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론, 금감원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에 상장 실패 우려↑
앞서 상장시킨 프로테옴텍도 수차례 정정···몸값도 대폭 낮춰
상반기 진행한 4곳 모두 정정 과정 밟아···하반기 IPO 주관 주목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올해 IPO(기업공개) 시장에서 주관 실적을 착실히 쌓고 있는 키움증권이 연이어 증권신고서 정정의 늪에 빠지고 있다. 올 들어 상장 주관에 나섰던 IPO 다수가 증권신고서를 고치며 일정 변동과 공모가 조정이 있었고, 최근 진행하고 있는 종목의 경우 상장 실패 우려까지 나온 것이다. 금융당국의 깐깐해진 눈 속에서 평판 하락을 막기 위해선 앞으로의 과정이 중요하다는 평가다.
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공시를 통해 클라우드·메타버스 오피스 기업 틸론의 증권신고서에 대한 심사 결과 중요사항이 기재·표시되지 않았다며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현재 증권신고서 상으로는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판단을 저해하거나 투자자에게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번 정정 요청으로 상장 대표 주관사인 키움증권이 난처해지게 됐다. 틸론은 앞선 지난 3월에도 금융감독원의 퇴짜를 맞으며 증권신고서를 뜯어고친 바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1차 정정 요청을 받은 이후 이달 2일과 19일 두 차례에 걸쳐 공모가를 낮추기도 했다. 실제 희망 공모가 밴드는 기존 2만5000∼3만원에서 1만6000∼2만5000원으로 크게 낮아졌다.
무엇보다 상장 실패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월 9일 한국거래소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받은 틸론은 증권신고서 효력이 유지되는 8월 9일까지 상장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 수정한 증권신고서가 통과되고 기관 수요예측, 일반 청약 등을 감안하면 일정이 빡빡하다는 지적이다.
키움증권이 올해 IPO 주관 과정에서 증권신고서 정정 사례가 많았다는 점에서 이 같은 상황이 주목된다. 키움증권은 올해 상반기 3건의 IPO 대표주관으로 671억원의 누적 공모금액을 기록했다. 이는 증권사 중에서 상위 여섯 번째에 해당하는 위치로 업계 7위까지 올랐던 2019년 이후 가장 좋은 성과를 내고 있었다. 다만 증권신고서 효력 발생까지만 놓고 보면 순탄치 못한 과정이 있었다.
앞서 키움증권이 상장을 주관한 의료용 기기 제조기업 프로테옴텍은 세 차례에 걸쳐 증권신고서를 정정했다. 프로테옴텍은 지난 4월 4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했고 같은 달 17일, 5월 2일과 11일 각각 증권신고서를 수정했다. 이로 인해 당초 4월 19일에 진행하려던 수요예측 일정이 5월 말로 미뤄졌다. 여기에 7500~9000원이던 희망 공모가밴드도 최종 5400~6600원으로 낮아졌다.
이밖에 사이버위협 인텔리전스(CTI) 기업 샌즈랩도 기재사항 추가 및 보완을 위해 한 차례 증권신고서를 정정하면서 상장 일정이 한 달 정도 미뤄졌다. 상장 직후 유상증자 논란이 일었던 유아용 가구업체 꿈비도 비슷한 이유로 한 차례 증권신고서를 고치기도 했다. 그나마 꿈비는 일정 변경없이 무난하게 증시에 상장했다.
결과적으로 키움증권이 올해 상반기 상장을 대표로 주관한 기업 네 곳이 증권신고서 정정 과정을 거치게 됐다. 이 중 세 곳은 상장 일정이 바뀌었고 두 곳은 희망 공모가밴드를 조정하는 큰 변화를 맞았다. 금융당국의 깐깐해진 눈에 정정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깔끔치 못한 과정이었다는 평가다. 특히 틸론이 상장에 실패할 경우 키움증권의 평판 하락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IPO 주관에 있어 밸류에이션 산정뿐만 아니라 이른바 ‘진도를 빼는 것’도 매우 중요한 역량이다”며 “상장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공모가 고평가 논란에 공모금액을 축소해야 한다거나 상장이 차일피일 미뤄지게 되면 평판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올해 하반기 IPO 주관에서는 키움증권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 주목된다. 키움증권은 현재 세포분석 공정 자동화 기업 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의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상태다. 해당 증권신고서 효력발생일은 내달 8일이다. 반도체 소부장 기업 워트도 올해 하반기 상장할 예정으로 키움증권 대표 주관하에 지난 4월 28일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