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투자 ETF 출시 후 40% 넘는 성과
삼성그룹 투자 ETF는 시장 상승률에 못 미쳐
“주도주 바뀔 수 있어”···종목 수 확대 여부도 주목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지난해 말 처음으로 등장한 단일·소수종목 ETF(상장지수펀드)에서 성과가 갈리고 있어 주목된다. 4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한 상품이 있는 반면 시장 성과를 한참 밑도는 종목도 나왔다. 거래대금과 거래량 역시 종목별로 큰 차이를 보이면서 당시 자산운용사들의 종목 선택이 나비효과로 나타나는 모습이다. 

11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전날 기준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엔비디아채권혼합블룸버그’ ETF는 지난해 11월 29일 상장 이후 40.0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649개 ETF 중 15번째로 높은 수익률이다. 레버리지 상품을 제외하면 상위 7위에 해당하는 성과다.

특히 같은 날 대거 상장한 단일·소수종목 투자 ETF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단일·소수종목 ETF는 특정 종목의 투자 비중을 높인 상품으로, 규제 완화를 통해 지난해 말 처음 등장하게 됐다. 이 ETF의 경우 미국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에 30%가량 집중 투자하고 나머지 70%는 국채 및 통화안정증권 등 한국 채권에 투자한다.

단일·소수종목 ETF는 퇴직연금 계좌 운용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수요 확대에 대한 자산운용사들의 기대가 컸던 상품이었다. 단일·소수종목 ETF는 대다수 주식 비중이 40% 이하로 출시됐는데, 주식 비중이 40% 이하인 ETF는 안전자산으로 분류된다. 이에 안전자산 비중을 30%까지 채워야 하는 퇴직연금 계좌를 보다 공격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자료=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 / 표=김은실 디자이너.
자료=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 / 표=김은실 디자이너.

다음으로 수익률이 높았던 종목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테슬라채권혼합Fn’이었다. 이 ETF는 테슬라 1종목 비중이 30%에 가깝게 설정된 상품으로 설정 이후 15.14%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기간 코스피 상승률이 4.7%라는 점을 감안하면 두드러진 성과다. 이밖에 미국 대표 주식에 투자하는 신한자산운용의 ‘SOL 미국TOP5채권혼합40 Solactive’도 13%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시기 출시한 단일·소수종목 ETF 중에서 가장 저조한 성과를 낸 종목은 KB자산운용의 ‘KBSTAR 삼성그룹Top3채권혼합블룸버그’였다. 이 ETF는 삼성전자,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SDI를 40% 비중 내에서 투자하고, 60%는 국공채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이 ETF의 지난해 11월 말 상장된 이후 수익률은 0.2%에 불과했다. 

거래량과 거래대금 역시 큰 차이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테슬라를 앞세운 TIGER 테슬라채권혼합Fn ETF가 3562만1490주의 거래량과 3531억원의 거래대금을 기록해 가장 활발하게 거래되는 모습이었다. 반면 미국 애플에 투자하는 한화자산운용의 ‘ARIRANG Apple채권혼합Fn’은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각각 176만329주, 183억원으로 가장 거래가 저조했다.

결과적으로 자산운용사가 어떤 종목을 선택했는지가 해당 ETF의 운명을 가른 셈이다. 엔비디아의 경우 AI(인공지능) 수요 확대 최대 수혜주로 꼽히며 해당 기간 주가가 168% 급등했다. 테슬라 역시 전기차 시대 확대와 함께 48.4% 상승했다. ETF 내 주식 비중이 40%를 넘지 않다 보니 온전히 상승률을 반영하지 못한 점은 있지만, 상대적인 성과에 있어선 종목 선택이 주효했던 것이다.

다만 향후 시장 주도주가 바뀔 수 있다는 측면에서 희비는 다시 갈릴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시장 주도주는 바뀌기 마련이고 장기적인 호흡으로 투자하는 상품이라는 점에서 성과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며 “연금 계좌 운용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도가 높은 상품이고, 연금 시장 성장에 발맞춰 종목 수 확대 역시 기대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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