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2분기 ‘주식 등의 대량 보유 상황보고서’ 전날 공시
신규 5% 이상 지분 보유 보고서 17곳 중 6곳이 반도체 관련주
화장품과 자동차, 기계 업종도 다수 이름 올려 주목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국민연금공단이 신규 5% 지분 보유 공시를 대거 내놓은 가운데 반도체 관련주가 다수를 차지해 주목된다. 반도체 소재 업체에서부터 장비주까지 분야도 다양했는데 그만큼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여기에 화장품과 자동차, 기계 관련주들도 국민연금의 선택을 받아 눈길을 끌었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전날 108건의 ‘주식 등의 대량 보유 상황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공시는 본인과 특별관계자가 소유한 주식 등의 총수 중 5% 이상 보유하게 되거나 대량 보유 종목의 투자 비중이 1% 이상 변동된 경우 시장에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된다.

주식 등의 대량 보유 상황 보고서 공시는 원칙적으로 보고의무 발생일로부터 5일 이내에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특례 적용 전문투자자로서 보유목적이 단순투자 목적인 경우 보고의무 발생일이 속하는 분기의 다음 달 10일까지 제출하면 된다. 이번 공시의 경우 지난 2분기 중 보고의무가 발생한 종목들이다.

특히 국민연금이 2분기 중 새롭게 5% 이상 대량 보유하게 된 종목(분할 상장 제외)들이 주목된다. 보고의무를 감안해 주식을 매수한 종목들이라는 점에서 지난 분기 국민연금의 투자 방향성을 읽을 수 있는 까닭이다. 전자공시시스템에서 집계한 결과 2분기 중 국민연금이 새롭게 5% 이상 대량 보유하게 된 종목은 17곳이었다. 

이들 중에선 반도체 관련주들이 6곳으로 다수를 차지했다. 국민연금은 올해 1월 상장한 반도체 소재 업체 티이엠씨를 7.58% 보유했다고 밝혔다. 이는 신규 5% 이상 공시 보고서 중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것이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12일 티이엠씨 지분을 매수해 처음 보고의무가 발생했고 같은 달 20일과 28일 각각 추가 매수했다.

LX세미콘 역시 국민연금이 집중 매수한 종목이었다. 국민연금은 지난 4월 21일 기준으로 83만3665주를 보유해 보고의무가 발생했다. 이어 지난달 9일과 23일 각각 16만8559주, 17만2523주를 추가 취득해 지분율이 7.22%로 증가했다. LX세미콘은 범LG가(家)인 LX그룹 소속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로 디스플레이 구동칩 관련 사업에 특화돼 있다.   

이밖에 국민연금은 반도체 후공정 관련 부품을 생산하는 ISC를 6.15% 사들였다고 공시했다. 반도체 후공정 업체인 하나마이크론(지분율 5.03%), 반도체 검사장비 업체인 인텍플러스(5.08%), 반도체 장비업체 이오테크닉스(5.18%)의 주식도 사들여 지난 분기에 지분 5%를 넘겼다. 인텍플러스는 지난 4월에 공시 의무가 발생했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는 지난달에 공시 의무가 생겼다. 

이는 국민연금이 반도체 업종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반도체는 지난해만 하더라도 업황 악화 우려로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던 업종이었다. 그러다 최근 AI(인공지능) 산업 성장에 따른 반도체 수요 확대 모멘텀이 발생했고 업황 바닥 기대감도 형성됐다.

표=김은실 디자이너.
표=김은실 디자이너.

올해 상반기 증시에서 주목받았던 화장품과 자동차, 기계 관련주 역시 국민연금의 공시에서 눈에 띄는 업종이었다. 우선 화장품주와 관련해서 국민연금은 화장품 제조사인 코스메카코리아를 지난달 말 대거 매수해 6.17% 지분 공시를 했다. 지분 5%를 사들인 클리오의 경우 지난 4월 7일 보고의무가 발생한 바 있다.

자동차의 경우 부품주를 주로 사들였다. 자동차 부품사인 화신의 지분을 6.28%가량 투자했고 인탑스와 피에이치에이를 각각 6.05%, 5.03%를 보유하게 됐다고 밝혔다. 기계 업종과 관련해서는 선박용 엔진 제조를 주력으로 하는 HSD엔진, 피팅(Fitting)사인 하이록코리아를 각각 6.11%, 6.04% 사들이며 5% 이상 지분 공시를 했다.

증시 반등세에 이들 종목의 주가도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갔다. 17개 종목 중 11개 종목이 공시 보고의무 발생일 기준 이후 주가가 상승했다. 인텍플러스의 경우 보고의무 발생일 기준 60% 넘게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다만 보유 지분이 5%를 넘어선 시점인 공시 보고의무 발생일 기준이라는 점에서 국민연금의 성과와는 다소 차이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연금의 이번 공시는 지난 2분기 중 어떤 업종과 종목에 관심을 가졌는지 엿볼 수 있는 사례로 평가된다. 그러나 증시 전문가는 추종 투자를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시장이 실적 기대감이 높아진 업종을 중심으로 순환매가 일어나고 있어 기존 상승한 종목의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며 “게다가 향후 국민연금이 지분을 되레 낮출 경우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이 생길 수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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