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통위, 기준금리 3.5% 유지···4회 연속 동결
“물가상승률 2.7%로 낮아져···둔화 흐름 예상 부합”
“물가상승률 상당기간 목표 수준 상회 전망”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최근 물가상승률이 2%대로 떨어지면서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치에 근접하고 있는 가운데 경기 침체 우려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금리 동결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물가 상승 관련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만큼 한은은 긴축 기조를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한은 금통위는 13일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을 통해 “국내경제는 성장세가 점차 개선되는 가운데 물가상승률이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은 만큼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 기조를 상당기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와 성장의 하방위험, 그간의 금리 인상 파급효과,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금통위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에서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 2·4·5월에 걸쳐 기준금리를 세 차례 연속 동결한 데 이어 이번까지 4회 연속 금리 동결이다. 기준금리 동결이 네 차례 연속으로 이뤄진 것은 금리 인상기에 접어든 지난 2021년 8월 이후 처음이다.
한은의 이번 금리 동결 결정은 물가 상승 압력이 다소 줄어든 것과 함께 수출 부진 및 새마을금고 인출 사태 등으로 불안한 경기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7%로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치인 2%에 근접하는 등 둔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아울러 수출과 내수 회복이 지연됨에 따라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4%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2월 전망(1.6%)보다 0.2%포인트 낮은 수치다. 기획재정부도 이달 초 내놓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6%에서 1.4%로 0.2%포인트 낮췄다.
최근 국제금융 시장에서는 주요 선진국이 통화긴축 기조를 강화하면서 국채금리가 상승했고 강세를 보이던 미 달러화는 미국 물가상승률 둔화 등으로 약세를 나타냈다.
금통위는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둔화 속도,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및 파급효과, 중국경제의 회복 상황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경제에 대해서는 수출 감소세가 둔화되면서 성장 부진이 다소 완화됐다고 진단했다.
금통위는 “앞으로 국내경제는 소비가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IT 경기 부진 완화 등으로 수출이 개선되면서 성장세가 점차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성장률은 지난 5월 전망치(1.4%)에 부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소비자물가는 6월 중 상승률이 2.7%로 전월(3.3%)에서 크게 낮아지면서 당초 예상에 부합하는 둔화 흐름을 지속했다. 이는 국제유가의 기저효과로 석유류 가격 하락폭이 확대되고 개인서비스 가격의 오름세가 둔화된 데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도 6월 중 3.5%로 전월(3.9%)보다 상당폭 낮아졌으며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전월과 같은 3.5%를 나타냈다.
금통위는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월까지는 둔화 흐름을 이어가겠지만 8월 이후에는 다시 높아져 연말까지 3% 내외에서 등락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중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5월 전망치(3.5%)에 대체로 부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근원물가는 하반기에도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지만 누적된 비용인상 압력, 양호한 서비스 수요 지속 등으로 올해 중 연간 상승률이 지난 전망치(3.3%)를 소폭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