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설계 유니콘 기업 파두 증권신고서 제출
공모 금액 밴드 하단 기준 1625억원···올해 최대 규모
상반기 부진 한 번에 만회 가능···흥행 여부 주목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올해 상반기 부진한 IPO(기업공개) 주관 실적을 기록했던 NH투자증권이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파두를 통해 자존심을 회복할지 주목된다. 공모 규모가 큰 파두의 상장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경우 단번에 선두권으로 오를 수 있는 까닭이다.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감이 증시에 감돌고 있다는 점은 흥행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평가된다.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파두는 최근 코스닥 시장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지난 3월 초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 청구를 한 지 약 4개월 만이다. 파두는 이달 24~25일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같은 달 27~28일 일반 청약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파두가 상장을 본격화하면서 대표 주관사인 NH투자증권의 하반기 주관 실적 회복 여부도 주목된다. NH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 IPO 명가다운 모습을 보이진 못했다. NH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 2건의 IPO 대표주관 실적(스팩 제외, 상반기 상장 기준)을 올리는데 그쳤다. 공모금액은 업계 5위인 604억원으로 상반기 1위인 한국투자증권(2352억원)과 큰 차이를 보였다.
NH투자증권은 올해 초만 하더라도 IPO 주관 실적 기대감이 컸다는 점에서 아쉬운 성적표였다. 올해 IPO 대어로 꼽혔던 신선식품 유통기업 컬리와 오아시스, 인터넷 은행 케이뱅크의 공동 대표주관사였기 때문이었다. 컬리와 케이뱅크는 증권신고서도 제출하지 못하고 상장을 연기했고 오아시스는 기관 수요예측에서 참패하며 상장을 미뤄야 했다.
하반기 반전을 위해선 파두의 성공 여부가 중요한 셈이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파두의 공모금액은 희망 공모가 밴드(2만6000~3만1000원) 하단 기준 1625억원으로 올해 상장한 IPO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희망 공모가 밴드 하단에서 결정되더라도 1000억원이 넘는 주관 실적을 쌓아 단숨에 선두권에 오르게 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파두가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점은 흥행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분류된다. 파두의 주력 제품은 데이터센터용 차세대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저장장치) 컨트롤러로, 미국의 데이터센터와 메타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이에 파두는 지난 2월 프리 IPO(상장 전 지분 투자)에서 1조8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으로는 처음으로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에 등극하기도 했다.
여기에 시장 환경이 뒷받침하고 있다는 부분도 기대 요인이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반도체 업종에 대한 투자 심리는 좋지 못했다. 반도체 업황이 부진했던 까닭이었다. 그러나 최근 반도체 업황 기대감이 살아나고 있고 AI(인공지능)가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반도체 관련주들이 크게 상승했다.
다만 올해 규모가 큰 IPO들이 고전했다는 점, 상장 후 유통 가능 물량이 전체 주식 수의 38.92%로 적지 않다는 점은 흥행에 부정적인 요소로 평가된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올해 흥행한 IPO들을 살펴보면 공모 규모가 작고 유통주식 수가 적은 경우가 많았다”며 “올해 상반기 흥행 공식이 그대로 이어질지, 아니면 다른 흐름을 만들어 낼지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이밖에 미래 추정 실적에 따른 밸류에이션 리스크가 있다는 점도 우려 요인으로 분류된다. 파두는 내년 예상 당기 순이익으로 948억원을 제시했고 2025년 예상 당기 순이익으로는 1890억원을 예상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글로벌 고객 신규 추가로 실적이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파두는 그동안 순손실을 기록해왔는데 2020년 연결 기준 당기 순손실은 809억원, 2021년 456억원, 2022년 2275억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