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의 4년간 2.5% 임금 인상안 고수에 노조 뿔나···이달 말 파업 가능성도
코로나 후 첫 여름 휴가철 대목 시즌 파업 실현 시 3분기 실적 타격
강석훈 산은 회장 “합병 무산 시 플랜 B 없다” 발언에 임직원 불안감 커져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아시아나항공이 최근 조종사 노동조합 파업과 대한항공 합병 지연 등으로 위기를 맞이한 가운데 산업은행 책임론이 나온다. 노조 파업과 대한항공 합병 문제가 산은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만큼 책임 소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게 업계 중론이다.
13일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에 따르면 오는 14일부터 노조는 이착륙시 연료 소모를 높여 회사에 타격을 주는 방식으로 투쟁을 이어갈 방침이다.
이는 최근 노사간 임금 협상이 결렬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앞서 노사는 지난해 10월부터 2019~2022년 임금 협상을 진행 중이나, 아직까지 서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노조 측은 2019~2021년 동안 동결됐던 임금을 고려해 지난해 기준 10%대 인상안을 요구했으나 사측은 2.5% 인상안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노조는 지난 5월 쟁의권을 확보하고 지난 달 준법 투쟁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후 교섭에서도 사측 입장에 변동이 없자, 이번 연료소모 확대 투쟁에 이어 이달 말에는 투쟁 강도를 높여 파업까지 돌입할 계획이다.
임금 협상의 경우 통상 노사 갈등이 대부분인데, 이번 아시아나항공 협상은 사실상 산은과 노조와의 대립 구도다.
노조 측은 “산은이 아시아나 주채권단인 상황에서 회사 뒤에 숨어 2.5% 인상 외에는 다른 어떤 협상안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라며 “회사도 산은 눈치를 살피느라 전혀 협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 기간 동안 임직원들의 고통 분담으로 회사가 지난해 역대급 영업이익을 냈는데, 4년간 2.5% 인상안은 말이 안 된다”며 “우리는 10% 인상안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협상할 생각이 있는데, 상대편은 아예 협상 여지 조차 내비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아시아나 영업이익은 별도기준 7335억원을 달성해 전년대비 60.8% 증가했다. 올해도 엔데믹 이후 해외여행이 급증하면서 수익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노조가 이달 말 파업하게 될 경우 아시아나가 입게될 피해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맞이하는 여름 휴가철 해외 여행이라 7~8월 여행객이 폭증할 전망이다. 올해 해외여행객은 1월 463만여명에서 6월 553만명으로 매월 꾸준히 늘어났으며, 7월과 8월엔 증가폭이 더 커질 전망이다. 이미 일본과 동남아 등 인기 노선은 예약률이 9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 파업으로 인해 해당 기간 운항이 중단·지연될 경우 3분기 회사 영업이익도 줄어들 전망이다.
관련해 회사 측은 “노조와 대화창구를 유지하며 승객 피해 최소화 및 원만한 임금 협상 타결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과의 합병 과정에 대한 산은 대응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강석훈 산은 회장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 무산 시 ‘플랜B’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강 회장 발언은 합병에 대한 자신감 혹은 합병 불발에 대한 우려를 불식 시키기 위한 의도일 일 수 있으나, 아시아나 임직원들은 미래 계획이 없다는 점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과의 합병이 한 차례 무산된 상황에서 대한항공과의 합병까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새 주인을 찾기 힘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최악의 경우 파산까지 이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파산이 아니더라도 대한항공과의 합병이 불발된다면 산은 체제 하에 구조조정 후 재매각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일자리 걱정도 크다.
업계 관계자는 “산은이 대한항공에게 먼저 아시아나 인수를 제안했는데, 정작 이후 산은은 뒷짐만 지고 강 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다”라며 “합병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산은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