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이어 2분기 호실적 기록 전망
하반기부터 순이자마진 하락·당국 상생금융 압박·연체율 상승 선반영 가능성
4대 금융지주 모두 중간배당 실시 감안하면 주가 부진 현실화
"분기마다 최대 실적 달성도 거의 끝물···종합적으로 주가에 선반영 예상"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국내 4대 금융지주사들이 1분기 이어 2분기 호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주가는 맥을 못추고 있다. 하반기부터 낮아지는 순이자마진(NIM),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압박, 높아지는 연체율 요인 등이 선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4대 금융지주 모두 중간배당을 실시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주가 부진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1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금융·신한지주·하나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의 합산 2분기 당기순이익 증권사 전망치 평균(컨센서스)은 4조3697억원으로 집계됐다. 1분기 당기순이익(4조8991억원)을 더한 상반기 4대 금융지주의 순이익은 9조2688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상반기(8조9662억원)보다 3026억원(3.37%) 많은 역대 최대치다.
KB금융지주가 1조3286억원으로 1위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어 신한금융지주가 1조2416억원,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는 각각 9649억원, 8346억원의 순이익이 예상된다.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는 전년 동기 비교 시 소폭 이익이 늘고 신한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는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 성장 주요 요인으로는 기업대출 증가세가 꼽힌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지난달 기준 732조3129억원으로 1월 말(707조6043억원)보다 24조7086억원 증가했다. 6개월 연속 증가세다. 가계대출도 감소세를 이어가다 지난 5월 이후 2개월째 늘고 있는 추세다.
이처럼 대내외적으로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됐음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역주행 중이다. 4대 금융지주를 중심으로 일제히 역대급 호실적을 예고하고 있지만 주가는 약세라는 설명이다. 11일 KB금융 주가는 6개월 전 고점(1월 16일, 6만원) 대비 26.98% 하락한 4만7250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은 32.12% 떨어져 이날 3만315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나금융(-36.8%)와 우리금융(-15.75%)도 6개월 전에 비해 두 자리수 이상 하락했다.
4대 금융지주와 IBK기업은행, 카카오뱅크, 지방 금융지주를 포함하고 있는 KRX 은행 지수 역시 지난 1월 16일 735.57을 기록했다가 11일 기준 586.75로 25.36% 하락했다.
금융주는 금리 인상기에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힌다. 금리가 오르면 은행의 예대마진차(예금·대출 금리 차이)가 확대되고 이는 은행들의 이익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부터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다섯 차례 연달아 인상했고 향후 추가 인상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실적 전망과 반비례하는 주가 흐름의 원인으로 하반기부터 은행권의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꼽고 있다. 우선 그 동안 금융지주의 높은 실적을 견인해 온 이자 이익 상승세가 둔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의 대표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이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가계와 기업을 포함한 국내 은행의 예대금리차는 지난 5월 신규 취급액 기준 1.56%포인트로 3개월 연속 줄고 있다. 특히 최대 연 6%의 이자를 지급하는 청년도약계좌 출시로 은행들은 역마진 상황을 우려하고 있어 실적에 대한 부담감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압박도 관건이다. 정부는 이번달 말부터 은행별 예금금리차 공시 범위를 신규취급액 기준에서 잔액 기준까지 확대했다. 잔액 기준 예대금리차는 은행의 수익성을 드러내는 지표로 은행 간 금리경쟁을 더욱 촉발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연말에는 대환대출 플랫폼을 기존 신용대출에서 주택담보대출로도 확대하는 등 다른 상생금융 정책들이 줄을 이을 예정이다.
연체율 확대도 복병 중 하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은 0.33% 수준이다. 아직 위험 단계로 보기 어렵지만 2020년 6월 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는 등 증가세가 가파르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반기에는 코로나19 금융지원 종료, 역전세 등 연체율을 끌어올릴 악재도 산적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그 동안 이자 이익에 기대 막대한 순이익을 쌓아온 금융권의 '호(好)시절'이 끝나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4대 금융지주들이 올해부터 중간배당을 실시하는 등 호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부각되는 상황"이라며 "주가 부진은 현실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이 분기마다 사상 최대 이익을 달성했던 실적도 끝물에 다다른 것 같다"며 "이러한 상황들이 종합적으로 주가에 선반영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