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 앱으로 이동하지 않아도 거래 가능해져
‘국민 메신저’ 통해 점유율 확대 성공할지 주목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테크핀(기술+금융) 증권사 카카오페이증권이 이른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에서 주식 투자 서비스를 시작한 가운데 경쟁사인 토스증권을 상대로 자존심 회복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주식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시장에서 토스증권에 뒤처져 있는 상황으로, 상징성이 높은 이번 서비스의 성공 여부가 향후 경쟁력 확대에 있어 매우 중요할 전망이다.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페이증권은 전날부터 카카오톡 앱(APP) 내에서 주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로써 카카오페이증권 사용자라면 카카오페이 앱으로 이동하지 않아도 카카오톡 앱 안에서 간편하게 국내외 주식을 주문할 수 있게 됐다.
카카오페이증권의 이번 서비스는 투자자에게 친숙한 플랫폼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카카오톡의 지난달 월간 실사용자 수(MAU)는 4415만8675명으로 플랫폼 앱 중 1위다. 카카오톡은 모바일인덱스가 관련 집계를 시작한 2020년 5월부터 선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접근성이 높은 플랫폼인 것이다.
카카오페이증권이 출범한 2020년 당시 업계에서는 카카오톡 플랫폼 활용 가능성에 높은 점수를 줬었다. 카카오톡을 앞세워 카카오페이증권이 브로커리지 시장 판도를 바꿀 ‘메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많았다. 카카오페이증권도 출범 당시 ‘투자·자산관리의 대중화’를 비전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 기대와 달리 카카오페이증권은 더딘 성장세를 보였다. 무엇보다 테크핀 증권사 후발 주자인 토스증권에서 밀리는 모습이었다. 이는 브로커리지 부문에서 두드러졌는데 토스증권의 지난해 수탁 수수료는 450억원이었던 반면 카카오페이증권의 지난해 수탁 수수료 수익은 28억원에 불과했다. 해외 주식 브로커리지의 경우 토스증권의 점유율이 업계 상위권에 위치할 정도로 앞서고 있는 상태다.
이는 출범과 함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출시한 토스증권과는 달리 지난해 4월 뒤늦게 주식 거래 시스템을 선보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해의 경우 증시 부진에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 투자 열풍이 식어갔던 시점이었다는 점도 성과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출범 당시 카카오톡을 앞세워 주식 거래 서비스를 했다면 결과가 달랐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서 카카오톡을 내세운 이번 서비스의 성공이 카카오페이증권 입장에선 매우 중요해진 셈이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측은 “일상에서 새롭고 즐거운 투자를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카카오톡 안에서 다양한 주식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기능을 추가하는 등 서비스를 단계별로 고도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카카오톡을 앞세운 카카오페이증권의 공격적인 행보가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이미 카카오페이증권은 지난 5월 미국 브로커리지 기업인 시버트(Siebert Financial Corporation) 지분 인수, 미국 주식 온라인 거래 수수료율 업계 최저 수준 인하, 종합계좌 예탁금 연 5% 이자 지급 이벤트 등을 내세우며 시장 공략 의지를 적극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존 증권사들이 테크핀 증권사의 시장 진입을 두려워했던 이유는 높은 IT 기술력과 거대 플랫폼을 보유했다는 강점이 있기 때문이었다. 특히 카카오톡은 이용자 수뿐만 아니라 거주 시간이 길다는 점에서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평가됐다”며 “뒤늦은 감이 있지만 판을 바꾸기 위해선 투자 편의성을 카카오톡의 일상성에 얼마만큼 녹아들게 하느냐가 중요할 전망”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