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사 2분기 영업익, 전년比 76.8%↓, 수요·정제마진 약세 영향
美 정기보수 시즌 등에 공급량 감축···틈새시장 노리는 韓

SK이노베이션 울산 생산공장 전경. /사진=SK
SK이노베이션 울산 생산공장 전경. /사진=SK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국내 정유업계가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부진과 정제마진 약화에 지난해 하반기에 이어 올해 상반기 역시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하반기가 시작되면서 곳곳에서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본격적인 반등 시기가 찾아온 것으로 전망된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의 올해 1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1조456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9.4%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석유제품 값이 급등하면서 전례 없는 호황을 기록해, 4사는 4조7668억원이라는 영업이익을 달성한 바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등에 따르면 올해 2분기 4사의 영업이익은 1조7455억원이다. 지난해 2분기(7조5336억원) 대비 76.8% 줄어들 것이란 예측이다.

실적부진이 계속되는 배경은 수익지표인 정제마진의 약세 때문이다. 올해 1월 10달러선을 넘어서기도 했지만, 4월에는 2.4달러까지 하락했다. 현재 역시 손익분기점인 4~5달러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단, 시장에선 2분기를 저점으로 하반기부터 실적이 반등할 것으로 확실시하고 있다. 이 예측의 근간은 크게 3가지다. 경쟁국들의 생산량 조절과 이 시기를 노린 국내 기업들의 틈새전략, 휴가철 시작 등이다.

먼저 매년 8~9월은 미국 정유사들의 정기보수 시즌이어서 현지 제품 생산량이 줄어드는 시기다. 또한 일본과 대만 등은 장기화된 불황에 생산량을 크게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국내 정유사 역시 제품 생산능력을 조절하고 있지만, 일본·대만 등 경쟁 국가는 20%가 넘는 대규모 감축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시장에서 석유제품 공급량이 크게 줄어드는 시기가 조만간 찾아오는 셈이다.

같은 시기 중국과 인도 등 주요 시장에서는 내수시장 회복세가 나타나면서 석유제품 수요가 회복되는 모습이다. 미국과 일본, 대만 등이 공급량을 줄이는 시기에 중국·인도의 경제 재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국내 정유사들의 석유제품이 현지로 대량 수출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는 중국과 인도의 내수 시장 회복이 글로벌 석유제품 시장의 공급량을 빠르게 소모시킬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손익분기점을 맴돌던 정제마진도 빠르게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정유업계는 본격적인 휴가철의 시작으로 휘발유·항공유 판매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본다. 매년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올해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더욱 많은 사람들이 여행길에 오를 전망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국내 휘발유 소비량은 842만3000배럴로 전년 동월 대비 15.5% 늘었다. 같은 기간 항공유는 215만3000배럴로 21.2% 증가했다. 올해는 휘발유와 항공유 소비량이 지난해보다 최소 20% 이상 증가할 것으로 공사 측은 보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인도라는 큰 시장에서 혈로가 뚫리기 시작한 것에 더해 휴가철이 시작되면서 국내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도 제품 수요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1년 간의 길었던 불황의 터널에서 벗어날 시기가 왔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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