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M&A로 업계 10위권 생보사 확보 가능
인수 후 약 1조원 자금 투입은 부담요인

서울 명동 하나금융지주 사옥 / 사진=하나금융지주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산업은행이 KDB생명을 하나금융지주에 매각한다. 하나금융은 그간 약점으로 지적받던 보험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이번 인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KDB생명을 인수해 계열사인 하나생명과 합병하면 단숨에 업계 10위권의 생명보험사를 얻게 된다.  

KDB칸서스밸류 사모투자전문사(PEF)는 지난 12일 KDB생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우협)로 하나금융지주를 선정했다고 13일 밝혔다. KDB칸서스밸류 PEF는 산업은행과 칸서스자산운용이 공동으로 설립한 사모펀드다. 이번 협상이 마무리되면 하나금융에 KDB생명 지분 92.7%를 모두 넘긴다.

하나금융은 지난 7일 마감된 KDB생명 매각 입찰에 참여했으며 적격성, 거래 성사 가능성과 KDB생명의 중장기 발전 가능성 등 측면에서 우협으로 선정됐다. 산업은행은 “KCV PEF의 업무집행사원으로서 하나금융지주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이번 거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하나금융은 KDB생명 매각 본입찰에 업계 예상을 깨고 직접 참여했다. 당초 KDB생명은 사모펀드의 손을 거칠 것이란 전망이 다수였다. 하나금융은 사모펀드가 설정한 펀드에 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인수전에 간접적으로 참여할 것이란 예상이었다. 

하나금융은 비은행 계열사 가운데 특히 보험 부문의 강화가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나생명과 하나손해보험의 작년 말 기준 자산규모는 각각 6조원, 2조원 정도로 크게 작은 수준이다. 반면 경쟁사인 KB·신한금융지주는 총자산이 최소 30조원이 넘는 대형 보험 계열사를 소유하고 있다. 두 금융그룹이 지난해 보험 계열사로부터 얻은 순익만 해도 8000억원, 4600억원에 달했다. 

하나금융이 KDB생명을 인수하면 단숨에 중형급 이상의 생보 계열사를 손에 넣게 된다. KDB생명의 작년 말 자산 규모는 17조원 정도다. KDB생명을 인수해 하나생명과 합병하면 22조원 규모의 생보사가 탄생한다. 이는 흥국생명(26조원)에 이어 업계 10위에 올라서는 규모다. 단기간에 고속 성장은 어렵다는 보험업의 특성을 고려해 인수합병(M&A)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KDB생명 인수에 따른 ‘위험요인’도 많다. 우선 KDB생명은 영업력에서 다른 보험사들에 밀린다는 평가를 받는다. KDB생명의 등록 설계사는 올해 3월 말 기준 836명으로 1000명도 안된다. 자본건전성 수준이 낮은 점도 문제다. KDB생명의 올해 3분기 말 신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은 101.6%로 금감원 권고치(150%)를 밑돈다. 

이에 인수 후 하나금융은 KDB생명의 자본건전성 개선을 위해 약 1조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야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하나금융의 자금력을 고려해볼 때 부담스러운 액수는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하나금융의 자본여력은 금융지주 가운데서도 상위권이다. 

시장에선 매각 가격에 관심이 모인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가격은 2000억원이다. KDB생명의 올해 3월 말 기준 보험계약마진(CSM)이 4727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싼 가격일 수 있다. CSM은 보험사가 미래에 보험영업을 통해 거둘 이익의 추정값이다. 미래 이익을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이기에 최근 보험사의 가치는 CSM를 기반으로 평가하는 것이 대세다. 하지만 낮은 자본건전성으로 인해 KDB생명의 새 주인이 향후 대규모 자금을 쏟아부어야 하는 것을 고려하면 다소 비싸다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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