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상장 앞두고 공모청약에 66만명 몰리며 증거금 15.8조원 납입
첫 공모가 400% 달성 여부에 시선···물적분할 IPO 성공 선례 가능성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2차전지 장비 전문기업 필에너지 상장을 앞두고 상장첫날 가격변동폭 확대 조치 이후 처음으로 ‘따따블’을 기록할지 여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필에너지는 기관 대상 수요예측과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청약에서 매우 높은 경쟁률을 보이면서 흥행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2차전지라는 흥행업종 기업이고 상장 후 유통물량도 비교적 적어 주가 상승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분석이다.
특히 필에너지가 지난해 9월 한국거래소의 물적분할 기업 관련 규제 강화 이후 최초로 심사를 통과한 기업이라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필에너지는 지난 2020년 모회사인 필옵틱스로부터 물적분할했는데 이번 상장을 위해 기존 필옵틱스 주주들에게 주식 현물배당 등 다양한 주주환원 정책을 제시한 상태다.
◇ 필에너지, 첫 ‘따따블’ 기대 높은 이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필에너지는 14일 코스닥에 상장하며 상장 첫날 주가는 공모가 3만4000원의 60~400%인 2만400~13만6000원 사이에서 결정된다.
필에너지는 지난 2020년 필옵틱스에서 물적분할해 설립됐으며 2차전지를 구성하는 양극·음극을 레이저 등으로 절단하는 레이저 노칭(Laser Notching) 공정 설비와 겹겹이 쌓는 스태킹(Stacking) 공정 설비 등을 주력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필에너지의 공모금액은 956억원으로 올해 코스닥 상장 기업 가운데 최대고 상장 후 시가총액은 공모가 기준 3198억원이다.
필에너지는 공모금액이 크지만 흥행에 대한 기대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필에너지는 앞서 수요예측과 공모청약에서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6월 29~30일 이틀 동안 진행한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서는 1811.55 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공모가를 희망공모가범위(2만6300∼3만원) 상단을 초과한 3만4000원으로 확정했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국내외 총 1955개사 가운데 99.7%가 공모가를 희망범위 상단 이상으로 제출했다.
이달 5~6일 공모청약에서는 청약증거금으로 무려 15조7578억원이 몰리며 통합경쟁률 1318대1을 기록했다. 이는 올해 IPO기업 가운데 최대 청약증거금이다.
대표상장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을 통해서는 무려 50만명이 청약신청을 했고 인수회사로 참여한 삼성증권을 통해서도 15만8000명이 청약에 참여했다. 총 66만명이 청약신청을 한 것이다.
상장 후 유통물량도 많지 않다. 상장 예정주식 수는 940만4412주 가운데 상장 직후 유통가능물량은 27.81%에 해당하는 261만5625주다.
매출과 영업이익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1897억원과 영업이익 168억원을 기록했고 올해 1분기에도 매출 730억원과 7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러한 요건 속에 첫 따따블에 성공한 IPO기업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26일부터 신규 상장 종목의 첫날 가격범위를 기존 공모가의 63~260%에서 60~400%로 대폭확대했는데 공모가의 400%까지 주가가 급등한 기업은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다.
◇ 물적분할 후 IPO 모범사례 기록할까
필에너지 상장은 한국거래소가 지난해 9월 물적분할 회사 상장에 대한 심사를 강화한 이후 첫 상장 사례라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을 물적분할한 이후 상장하면서 주주가치 훼손 논란이 사회문제로 불거지자 금융당국은 지난해 9월 물적분할 후 재상장 시 기존주주 보호를 위한 방안을 내놓아야 상장을 허용하기로 했다.
필에너지는 지난해 10월말 한국거래소에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는데 기존 필옵틱스 주주들의 반발이 적지 않았다. 이에 3차례에 걸쳐 주주간담회를 진행했고 모회사인 필옵틱스 주주에 대한 보상방안을 확정하고 6개월이 지난 올해 5월에서야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받을 수 있었다.
필옵틱스 주주환원 안에 따르면 기존 주주들에게 현금배당과 현물(주식)배당을 포함해 총 160억원~220억원 규모 상당의 주주환원 정책 시행한다.
필에너지는 공모 주식수의 20%에 해당하는 주식을 기존 필옵틱스 주주들에게 배당한다. 공모 주식수가 281만1200주임을 감안할 때 현물배당 주식수는 56만2500주에 해당한다. 또한 필에너지 상장시 구주매출한 금액의 20%를 자사주매입 및 소각에 사용하기로 했다.
필옵틱스는 지난해 별도 당기순이익의 15%, 필에너지 구주매출 금액의 10%를 주주들에게 올해 3월 배당했고 내년 3월에는 올해 별도 당기순이익의 15%, 필에너지 결산배당의 회사 귀속분 가운데 50%를 현금 배당한다.
필옵틱스가 이러한 주주환원 계획을 밝힌 상태라 필에너지 상장을 앞두고 필옵틱스 주가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6월 중순까지 만원을 밑돌던 필옵틱스 주가는 불과 한 달 만에 2만원을 돌파한 상태다.
필에너지 상장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다른 물적분할 후 상장하는 기업들에게도 좋은 선례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후성에서 물적분할한 후성글로벌 등이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