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헬스케어,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솔루션 '캐즐' 오는 8월 중 출시
알고케어와 기술탈취 분쟁, 기업 이미지 실추···소비자 민심 회복될까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롯데헬스케어가 내달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플랫폼 ‘캐즐(CAZZLE)’ 출시를 앞두고 있다. 롯데헬스케어는 올 상반기 알고케어와 기술탈취 분쟁으로 첫 사업 시작도 전에 큰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롯데헬스케어가 캐즐을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키고, 실추된 기업 이미지를 쇄신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헬스케어는 캐즐이라는 이커머스 플랫폼을 중심으로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다. 오는 8월 중순 정식 런칭이 예상된다. 롯데지주는 지난해 5월 그룹 차원의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700억원을 출자해 헬스케어 전문 법인인 롯데헬스케어를 설립했다.
롯데헬스케어에 따르면 캐즐은 개인의 10년치 건강검진 데이터와 5년치 처방데이터 등을 토대로 소비자들의 특성에 맞는 건강 솔루션을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수면, 식이, 운동, 영양제 섭취, 유전자 검사 등 개인 맞춤형 진단과 처방을 제공할 계획이다. 개인의 건강 정보를 기반으로 플랫폼 내에서 맞춤형 헬스케어 상품을 구매할 수도 있다. 현재 베타 버전에 대한 추가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롯데헬스케어는 캐즐 서비스를 다각화하고자 올해 초부터 스타트업과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1월 테라젠헬스와 아토머스에 투자한 데 이어 올해 5월부터는 팜에이트, 비컨 등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캐즐 플랫폼 내 상품공급과 서비스 제휴 등이 협업의 주요 골자다. 테라젠헬스의 DTC 유전자 검사, 아토머스의 심리상담 등 스타트업의 주요 서비스를 활용해 서비스를 고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롯데헬스케어는 “헬스케어 분야가 워낙 넓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전방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긴 어려운 시스템”이라며 “스타트업의 기술을 활용해 서비스를 다각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 알고케어와 기술착취 분쟁···이미지 회복 시급
앞서 롯데헬스케어는 알고케어의 아이디어를 도용했다는 의혹으로 영양제 디스펜서 사업을 철수했다.
롯데헬스케어와 알고케어의 기술 도용 공방은 올해 1월 시작됐다. 정지원 알고케어 대표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IT 전시회 ‘CES 2023’에서 롯데헬스케어가 내놓은 제품이 자사 제품 구조와 원리, 디자인 등 다양한 부문에서 유사하다고 주장하면서다. 정 대표는 롯데헬스케어가 2021년 협업을 위해 만난 회의 자리에서 자사 영양제 디스펜서에 대한 사업 전략 정보를 획득·도용했다고 지적했다.
알고케어는 지난 2월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에 기술분쟁조정을 신청하고, 특허청엔 롯데지주와 롯데헬스케어를 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알고케어와 롯데 간의 본격적인 형사고소 절차가 시작되면서 양사 간 기술 도용 갈등은 더욱 격화됐다.
결국 롯데헬스케어는 알약 디스펜서 사업은 득보다 실이 많을 것으로 판단, 지난 6월 해당 사업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건강관리 플랫폼 사업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양사 간 기술착취 논쟁의 파장은 정치권까지 이어졌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지난달 ‘스타트업 기술 탈취 피해근절 민당정 협의회’를 열고 벤처·스타트업 기술 탈취에 따른 징벌적 손해배상액 상한을 현행 3배에서 5배까지 강화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번 분쟁으로 롯데헬스케어는 알고케어의 기술·아이디어를 빼앗았다는 꼬리표가 붙었다. 영양제 디스펜서 사업을 접고 캐즐 출시에 모든 역량을 쏟아붓고 있는 만큼, 돌아선 민심을 회복하려면 캐즐의 가치를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다.
◇ 제한적인 수익구조···수요층 확대는 과제
롯데헬스케어는 캐즐이 소비자의 전반적인 건강을 관리해준다는 점에서 특정 질병 케어에 전문화된 플랫폼과 차별점이 있다고 설명한다. 또 앱 내에서 소비자의 건강 정보를 기반으로 맞춤형 헬스케어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롯데헬스케어 관계자는 “시중에 나와 있는 건강관리 앱들은 특정 질병에 대한 전문적인 관리와 캐쉬 지급 방식의 체력 관리 등 세분화된 영역의 서비스 제공한다”며 “캐즐은 더 넓은 범위에서 개인의 건강을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캐즐의 수익원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롯데헬스케어는 캐즐에 입점해 있는 브랜드 상품 판매와 DTC 유전자 검사로 수익을 창출할 전망이다. 캐즐의 주 소비층은 ‘건강관리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으로 다소 모호할 가능성이 있다. B2C(기업과 고객 사이 거래) 수익만으로는 사업성 확보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다.
한 헬스케어 분야 전문가는 “특정 질병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은 건강관리 욕구가 높은 반면 일반인들은 웰니스 관련 지출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B2C 사업만으로는 수요층을 넓히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헬스케어는 “캐즐 사용자가 늘어나면 수익구조를 다각화할 계획”이라며 “롯데그룹 내 사업군들과 시너지 내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