 때까지 따라가는 식의 연구 진행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의 상업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으로는 “첫째도 매커니즘, 둘째도 셋째도 매커니즘”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동물 실험에서는 효과를 보였지만, 임상 시험에서는 효과가 충분치 않았던 사례 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매커니즘이 무엇인가’에 대한 설명이 어느정도 가능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동물 실험에서 마이크로바이옴의 효과가 확인될 경우, 그 현상에만 주목하고, 매커니즘을 물었을 때 어느정도 설명할 수 있는 기업이 많지 않다”고 했다.
이어진 패널 토론 시간에서도 작용기전(MoA) 규명에 대한 중요성이 거듭 언급됐다. 약물이 어떤 과정을 거쳐 효과를 내는 것인지를 밝히는 과정이 중요한데, 마이크로바이옴의 효과가 약으로, 치료제로 상업화되기 위해서는 MoA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지요셉 에이치이엠파마 대표는 “MoA 규명, 수많은 유전자 기능 분석과 이를 통해 상업 치료제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필요하다”라며 “데이터베이스 확립을 위한 국가 차원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MoA가 중요하지만, 상업화를 위해 효과를 증명해야 하는 대상을 글로벌 빅파마로 설정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었다. 배지수 지놈앤컴퍼니 대표는 “MoA도 중요하지만 이를 완전히 밝힐 때까지 시간을 끄는 건 위험하다”며 “‘키트루다’도 등장 후에 전 세계 연구진들이 모여 연구하기 시작해 MoA가 확인된 것”이라고 예를 들었다.
배 대표는 “일단 만들어내는게 중요하다”며 “효과에 대해 증명해야 하는 대상은 학계가 아닌 글로벌 빅파마”라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이전 업계 트렌드가 마이크로바이옴이었다면, ㅚ근 키워드는 ADC”라며 수많은 모달리티아 아이디어가 몰려드는 빅파마를 설득해 마이크로바이옴에 투자하겠다는 의사결정까지 만들어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한 연구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배 대표는 “마이크로바이옴이 암과 치매 등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우리의 믿음에 대해서 빅 마파를 설득해낼 수 있는 연구(결과)가 진행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한승 고바이오랩 부사장은 유효성 확보를 강조했다. “동물 실험에서는 좋은 결과가 나왔지만, 사람에게서는 유효성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사례가 있다”며 인간의 세포, 조직을 이식한 실험쥐를 적극 활용하는 방법 등을 언급했다.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 계획에 대해 밝히기도 했다. 정부는 마이크로바이옴 신약개발을 위한 연구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인체 마이크로바이옴을 중심으로 기전 연구와 기반기술 개발, 제품화 연구를 위해 4000~5000억원가량을 지원하는 신규 지원사업을 기획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CJ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에 역량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마이크로바이옴은 아직 전 세계에 선두 기업이 없는 영역”이라며 “CJ바이오사이언스가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임에도 충분히 글로벌 경쟁력을 가져갈 수 있는 분야라고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의 합성어로서 인간, 동식물 토양 해양 등에 공존하고 있는 미생물 군집을 의미한다. 인체와 환경 등에 다양한 영향을 끼치는 것이 확인되며 인체 유전체 분석만으로 해결되지 않았던 질환·질병 등의 난제 해결을 가능하게 할 혁신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다양한 바이오 의약품이 등장할 전망이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세계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7년 말까지 연평균 54.8% 성장해 14억6530만 달러(약 1조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다양한 국내외 기업이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연구를 활발히 진행 중이다. 지난 4월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은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가 등장하기도 했다. FDA는 지난 4월 미국 세레스 테라퓨틱스의 먹는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보우스트(Vowst)'를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리 감염증(CDI)의 재발 방지를 위한 치료제로 승인했다.
다음은 마이크로바이옴 신약기업협의회 회원사 현황(7월 13일 기준). CJ바이오사이언스, 고바이오랩, 국민바이오, 노드큐어, 디엑스앤브이엑스, 리비옴, 리스큐어바이오사이언시스, 바이오미, 비엘, 비피도, 쎌바이오텍, 쓰리빅스, 알리코제약, 에이치이엠파마, 에이피테크놀로지, 엔비피헬스케어, 엠디헬스케어, 우정바이오, 이뮤노바이옴, 일동제약, 제노포커스, 제이앤파머, 종근당바이오, 지놈앤컴퍼니, 지아이바이옴, 케이바이오랩, 헬스바이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