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카드, 카드업계 1호 상생금융 지원책 발표
이복현 금감원장 “금융권 전반에 노력 확산 기대”
“카드업계, 업황 악화 지속···상생금융 동참 부담 커”

7개 전업 카드사 1분기 당기순이익 추이/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7개 전업 카드사 1분기 당기순이익 추이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은행권을 중심으로 이어졌던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주문이 카드업계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카드사들은 업황 악화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 금융당국의 압박이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9일 서울 영등포구 굿네이버스 회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의 굿네이버스 후원금 전달식에 참석해 “카드사 등 제2금융권은 중·저신용자가 주된 고객인 만큼 경기 침체기에 취약계층에 대한 자금공급이 과도하게 위축되지 않도록 유념해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권 전반에 이런 노력이 확산되기를 기대한다”며 “앞으로 은행·보험뿐만 아니라 카드, 금융투자 등 다른 업권에서도 다양한 상생금융 상품 개발에 노력해달라”고 덧붙였다.

이 원장의 당부에 우리카드는 곧바로 금융 취약계층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2200억원 규모의 상생금융 지원책을 발표했다. 카드사 가운데 상생금융 방안을 공식적으로 내놓은 곳은 우리카드가 처음이다.

우리카드는 채무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금융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채무 정상화 프로그램을 운영해 연체채권 감면비율을 10%포인트 일괄 확대하고 전세사기 피해 등 현저한 어려움에 처한 고객에 대해서는 최대 70% 채무 감면을 실시한다. 또한 기존 대환대출 대비 50% 금리 인하한 상생론을 출시하고 연소득 2000만원 이하 저소득 고객에 대해 신용대출금리를 기존 대비 4%포인트 인하한다.

영세·중소 소상공인을 대상으로는 사업자금 용도 기업카드 이용 시 카드 이용대금의 1%를 할인 청구하고 점주 인근 상권 및 고객 분석 리포트 제공 및 우리카드 고객 대상 홍보를 무상으로 제공해 소상공인의 매출 증대를 지원한다.

금융권에서는 최근 카드업계를 향한 이 원장의 행보가 올해 초 은행권을 직접 방문하며 상생금융 동참을 유도했던 것과 같은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 원장은 지난 2월부터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본점 및 점포를 릴레이 방문하면서 상생금융을 강조한 바 있다. 은행들은 이에 화답하듯 잇따라 상생금융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주문이 카드사로 넘어오면서 카드업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지난해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예대마진 확대로 역대급 실적을 거둔 은행권과는 달리 카드사들은 조달금리 급등 여파로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상태라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압박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1분기 기준 7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의 당기순이익은 총 5854억원으로 전년 동기(7640억원) 대비 23.4% 감소했다.

이런 우려에 대해 이 원장은 “카드업계 전반에 상생금융 방안을 요구한 적은 없다”며 “여력이 있는 카드사나 캐피털사에서 제안해 주면 당국이 지지한다는 정도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카드사들은 이미 업계 내 1호 상생금융 타자가 나온 이상 동참에 대한 우회적 압박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는 은행뿐만 아니라 카드사를 포함한 금융권 전반이 상생금융 지원에 동참하기를 바라고 있다”며 “시중은행은 기준금리 인상 덕에 호실적을 거둔 만큼 상생금융에 나설 여력이 많지만 카드사들은 업황 악화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라 부담감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당국은 여력이 있는 금융사만 나서라고 말했지만 카드업계 내 첫 상생금융 사례가 나온 만큼 눈치가 보이는 게 사실”이라며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당부가 계속되면 다른 카드사들도 울며 겨자 먹기로 동참할 수밖에 없는 흐름이 조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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