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한화생명 방문···보험사 중 최초 상생금융 지원 방안 제시 전망
당국, 상생금융 방안 마련 압박 관측···보험업권 2분기 실적 악화 예상
시장금리 인상 따른 채권 평가 손실로 전 분기 대비 최대 50% 순익 감소 전망
보험 상품 개발 복잡한데다 특정 상품 한정 보험료 조정 쉽지 않아···실효성 있는 대안 마련 고심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오는 13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한화생명 방문을 놓고 보험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이 원장 방문에 맞춰 한화생명이 보험사 중 최초로 상생금융 지원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보험업권 전체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시장금리 상승으로 투자 부문 이익이 급감하면서 전 분기 대비 최대 50% 넘는 순익 감소가 예상되는 만큼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보험업계 입장에서는 방안 마련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보험의 경우 상품 개발이 복잡한 데다 특정 상품의 보험료 조정도 쉽지 않아 실효성 있는 대안 자체가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이복현 금감원장은 오는 13일 여의도 63빌딩에 위치한 한화생명 본사를 방문할 예정이다. 보험업권에서 이복현 금감원장이 현장을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이 원장이 은행, 카드사 등 금융사를 방문할 때마다 대규모 상생금융 지원 방안이 잇따라 발표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화생명 역시 상생 지원안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한화생명은 한화손해보험과 함께 지난달 보험업권 중 '상생·협력 금융신상품' 우수사례로 선정된 바 있다. 한화생명은 '상생친구 어린이보험'을, 한화손해보험은 '출산 육아시 보험료 납입유예 등 특약'이 호평을 받았다.
이 원장 방문에 맞춰 금융권 상생 지원 방안이 은행과 카드사에 이어 보험사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방안 마련 압박이 강해질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보험사들은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보험상품의 경우 장기 상품을 취급하고 상품 개발 기간도 타 업계와 비교하면 장기간 소요되는데 이러한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상생 상품을 개발하거나 단기간 내에 대출금리 조정을 결정하기에는 무리라는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보험상품 만기가 긴 보험사들은 장기물 자산 중심으로 거래를 한다. 대부분 장기 상품이고 대출 금리 산정 시 단기간 금리보다는 장기간 금리 추이를 반영하기 때문에 금리 변동 반영이 은행 등 타업권보다 후행적이라는 특징이 있다.
최근 NH농협생명, 동양생명이 계약대출 최고금리를 각각 6.5%, 5.95%로 내리긴 했지만 보험계약대출 규모가 큰 대형사들 입장에서는 이를 상생방안으로 선택하기 쉽지 않다. NH농협생명의 지난해 말 기준 보험계약대출잔액은 3조7114억원으로 삼성생명(16조580억원)과는 4배 이상, 한화생명(7조4612억원) 및 교보생명(6조5251억원)과는 2배가량 차이를 보였다. 금리연동형 상품은 제외하는 식으로 금리를 인하해도 일부 대출 고객에게만 혜택이 돌아간다는 점이 문제가 될 수 있어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보험료 할인과 상품 개발도 쉬운 옵션은 아니다.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보험료를 결정하는 비율인 요율도 상품마다 제 각각이라 할인률 수준을 정하기도 어렵다.
무엇보다 주요 상장 보험사의 2분기 합산 이익이 전 분기 대비 평균 30% 안팎의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나타나면서 방안 마련에 고심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증권가 컨센서스에 따르면 개별사별 전 분기 대비 감익 폭은 삼성생명 43~45%, 한화생명 43~59% 등으로 분석되고 있다. 삼성화재는 10% 안팎, DB손해보험은 3~9%, 현대해상은 17% 수준의 감익이 예상되고 있다. 2분기 들어 시장금리가 상승했는데 채권 평가손실이 발생한 영향이 클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난 3월과 4월 각각 기준 금리를 동결했던 캐나다중앙은행(BOC)과 호주중앙은행(RBA)은 지난달 금리 인상을 재개하며 인플레이션 고착화를 막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비슷한 시기 영국 잉글랜드은행(BOE) 역시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 같은 주요국의 기준금리 재인상 소식에 한국과 미국 중앙은행의 최종 금리 상향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실제로 2분기 들어 한국과 미국 금리는 예상보다 큰 폭으로 상승했다. 미국채 10년물은 4월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기록하며 3% 후반까지 치솟았고 같은 기간 국고채 10년물 역시 3.5%를 돌파했다.
지난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는 대다수 위원이 추가 금리 인상 필요성을 언급한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2년물 등 단기물 움직임도 강해졌지만 2분기 전반적으로 통화 정책 기대를 쫓아다니는 중장기물 채권의 변동성이 컸다"며 "주체별로 보면 보험사들의 채권 투자 비중이 큰 만큼 채권평가익 손실이 불가피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전반적으로 업황이 좋지 않는 상황에서 당국의 상생금융 주문은 보험업계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상품은 사실상 경제적 여력이 없으면 해약하거나 가입 자체를 하지 않는다"라며 "다른 방안을 고민해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