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니뮤직·주스, ‘지니리라’ 공동개발·베타서비스
유튜브뮤직·지니뮤직 이용자 각 521만·203만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KT그룹 미디어 계열사 지니뮤직이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악보 기반 편곡 서비스 ’지니리라(genie.Re:La)’ 베타서비스를 공개했다. MP3 파일을 업로드 하면 AI가 악보 생성·편곡을 지원하는 서비스다. 유튜브뮤직과 이용자수 격차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회사는 이 서비스를 통해 지니뮤직 플랫폼 이용자 확보 및 수익 확대를 꾀하고, 저작권자의 신규 수익원 창출에 나서겠단 목표다.
28일 지니뮤직과 AI 기술 스타트업 주스는 서울 강남구 지니뮤직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니리라 베타서비스 공개 및 향후 AI 기반 플랫폼 사업 계획을 밝혔다. 주스는 AI 기술력을 바탕으로 음원분석부터 음악창작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해 온 기업으로, AI 기술 기반 실시간 가사 싱크, 배경음악(BGM) 음악 콘텐츠 제작, 디지털 악보 제작 등 음악 콘텐츠와 직결되는 AI 기술력과 다수의 개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지니뮤직은 지난해 10월 주스에 51억원의 지분 투자를 단행해 41.16%(3만8123주)를 인수하며 최대주주가 됐다.
◇ “MP3 업로드만 하면 악보 생성·편곡 지원”
두 회사가 공동 개발한 지니리라는 ‘지니에서 리메이크음악을 즐겁게 부르자’는 의미로, MP3를 업로드하기만 하면 AI가 즉석에서 디지털 악보를 그려 주고 이용자가 그 악보를 편집해 편곡까지 가능한 서비스다. MP3 파일을 지니리라에 업로드 하면 AI 기술을 활용해 최대 40초 내 악보가 만들어 진다. 이 악보는 취향에 따라 바흐, 베토벤, 모차르트 등 20여개 스타일로 변경 가능하며, 화성 분석 기능을 통해 차별화된 편곡도 가능하다.
지니리라엔 저작권 보호를 위해 정식 유통되는 음원만 업로드할 수 있으며, 작업물은 서버 내에만 저장할 수 있다. 또한 원작자들이 2차 저작을 원치 않는 음원의 업로드를 제한하는 방식을 통해 AI 기술의 편의성은 높이고 저작권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단 게 회사의 설명이다. 회사에 따르면 지니뮤직에서 서비스 중인 1900만곡 중 70%에 달하는 음원은 이미 재생산이 가능하도록 원작자의 허가를 받았다.
지니뮤직과 주스는 리메이크 음원 시장을 키우기 위해 ‘I Believe’, ‘사랑이라는 이유로’ 등 1400여곡의 히트곡을 낸 김형석 PD가 운영 중인 음원 지식재산권(IP) 전문 플랫폼 ‘뮤펌’과 ‘아이엠 리본(I am Re-Born)’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해당 프로젝트는 김 PD의 유명 히트곡을 지니리라를 통해 재탄생시키고, 하반기 중 지니뮤직을 통해 음원까지 발매하는 프로젝트다.
회사는 K팝 아이돌 인기 음원을 국가별 문화에 맞게 AI를 통해 리메이크하고 글로벌 버추얼 아이돌이 가창하는 방식의 ‘K팝 아이돌 AI 리메이크 글로벌’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올해 4분기 정식 음원을 발매하고 지니뮤직을 통해 해외 시장에 유통할 방침이다.
박현진 지니뮤직 대표는 “MZ세대는 사진을 찍고 편집하고 공유하는데 익숙한 세대다. 대표적으로 음악 관련해서 커버곡을 만들고 오디션에 참여해 플레이어로 역할을 한다. 아마추어 가수가 직접 곡을 만들고 마케팅까지 하는 사례가 많다”며 “이런 음악 산업 변화의 물결은 유튜브가 우리 삶을 변화시킨 것처럼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AI를 음악 산업에 어떻게 접목할지에 대해 누구보다도 많이 고민해왔다. 리메이크를 통해 이용자들에게도 만족을 주고 창작자에게 새로운 수익원을 제공하고 저작권을 보호할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지니리라는 연내 프리미엄 서비스를 통해 창작툴을 제공할 계획이다. 예컨대 창작자들의 즉흥 연주를 악보로 변환한다거나, 갑자기 떠오른 악상을 허밍으로 녹음했다가 추후 지니리라를 통해 악보로 전환·작업하는 방식 등이다. 지니뮤직과 주스는 이를 통해 창작자로 변신한 이용자와 원작자 양측에 음원수익 창출의 기회를 확대하고, 플랫폼으로서의 가치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 “지니리라, 지니뮤직 체류시간·유입률 늘릴 것”
지니뮤직이 지니리라를 출시한 것은 음악 생성 AI 시장 성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시장분석업체 마켓닷어스에 따르면 세계 음악 생성 AI 시장 규모는 지난해 2억2900만달러(약 2900억원)에서 오는 2032년 26억6000만달러(약 3조3800억원)로 11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박 대표는 “지금은 베타버전이라 무료로 MP3 파일 변환을 지원 중이다. 아직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지니뮤직 고객이냐 아니냐에 따라 차별을 두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며 “무제한으로 편곡을 할 경우 부분 월정액 형태로 서비스 제공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했다.
그는 “MP3 다운 외에도 플랫폼의 가치는 고객이 얼마나 체류하느냐에 따라 책정된다. 이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지니뮤직을 이용하는 고객이 늘어날 것”이라며 “또 이런 툴을 통해 창작된 곡이 정식 발매되고 유통되면 그 과정에서 지니뮤직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면서도 수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글로벌 음원 플랫폼 유튜브뮤직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국내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상황에서 차별화된 수익 모델이 필요하단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국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를 표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유튜브뮤직 앱 사용자수는 521만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400만명에서 121만명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지니뮤직은 231만명에서 203만명으로 되레 28만명 줄었다.
박 대표는 “유튜브란 공룡이 글로벌 영상, 음악 시장을 지배하는 상황이다. 심지어 검색시장까지 지배하는 형태로 가는 상황이라서 지니뮤직 같은 로컬 사업자는 굉장히 어렵다”면서도 “정답일 수는 없지만 오늘 말한 부분들이 로컬 사업자들이 할 수 있는 영역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유튜브가 음악 섹터를 잘 이해하고 국내 다른 기획사와 연계해 로컬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 지니리라는 회사가 할 수 있는 여러 영역 중 유효한 솔루션이라고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