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검사 수요 증가···작년부터 건강보험 적용 범위 확대
녹십자엠에스·아산제약·비앤씨메디칼, 의료기관 납품···“키트 직접 제조해 시장에서 승부해야”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최근 헬리코박터 검사 수요가 늘고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확대됨에 따라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진단키트 시장도 성장하는 추세다. 이에 제약사와 의약품 도매업체가 틈새시장의 하나로 헬리코박터 진단키트 제품 공급을 개시했거나 매출증대를 추진하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은 몇 개 편모를 가지고 있는 나선형 세균을 지칭한다. 주로 위장점막에 감염돼 위염과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위선암, 위림프종 등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파악된다. WHO(세계보건기구가 지난 1994년 1급 발암 요인으로 규정한 발암물질이며 위암 발생 위험도를 4배 가량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 인구 절반 가량이 감염된 것으로 파악된다. 상대적으로 개발도상국 감염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개도국은 아니지만 인구 절반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자라는 집계가 나올 정도로 높은 편”이라며 “임상 현장에서 헬리코박터 유무에 대한 검사 수요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의 건강보험 적용 범위 확대도 시장 확대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보건복지부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균주검사 급여 확대를 골자로 한 ‘요양급여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 개정안’을 마련, 지난해 9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MALT 림프종과 △소화성 궤양 △조기 위암 수술 △특발성 혈소판 감소성 자반증 등에만 건강보험이 적용됐지만 개정안에 따라 위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 환자 본인부담률을 50% 선별급여로 적용하는 방안을 추가한 것이다. 참고로 진단키트는 장비 또는 도구 진단을 위한 사용자 안내서 등을 포함한 패키지로 실험이나 진단 절차 수행에 사용한다. 반면 시약은 분석 및 진단을 위해 사용되는 화학 물질로 액체, 분말 또는 용액 형태로 제공한다.
이처럼 수요 증대와 건강보험 적용 확대로 인해 국내 몇몇 제약사와 의약품 도매업체는 기존 제품 특장점을 내세워 매출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제약사 중에서는 녹십자엠에스와 아산제약 시장 점유율이 높은 것으로 추산된다. 우선 녹십자엠에스는 미국 Avanos Medical 회사의 CLO 방식 헬리코박터 진단키트 ‘CLO 테스트‘를 수입, 공급하고 있다. 회사측은 내시경을 통해 환자 위 조직 일부를 체취, CLO 검사를 실시한다고 설명했다. 결과 확인에는 2시간 가량 소요된다. 공급 대상은 종합병원급 의료기관이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헬리코박터 진단키트 중 초기에 해당되는 1990년대부터 수입을 개시한 품목이다. 이에 다른 제품보다 가격대가 높은 편이다. 녹십자엠에스는 한국의 고유한 식습관 문화로 인해 성인의 65%에서 감염률을 보이고 있어 진단키트 시장 확대가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회사 관계자는 “주요 7개국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증 시장 규모는 2021년 34억 1100만 달러로 평가됐다”며 “시장은 1.9%의 연평균 복합성장률로 확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아산제약은 지난 2010년대부터 해외 수입이 아닌 국내에서 생산한 진단키트 제품을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아산이지테스트H파일로리’ 명칭의 이 제품은 결과 확인에 15-20분 가량이 소요된다. 아산제약은 고순도 원료를 사용, 감도와 특이도가 뛰어나고 취급이 간편하며 경제적이라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의약품 도매업체 비앤씨메디칼은 지난 5월부터 ‘파이로플러스’를 미국에서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파이로플러스는 냉장보관이 아닌 실온보관이며 1시간 내로 결과 확인이 가능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같은 장점으로 미국 FDA(식품의약국) 허가를 받은 제품이다. 공급 대상은 건강검진을 진행하는 전국의 종병과 병원, 의원급 의료기관이다.
이처럼 몇몇 제약사와 도매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진단키트 공급을 진행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개별 업체 매출은 크지 않은 규모로 추산된다. 일종의 틈새시장으로 판단되고 있다는 업계 지적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약사가 진단키트를 공급하다 보니 매출이 많지 않으며 우선순위에서 의약품에 밀리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수입이 아닌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진단키트를 직접 제조해 시장에서 승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설명대로 진단키트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으며 헬리코박터 검사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그 근거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예상보다 관련 시장이 크지 않아 전체 시장규모 추산도 어렵고 구체적 내용도 알려진 부분이 적다”며 “향후 시장이 더 커지게 되면 이같은 점이 체계적으로 정리돼 제약사 특히 병원 납품이 많은 중소업체가 관심을 갖고 시장 진입을 도모할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헬리코박터 진단키트 시장은 단계적 성장이 전망되며 향후 진입을 준비하는 업체도 예상된다. 의료기관과 환자들 니즈를 맞춰 신속하고 정확한 결과를 내는 진단키트 제조나 수입이 핵심사안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