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 발표
신규사업자 진입 지원·알뜰폰 자생력 강화에 방점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통신 이권 카르텔’ 해체를 주문한 가운데,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통신3사 ‘과점 체제’를 해소할 수 있는 통신시장 개편 방안을 내놨다. 통신3사와 경쟁할 신규사업자(제4이동통신사)를 육성키로 하고 희망 사업자에 700㎒·1.8㎓·3.7㎓ 등 주파수를 공급한다. 여기에 4000억원의 정책금융·세액공제 등도 제공한다. 통신3사 알뜰폰(MVNO) 자회사에 대한 점유율 규제는 강화하는 반면 중소 알뜰폰 자생력은 강화할 계획이다.
6일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을 발표했다. 통신3사 과점 체제가 고착화하면서 통신시장의 요금·마케팅 경쟁이 악화되고, 이로 인해 국민 편익이 저하될 우려가 있단 게 이번 정책 추진의 배경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월 ‘통신 이권카르텔’ 해체를 주문한 바 있다.
이 장관은 “그간 정부는 통신산업의 독과점화 특성을 고려해 시장 1위 사업자의 지배력 억제, 후발사업자 육성 등 다양한 경쟁 활성화 정책을 시행했고, 이로 인해 LG유플러스가 SK텔레콤, KT에 비견되는 3위 사업자로 성장하고 알뜰폰 시장규모도 확대됐다”면서도 “과거 통신업계는 과감한 투자로 최고수준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우리나라가 세계적 ICT 제조업, 독자적 디지털 플랫폼을 보유한 ICT 강국이 되는데 큰 기여를 했지만, 현재 28㎓ 대역의 설비구축 의무 미이행으로 통신3사 주파수 할당 취소, KT 전국망 장애 등과 같은 네트워크 투자·관리 미흡 사례가 늘어나면서 미래 ICT분야 경쟁력 확보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 정부, 신규사업자 지원 의지 표명···“외국인 참여도 검토”
이날 정부가 발표한 정책의 핵심은 통신3사와 경쟁할 신규사업자의 시장 진입 지원이다. 신규사업자가 차별화된 5G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28㎓ 대역 전용주파수(3년)와 앵커(제어용)주파수(700㎒ 또는 1.8㎓ 대역, 공개토론회 후 확정)를 함께 할당한다. 또 신규사업자가 우선 28㎓ 대역 기반으로 경쟁을 촉발하고, 품질·요금·서비스 측면에서 단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전국망 구축을 위한 중‧저대역 주파수(3.7㎓ 등)의 공급도 순차로 검토한다.
정부는 5G 최초 할당 대비 할당대가·조건 등이 시장진입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최저경쟁가격을 산정하고 망 구축 의무를 부과할 계획이다. 할당대가 납부 방식도, 1년차에 총액의 25%를 납부하고 이후 균등 분납하는 현행 방식에서 1년차에 총액의 10%를 납부하고 이후 점증 분납하는 방식으로 개선한다. 사업 초기단계의 투자부담을 낮추기 위해 최대 4000억원의 정책금융을 지원하고 세액공제, 단말유통 등도 지원한다.
신규사업자 시장진입 초기 서비스 제공을 지원하기 위해 네트워크 미구축 지역에선 기지국·코어망 등 타사 망을 공동이용(로밍) 할 수 있도록 하고, 신규사업자의 신청이 있을 경우 통신시장에 외국인 참여를 촉진하기 위한 제도개선도 추진할 예정이다.
이 장관은 “해외 사업자가 들어올 수 있게 여러 방안을 고민 중이다. 외국인이 직접 투자하는 경우, 간접 투자하는 경우 등에 대해 어느 정도로 허용할지 향후 논의를 통해 진입장벽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통신3사 견제 차원에서 중소알뜰폰 사업자의 성장도 지원한다. 먼저 알뜰폰 사업자가 장기적 관점에서 설비 등에 투자해 성장할 수 있도록 일몰한 도매제공 의무제도를 상설화하고 도매대가 산정방식도 다양화한다.
자체설비 보유 사업자나 다수 가입자를 보유한 사업자가 데이터를 대량으로 선구매할 경우 할인 폭을 대폭 확대해 경쟁력 있는 사업자가 등장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하기로 했다. 알뜰폰 사업자들이 도매대가 인하에만 의존하지 않고 설비투자를 병행하며 통신3사와 경쟁할 수 있도록 ‘풀MVNO’를 육성하겠단 취지다. 풀MVNO는 통신사에 준하는 이동통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사업자로, 과금시스템과 가입자정보관리시스템(HLR) 등을 갖춘 경우에 해당한다. 현재 국내 70여개 알뜰폰 사업자 중 풀MVNO에 해당하는 사업자는 없다.
아울러 정부는 통신3사 자회사의 점유율이 50%를 넘지 않도록 한 현행 규제도 ‘완성차 회선을 제외한 알뜰폰 시장의 50% 초과금지’로 개선한다.
이날 홍진배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통신3사에 대한 규제 강화와 풀MVNO 육성이란 정책 간 모순이란 일각의 지적에 대해 “풀MVNO는 대기업만 할 수 있는 사업은 아니다.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기 때문에 중견기업이나 그보다 작은 기업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사업이다”며 “다만 (점유율 규제는) 통신3사의 점유율이 높기 때문에 MNO 시장 지배력이 MVNO까지 이관되는 걸 제한해 능력 있는 알뜰폰 사업자가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단 취지”라고 했다.
◇ 5G 요금제 강요 금지···위약금 부담 낮춰 통신사 경쟁 촉진
정부는 주된 생활지역에 5G망 구축이 미흡한데도 5G 요금제 가입을 강제하는 행위를 방지하고, 이용자가 단말기 종류와 상관없이 LTE와 5G 요금제를 선택해 가입할 수 있도록 개선하기로 했다. 현재 5G 자급제 단말기로는 LTE와 5G 요금제에 가입할 수 있지만, 통신사향 5G 단말기는 5G 요금제만 가입할 수 있다.
통신3사가 이용자의 이용패턴에 기반한 최적요금제를 고지하도록 하고, 통신분야 마이데이터를 통해 민간의 요금제 비교·추천 서비스도 활성화한다. 또 국민들의 통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동통신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에 따라 유통망에서 추가로 지급할 수 있는 지원금의 한도를 기존 15%에서 30%로 상향한다. 다만 이는 국회의 법 개정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여야 간 정쟁으로 실제 제도 개선엔 시간이 다소 걸릴 전망이다.
또 초고속인터넷의 약정기간 후반부 위약금을 대폭 낮추고, 이동전화 선택약정 할인제도가 1년 중심(현재 2년 중심)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개선한다. 이를 통해 이용자들이 약정기간 내 통신사를 변경할 경우 발생하는 위약금 부담을 완화하고, 사업자 전환가능성을 높여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한 통신사 간 경쟁을 촉진하겠단 것이다.
아울러 5G 전국망(131개 시·군)을 내년 1분기까지 조속히 구축하고, 내년까지 초고속인터넷 사용이 불가능한 농어촌 지역을 없애겠단 계획도 내놨다. 또 전체 유선 회선의 26%를 차지하는 구리선도 오는 2026년까지 100% 광케이블로 전환한다.
이 장관은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은 향후 통신정책의 로드맵으로, 그간 시장의 고착화된 경쟁에서 벗어나 근본적인 경쟁환경 개선을 위해 각계의 전문가의 목소리를 반영해 마련한 것”이라며 “최근 5G 중간요금제 다양화, 알뜰폰 시장규모 확대 등 소기의 성과가 있었으나 이에 머물지 않고 근본적인 통신시장 경쟁구조를 개선하고 요금‧마케팅‧투자 등 시장 전반의 경쟁이 활성화돼 국민에게 편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