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원 전원, 기준금리 3.75% 가능성 열어둬야”
“환율, 한미 금리 차에만 의존하지 않아”
“새마을금고 사태, 업권 아닌 개별기관 문제···충분히 관리 가능”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시장의 연내 금리 인하 기대에 대해 재차 선을 그었다. 지난 5월과 마찬가지로 이번 금리 동결 역시 금융통화위원 전원의 만장일치로 결정됐으나 현재 시점에서 금리 인하를 논의하는 위원은 없다고 밝히면서다.
이 총재는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이번에 금통위원들이 만장일치로 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면서도 “아직 금통위원 중에 금리 인하를 논의하신 분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 2월과 4월, 5월에 걸쳐 기준금리를 세 차례 연속 동결한 데 이어 이번까지 4회 연속 금리 동결이다. 기준금리 동결이 네 차례 연속으로 이뤄진 것은 2021년 8월 금리 인상 행진이 시작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경제 전망이 계속 바뀌기 때문에 시기를 못 박아 얘기할 수 없다”며 “물가 목표인 2%로 물가가 충분히 수렴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 때 인하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 6명 모두가 기준금리를 3.75%로 가져갈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고 말했다”며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3%대로 낮아졌지만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과연 금리를 몇 번 더 올릴지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외환시장이 지금 많이 안정된 상태지만 이것이 또 어떻게 변화할지도 지켜봐야 할 문제”라며 “결국 9월 정도까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근원물가가 아직 높은 수준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지난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7%로 전월(3.3%) 대비 크게 낮아졌지만 근원물가는 누적된 비용인상 압력, 양호한 서비스 수요 지속 등으로 올해 중 연간 상승률이 지난 전망치(3.3%)를 소폭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는 “물가상승률이 예상대로 둔화되고 있지만 근원물가는 목표 수준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며 “가계부채가 어떻게 움직일지 등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금리를 올려둘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한미 금리 격차가 환율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환율이 이자율 격차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우리나라 반도체 경기가 나아지면서 외국에서 채권 유입이 들어오고 외화 수급 사정도 개선되다 보니 금리 차가 커졌음에도 환율의 방향이 바뀌고 있다”며 “금리 차도 봐야 하지만 ‘금리 차가 벌어지면 환율이 절하된다’ 이런 공식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새마을금고 예금 인출 사태와 관련해서는 “과거 부동산 레버리지가 굉장히 높기 때문에 아무 일도 없이 조정될 확률은 적다”면서도 “특정 섹터보다는 개별 기관의 문제이기 때문에 조정하고 연착륙하는 과정에서 순서 있게 대처한다면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새마을금고 사태 등 일부 부문에서 유동성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시스템 리스크로 번지지 않도록 유동성을 공급할 필요가 있다”며 “새마을금고중앙회의 담보를 바탕으로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동성을 지원하는 것이 한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