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일제히 경영회의 개최···공통적으로 부실 관리 고민 예상
핵심 화두로 기본기 강화와 리스크 관리 부상···건전성 관리 만전
은행 부실자산 관리 경고등···급변한 환경 고려해 경영전략 제시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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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금리 인상과 물가 상승 등 글로벌 복합 위기를 겪고 있는 금융업계가 일제히 경영회의 개최를 예정하며 하반기 전략 대응에 골몰하고 있다. 당초 관측했던 수준보다 경기가 더 안좋아졌다는 판단 하에 공통적으로 부실 관리를 고민할 것으로 예상된다. 순익 사수를 위한 기본기 강화와 함께 언제 터질지 모르는 리스크 관리가 핵심 화두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다음달 14일 광진구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을 비롯해 지주 및 계열사 경영진 총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023년 하반기 그룹 경영전략회의를 개최할 계획이다. 

윤 회장은 타운홀 미팅을 열어 현안과 관련한 경영진들의 고민과 질문에 허심탄회하게 답변하는 시간을 가지고 경영진 분임토의를 통해 사업부문별로 구체적인 실행 목표를 설정할 예정이다. 특히 올해까지 설정한 3개년 중장기 전략이 끝나는 만큼 2024~2026년에 실행할 새로운 중장기 경영 비전이 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금융지주는 다음달 3일부터 '신한문화포럼'을 개최한다. 신한금융지주는 상·하반기로 나눠 경영전략회의를 개최했고 지난 2021년부터 하반기에는 문화포럼으로 대체해오고 있다. 신한금융지주의 조직문화 계승발전을 위해 리더 그룹이 조직문화 개선 방향성을 인식하고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로 계열사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만큼 자연스럽게 하반기 사업 방향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올해는 기존과 달리 그룹 창립일(7월7일)이 속한 주간을 '신한컬쳐위크'로 정하고 참석대상도 기존 임원그룹에서 직급, 직무, 연령과 무관하게 실무자도 참석할 수 있도록 확대했다.

우리금융지주도 다음달 14일 본점에서 하반기 경영전략회의가 열릴 계획이다. 임종룡 회장 취임 후 처음 열리는 반기 전략 수립으로 임 회장은 하반기 집중해야할 과제를 꼽고 구체적인 실행 목표 등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지주도 이달 말 전 계열사 경영진이 참석하는 경영전략회의를 통해 금융경쟁력 강화 및 내실 경영에 초점을 맞춘 전략 수립에 나설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 초 계획했던 것보다 환경이 급변하다 보니 경영전략을 다시 수정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4대 금융지주를 중심으로 상반기 9조원에 가까운 순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업계는 리스크 측면에서 하반기에는 혹시 모를 퍼펙트 스톰(경제 복합위기)에 대비해 기본에 충실할 것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올 상반기까지 주요 화두가 리오프닝과 맞물린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대비였다면 하반기 들어서는 그 동안 쌓였던 리스크가 한꺼번에 '위기'로 다가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대거 적립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지만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부실 폭탄이 언제 터질지 몰라 긴장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특히 시중은행들은 신규 연체율 상승세가 가파르다는 것이 문제로 보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중·저신용자 대출의 부실이 늘어난 여파가 저축은행·캐피탈 등 2금융권 연체율을 급등시킨 데 이어 은행권마저 안심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는 분석이다. 

최근 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신규 연체율이 1년 새 두 배 넘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연체율이란 당월 신규 연체 발생액을 전월 말 대출잔액으로 나눈 값으로 새로운 부실이 매달 얼마나 발생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평균 신규 연체율은 지난 5월 기준 0.09%로 집계됐는데 이는 작년 같은 달(0.04%)과 비교하면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그 동안 유예된 대출 일부에 대한 상환이 시작되고 고금리가 장기화한 탓에 빚을 감당하지 못하는 가계와 기업이 늘어난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에 하반기에는 수익성에 치중한 영업 전략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둔 전략을 고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수출 부진 장기화에 따른 경기 침체 조짐까지 나타나면서 은행권 연체율은 앞으로도 오름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많다"며 "부실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에 건전성 관리에 집중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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