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유상증자에 증권사 MTS 오류 속출···유상증자 종목 투자자들 ‘곤혹’
키움·하나證 ISA 이용자는 신주인수권 일반계좌 입고 불가에 ‘발동동’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최근 기업들이 유상증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가운데 일부 증권사들의 유상증자와 관련한 전산상 개발 오류 및 실수로 고객들이 재산상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기업이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면 기존 주주들은 유상증자에 참여할 수 있는 신주인수권을 받게 되고 정해진 기간 내에서 장중 매매할 수 있다. 받은 신주인수권을 매각하지 않거나 장내 매매를 통해 신주인수권을 사들여 보유한다면 유상증자에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신영증권 MTS에서는 신주인수권 거래가 불가능해 투자자들은 신주인수권을 매매할 수 없다. 키움증권과 하나증권은 중개형 ISA 고객들이 받은 신주인수권을 타 계좌로 옮기지 못하는 전산상 문제로 유상증자에 참여하려면 원치 않는 손실 확정 매매를 강제로 해야 한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존재하지 않는 유상증자 실권주 일반공모 청약을 접수 받다 황급히 취소하기도 했다.
◇ 신영증권 MTS는 신주인수권 거래 불가
12일 신영증권에 따르면 회사 MTS인 ‘그린’을 통해서는 신주인수권 매매가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 주주들은 유상증자에 따라 지난달 20일을 기준으로 1주당 0.4주의 신주인수권 ‘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5R’을 배정받았다. 타 증권사 고객들은 MTS를 통해 신주인수권 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5R을 장중 매매할 수 있지만 신영증권 고객들은 받은 신주인수권 매매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맥쿼리인프라 주주들 역시 전날 유상증자에 따른 신주인수권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 8R’을 받았고 이달 18일부터 24일까지 장중 매매가 가능하다. 하지만 역시 신영증권 고객들은 MTS에서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 8R’를 팔거나 살 수 없다.
통상 유상증자는 주가보다 할인된 가격에 발행하기에 유상증자 발표시 주가는 하락하게 되고 기존 주주들은 주가 하락에 따른 평가손실을 겪는다.
기존 주주들 가운데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는 주주들은 신주인수권 매매를 통해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을 일부 보상받을 수 있다. 신영증권 고객들은 MTS에서 신주인수권 거래가 불가능하기에 주가 하락에 대한 손실을 보상받지 못하는 셈이다.
신영증권 관계자는 "고객들에게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며 “현재 MTS에서 신주인수권을 매매할 수 있도록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점방문 혹은 전화, HTS 설치를 통해 거래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 키움·하나증권 ISA 이용자들은 강제손절 리스크
증권사를 통해 중개형 ISA 계좌를 개설한 고객들도 투자한 종목들의 유상증자 결정으로 여러 문제를 겪고 있다.
중개형 ISA에서 발생한 이자와 배당소득은 200만원(서민형 400만원)까지 비과세이고 한도를 초과해서 얻은 수익도 다른 소득과 분리해 9.9% 세율로 과세한다. 이 때문에 중개형 ISA를 통해 고배당주나 리츠, 맥쿼리인프라 등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
중개형 ISA의 연간 납입한도는 2000만원이다. 한도를 넘는 입금은 불가능하고 출금을 하더라도 다시 입금 한도가 복구되지 않는다.
연간 한도를 채워 입금한 투자자들이 유상증자에 참여하려면 추가 현금이 필요하다. 하지만 추가로 입금이 되지 않기 때문에 고민이 많다. 중개형 ISA계좌 내 잔여 현금이 없거나 부족하다면 기존 주식을 매도해 현금을 확보해야 한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이런 투자자들을 배려해 중개형 ISA계좌가 아닌 일반계좌를 통해 신주인수권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하거나 일반계좌로 신주인수권을 옮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키움증권과 하나증권은 이러한 서비스를 미처 개발하지 못했다. 결국 유상증자에 참여하려면 기존 보유주식을 매도해 현금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통상 유상증자 발표 이후 주가는 단기 하락하게 된다. 키움증권과 하나증권 중개형 ISA 고객들은 평가손실을 보고 있더라도 주식을 매도해 현금을 확보해야지만 유상증자에 참여할 수 있는 상황이다.
◇ 한국투자증권은 유상증자 청약 오류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0일 해상용 위성통신 안테나 개발 업체 인텔리안테크놀로지스(인텔리안테크)의 유상증자 실권주에 대한 일반공모 청약을 접수했다 당일 취소해야 했다.
인텔리안테크는 주주배정 방식으로 154만6000주를 발행해 901억원을 조달하는 유상증자를 추진했다. 5~6일 구주주를 대상으로 청약을 접수하고 실권주 발생시 10~11일 일반공모 방식으로 청약을 접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구주주 대상 청약접수 결과 발행예정주식 수 154만6000주보다 19만3028주가 많은 168만743주가 접수되면서 청약률이 108.72%로 집계됐다. 초과 청약배정에 따라 발생한 단수주 3460주는 대표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이 전량 인수하기로 결정했고 일반공모는 실시하지 않는다고 7일 공시했다.
하지만 지난 10일 오전 한국투자증권 MTS에 인텔리안테크 공모청약 접수 메뉴가 뜨는 일이 벌어졌다. 논란이 불거지자 한국투자증권은 정오경 황급히 신청메뉴를 없앴으나 이미 백여명의 이용자들이 인텔리안테크 유상증자 청약에 신청한 상태였다. 존재하지도 않는 유상증자 청약이 발생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