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대금 연체액 급증···연말 2008 금융위기 수준 뛰어넘을 듯
연체 장기화로 해약 우려 커져···미분양 우려 커지자 LH에 되팔기도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부동산 시장이 장기간 얼어붙으면서 한때 건설사에 높은 수익을 안겨주던 공공택지가 애물단지로 전락한 모양새다. 시행사들이 낙찰을 받고도 중도금·잔금을 제때 내지 못하면서 연체액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일부 현장에선 미분양 리스크를 우려해 미리 반납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5일 LH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기준 올해 전국에서 공공주택용지 분양대금 연체가 발생한 사업장은 32곳이다. 연체금액은 7472억원으로 상반기 만에 지난해 연체금액(7491억원)에 근접했다. 이대로라면 올해 연체금액 규모가 금융위기(2008년 9536억원) 이후 최대 규모인 1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연체이자만 254억원에 이른다. 부동산 자금시장(PF) 경색과 공사비 급등으로 인해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풀이된다.

분양대금 연체는 지방뿐 아니라 수도권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파주운정3지구(6개 필지)가 2387억원으로 연체금액이 가장 많았고 ▲남양주 역세권(2개 필지) 1064억원 ▲화성시 동탄 1·2지구(5개 필지) 698억원 ▲인천 검단신도시(2개 필지) 206억원 ▲영종신도시 175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파주운정3지구와 인천 영종의 경우 최초 분양 당시만 해도 최고 경쟁률이 각각 300대 1, 288대 1에 달했지만 사업 여건이 크게 악화하며 낙찰받은 택지조차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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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체가 장기화되면 어렵게 낙찰받은 땅을 토해내야 할 수도 있다. 6개월 이상 연체가 발생할 경우 계약 해지가 가능해진다. LH가 계약을 해지하면 건설사는 공공택지를 반납해야 하는 것은 물론 공급 금액의 10%에 해당하는 계약금도 떼이게 된다. LH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공동주택용지 해약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3년 5개월간 건설사가 공동주택용지( 분양 계약을 체결한 뒤 해약한 경우는 4건이다. 이 중 3건은 주택시장이 침체되고 미분양이 급증하던 작년 말부터 올해 초에 해약이 이뤄졌다.

일부 현장에선 땅을 LH에 되판 경우도 등장했다. ‘안성아양 공동주택용지 B-3-1BL’ 사업자는 지난 3월 해당 부지를 LH에 매각했다. 2020년 5월 LH로부터 해당 부지를 낙찰받은지 2년 10개월 만이다. 해당 부지의 공급금액은 253억원이다. 사업자는 당초 주택사업을 진행하려고 했지만 분양성이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에 사업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LH가 공급한 토지는 단순 변심으로 반납하기 어렵지만 이 땅은 ‘토지리턴제’가 적용됐다. 토지리턴제는 토지 수분양자가 계약을 해지하고 계약금 귀속 없이 환불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안성아양처럼 토지리턴제를 적용해 LH에 되팔 수 있는 땅이면 그나마 다행이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부동산 경기나 나아질 때까지 기다리면서 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 사이 연체이자가 쌓이고 분양도 차질을 빚게되는 만큼 회사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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