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까지는 30% 언저리 머무르다 지난달 60% 가까이 치솟아
투자 목적 재건축·실거주용 신축 제외한 포지션 애매한 단지는 여전히 낙찰가율 낮아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경매시장에서 강남 재건축 매물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 5월까지만 하더라도 낙찰률이 30% 언저리에 머물렀지만 6월 들어서는 60% 가까이 치솟았다. 낙찰가율도 일반 아파트와는 차이를 보인다. 정부의 재건축 규제완화 정책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강남구에서 나온 아파트 경매 물건 낙찰률은 58%로 12건 가운데 7건이 새 주인을 찾은 것으로 집계댔다. 지난 1월 낙찰률은 31.2%, 2월 36.8%, 3월 36.4%, 4월 25.0%를 나타냈고 5월에는 28.6%에 그쳤다. 뿐만 아니라 지난달 서울 전체 자치구 아파트의 경매 낙찰률이 24%인 것에 견주어보면 강남 아파트의 경매 인기가 더욱 두드러진다.
눈길을 끄는 매물도 있다. 지난달 1일 기일이 진행된 강남구 압구정동 미성아파트 전용 74㎡ 물건은 감정가의 97.87%인 27억7950만원에 낙찰됐다. 응찰자도 10명이나 몰렸다. 최근 압구정3구역이 재건축 설계를 위한 공모전을 펼치는 가운데, 열기가 인근까지 전해지며 압구정 강세를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게 시장의 평이다.
또 다른 재건축 추진단지인 강남구 도곡동 우성 전용 84㎡도 감정가의 88.49%인 18억67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도곡 우성의 재건축 정비계획 및 정비구역 지정안은 지난 4월 서울시로부터 가결됨에 따라 추후 7개동, 548가구로 재건축된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재건축 경매물건이 다시 응찰자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낙찰가율도 높아진 이유로 정부의 규제완화를 꼽는다. 서울시가 고도제한 및 층수규제 완화에 나서 정비사업의 수익성이 개선되며 재건축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는 영향이다.
이뿐만 아니라 시황이 개선된 점도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하반기 급격히 하락했던 집값이 바닥을 다지고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는데, 상승기에 가장 먼저 시세 상승이 나타나는 것이 재건축이기도 하다. 대세 상승기로 판단하긴 이르지만 금융시장, 기준금리 등의 안정세로 투자 여력이 개선된 것도 매수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같은 강남권이라도 투자 목적의 재건축 단지나 실거주에 유리한 신축과 같은 명확한 포지션이 없는 단지들은 여전히 낙찰가도 감정가 대비 60~70% 선에 머무르는 등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송파구 장지동 송파파인타운1단지는 22명이나 응찰했지만 감정가의 68.5%에 낙찰됐고, 강남구 자곡동 LH강남힐스테이트 낙찰가 역시 감정가의 75.5%에 그쳤다. 재건축 대비 후행적 성격이 짙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내집마련 수요가 늘어나고 15억원 이상 대출제한이 폐지되는 등 규제가 완화됨에 따라 집값 움직임의 선행지표인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낙찰률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