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과업체 ”원유 등 주원료 가격 그대로···밀가루값 내린 라면과 달라"
향후 정부 언급 있다면 빙과 가격 내릴 가능성도

무인아이스크림 가게에 진열돼 있는 아이스크림. / 사진=이숙영 기자 

[시사저널e=이숙영 기자] 무더위가 다가오며 아이스크림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제품 가격이 비싸다는 소비자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최근 정부 압박으로 라면·과자·빵 가격이 잇따라 내려갔지만 아이스크림 가격은 ‘역주행’하고 있다. ‘금값’이 된 아이스크림 가격에 소비자들은 마트·편의점 대신 무인아이스크림 가게를 택하고 있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웰푸드·빙그레 등 빙과업체는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아이스크림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올해만 해도 지난 2월 빙그레가 메로나·비비빅 등의 가격을 올렸고, 빙그레 자회사인 해태아이스크림이 누가바, 쌍쌍바 등의 제품 가격을 올렸다. 이달 초에는 롯데웰푸드가 돼지바, 수박바 등의 아이스크림의 편의점 공급 가격을 평균 25% 올렸다.

아이스크림 가격 인상에 아이스크림 소비자물가지수도 오르고 있다. 지난 5월 아이스크림의 소비자물가 지수는 118.02로 지난해 5월 보다 5.9% 상승했다. 빙그레·해태아이스크림이 올해 2월 가격을 가격을 올린 뒤, 다음 달인 3월 아이스크림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동월 대비 13.7% 증가했다.

무더위로 앞두고 높아진 아이스크림 가격에 소비자들의 불만은 거세지고 있다. 아이스크림 가격만 대세를 역주행한다는 것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등 소비자단체는 라면·제과업체 뒤를 이어 빙과업체가 아이스크림 가격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빙과업체는 지난해 약 4년간의 가격 담합이 적발된 뒤에도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가격 인상을 짧은 주기로 계속 단행하며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인다”며 “담합으로 얻은 이익을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차원에서라도 가격을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비자들은 빙과업체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을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아이스크림 가격이 오른 것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빙과업계 톱2인 롯데웰푸드와 빙그레의 지난해 실적은 전년 대비 개선됐다. 

롯데웰푸드의 빙과사업 부문 매출은 5858억원에서 5905억원으로 증가했다. 빙과류와 베이커리, 과자 등의 사업을 합친 롯데웰푸드의 제과사업 영업이익은 2021년 940억원에서 지난해 958억원으로 성장했다. 같은 기간 빙그레의 매출은 지난 2021년 1조1474억원에서 지난해 1조2676억원으로 늘었고, 영업이익은 262억원에서 394억원으로 올랐다. 

◇ 빙과업계 ”주원료 가격 안내렸다···가격 내리면 적자”

소비자는 가격 인하 촉구에도 불구하고 빙과업체들은 가격인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 원·부자재 가격 상승과 인건비, 물류비, 전기·가스요금 인상 등으로 아이스크림 가격 인하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아이스크림과 관련한 원·부자재의 가격은 내리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라면, 빵, 과자의 경우 밀가루 가격이 이전보다 내렸지만, 아이스크림은 주원료인 원유, 분유, 설탕 등이 가격이 오른 상태에서 내려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빙그레는 낮은 영업이익률을 근거로 들었다. 빙그레 관계자는 ”빙그레 영업이익률은 3~4% 사이"라며 ”여기서 제품 가격을 내리면 적자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영업이익률은 기업의 마진율이 얼마나 좋은지를 알아볼 수 있는 지표다. 통상 식품업계 영업이익률은 4~5% 수준으로, 빙그레의 영업이익률은 2021년 2.29%, 2022년 3.10%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제품 제조 비용 부담이 있기 때문에 빙과업체들이 먼저 가격을 내리진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한 빙과업계 1위를 두고 롯데웰푸드와 빙그레가 치열한 경쟁 중이기에 먼저 나서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국내 빙과 시장 점유율은 롯데웰푸드가 43.9%, 빙그레가 41.76%를 차지했다. 2020년 빙그레가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하며 업계 1위가 됐지만, 지난해 롯데푸드를 흡수합병한 롯데웰푸드가 업계 선두로 올라왔다. 두 기업은 현재 성수기를 맞아 경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태다.

업계에서는 향후 정부가 공식적으로 아이스크림에 대한 언급을 한다면 그 때 제품 가격 이하를 검토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스크림 가격을 인하할 경우 마트, 편의점, 대리점 등 전 채널의 공급가격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며 "각 유통 채널별로 인하폭이 다를 수는 있다"고 말했다. 

빙과업체는 현재 편의점, 대리점 등에 각기 다른 공급가격으로 아이스크림을 제공하고 있다. 유통 채널 중 최근 인기인 곳은 무인아이스크림 가게다. 고물가로 아이스크림 가격이 올랐지만, 무인아이스크림 가게에서는 편의점, 마트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아이스크림을 살 수 있다. 

무인아이스크림 가게는 대리점주들이 아이스크림을 공급받아 각 점포에 개별적으로 납품하는 구조다. 빙과업체가 빙과류 공급가를 내린다면, 무인아이스크림 가게의 제품 가격 인하 정도는 대리점주의 가격 인하 반영 정도가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대리점주가 가격 인하를 제품 가격에 반영하지 않는다면 소비자가 느낄 가격 인하 체감도는 낮을 것으로 예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빙과업체에서 공급가를 낮추더라도 대리점주가 마진을 위해 가격을 인하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해 빙과업체는 관여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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