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켐비 FDA 승인, 이르면 내년 국내 도입
아리바이오·젬백스엔카엘·지엔티파마 임상 주목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레켐비’가 미국에서 정식 승인을 받았다. 국내 기업들도 치매 치료제 개발에 나선 가운데 레켐비와 견줄 수 있는 신약이 나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6일(현지시간) 일본 에자이와 미국 바이오젠이 공동 개발한 치매 신약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를 정식 승인했다. 국내에서도 에자이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 레켐비의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이르면 내년 하반기 혹은 2025년 초 승인될 것으로 관측된다.

레켐비는 알츠하이머에 의한 경도 인지장애(MCI)를 치료하는 ‘항아밀로이드 베타(Aβ)’ 항체다. 치매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뇌 단백질 베타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원리다. 레켐비는 알츠하이머 치매 초기 환자와 경도인지장애(MCI) 환자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받았다. 다만 중증 환자에겐 쓰일 수 없고 1년 치 약 값이 약 2만6000달러(약 3300만원)에 달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레켐비는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치매의 원인이 된다는 것을 증명한 신약”이라며 “국내에 레켐비가 들어오면 1년 약값 기준 약 3000만원 정도로 미국보단 좀 더 저렴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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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치매 치료제 주요 개발 현황./ 표=정승아 디자이너

국내 바이오기업들은 중증 치매 환자, 알약 형태로 복용할 수 있는 치매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레켐비는 경증 환자를 위한 약물인 만큼, 중증 환자에게도 쓰일 수 있는 약물을 개발하겠다는 전략이다. 또 레켐비보다 투여 편의성을 높여 시장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국내에서 치매 치료제 개발로 가장 선두를 달리는 기업은 아리바이오다. 아리바이오는 먹는 알츠하이머 치료제 ‘AR1001’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식약처에 임상 3상 계획서를 신청했다. 미국에서는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아 지난해 12월부터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엔티파마는 이달 식약처에 알츠하이머 치료제 후보물질 ‘크리스데살라진’의 임상 2상 시험계획서(IND)를 제출했다. 2상은 국내와 유럽 국가 한 곳을 더 포함해 국내외 임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크리스데살라진 국내외 임상은 중증도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젬백스앤카엘은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제로 개발 중인 ‘GV1001’을 미국과 유럽 7개국에서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3상은 삼성제약이 맡아 진행할 예정이다.

국내 치매 치료 전문가들 사이에선 레켐비의 높은 가격, 투여 방식의 한계, 부작용 등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치매 치료제가 개발되면 충분히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양동원 대한치매학회 이사장은 “레켐비는 2주에 한 번씩 정맥 주사로 투여하는 방식이라 환자가 병원을 방문해야만 한다는 불편함이 있다”며 “피하주사 방식으로 자가 주가가 가능하게 개발된다면 환자들의 접근성이 훨씬 높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다만 피하주사는 정맥 주사에 비해 투여되는 약물 양이 적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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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치매 치료제 시장 규모./ 표=정승아 디자이너

치매는 다른 질환보다 신약 개발 성공률이 더 낮은 분야로 알려진다.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치매 환자들은 개인 컨디션에 따라 약물 효과가 다르게 나타난다. 임상 규모를 최소 수 천명 단위로 크게 해야만 결과적 정확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다른 분야에 비해 임상 비용과 시간이 더 오래 걸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또 피험자 모집단 수가 커지는 임상 3상은 2상 데이터 결과와 다르게 나올 가능성이 높다.

업계는 치매 치료제 시장은 약의 희소성이 부각될 수밖에 없는 시장이라고 평가한다. 현재 알츠하이머형 치매 약물 치료제는 도네페질 등 4종뿐이다. 모두 근본적인 치매 치료제가 아닌, 증상 완화 기능만 있다. 또 뇌 손상이 심한 중증 환자들을 위한 치료제는 아직까지 개발되지 않은 상황이다. 치매 원인인 단백질 침전물인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방식은 중증 치매엔 치료 효과를 내기 어렵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 뷰 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치매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1년 15억달러(약 2조원)에서 지난해 42억달러(약 5조4000억원)로 커졌다. 연평균 16.2% 성장해 오는 2030년엔 156억달러(약 20조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성혜 인하대학교 신경과 교수는 “레켐비 만큼 치매 진행을 늦추되 가격적으로 좀 더 저렴해야 시장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기존 치매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는 도네페질과 갈란타민 등은 레켐비 만큼 병의 진행을 늦추진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내에서는 치매 치료제를 피하주사나 경구용 제제로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 중인데 효과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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