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신청 기한 16일 종료···일동제약, 당초 내달 14일까지 권고사직 예고 
일동제약 노조, 21일 회사와 협상···“퇴직 이후 강제조치 거부” 입장 
보상금 논란, 희망퇴직 9개월·권고사직 5개월···일동 “파이프라인 라이선스 아웃 대상 미공개”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지난달 구조조정을 선언했던 일동제약이 지난주 직원들로부터 희망퇴직 신청 접수를 마감했다. 당초 일동제약은 희망퇴직에 이어 권고사직과 정리해고 가능성을 예고했는데 향후 어떻게 진행할지 주목된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동제약은 지난달 23일 시작한 직원들 희망퇴직 신청을 이달 16일 오후 종료한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일동제약그룹은 지난달 23일 지주사인 일동홀딩스와 일동제약 임원 20% 이상을 감원하고 차장 이상 간부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같은 발표와 함께 진행한 퇴직 신청이 지난주 마무리된 것으로 파악된다. 단, 희망퇴직 신청자 숫자는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희망퇴직은 내부 구성원을 대상으로 하는 것인 만큼 관련 정보는 외부에 제공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일동제약 노동조합도 퇴직 신청자와 관련, “회사로부터 아직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일동제약이 구조조정을 선언한 이후 진행한 첫 번째 절차인 희망퇴직 신청이 마감됨에 따라 회사 주변에서는 당초 예고했던 권고사직 가능성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일동제약은 희망퇴직이 확정된 직원은 6월 30일자로 퇴직 처리하며 6월 19일부터 7월14일까지 권고사직을 한다고 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희망퇴직과 권고사직에도 회사 경영상태 개선을 위한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을 때 불가피하게 정리해고가 고려될 수 있다는 입장을 직원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일동제약이 직원들에게 공지한 내용 특히 일정은 민감한 부분이긴 하지만 좁은 업계 특성상 대부분 외부에 알려졌다”며 “희망퇴직 신청이 끝난 6월 19일 이후는 회사측이 예고대로 행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로선 일동제약 구조조정을 합리적인 선에서 진행하도록 견제할 수 있는 방법은 제한적이라는 업계 지적이다. 현실적으로 일동제약 노조가 대안으로 꼽힌다. 노조는 이번 구조조정에 대해 입장 정리를 진행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우선 일동제약 노조는 회사 채권단이 각종 경영지표에 대한 부실징후를 파악하고 더 큰 위기를 막기 위해 구조조정을 요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채권단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일동제약이 검토 끝에 자구안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가 구조조정을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일동제약 노조는 희망퇴직→권고사직→정리해고로 이어지는 사측 계획을 전체적으로는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즉 희망퇴직까지는 진행할 수 있지만 이후 강제조치에 대해서는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노조 관계자는 “이번 주부터 일동제약은 사실상 권고사직이 가능하며 내부 사정은 복잡하다”며 “21일 사측과 협상 일정이 잡혔으며 협상을 통해 노조 입장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희망퇴직 신청이 일단 종료된 상황에서 향후 핵심은 노조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동제약이 직원 권고사직을 강행할 수 있느냐로 요약된다. 현실적으로 노조가 반발해도 사측이 경영난을 사유로 부서별 권고사직을 추진할 경우 막을 수 있는 방법은 파업 등 극한 투쟁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영업사원의 경우 기간별로 매출목표가 있기 때문에 최근에는 비교적 성과 여부가 드러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영업실적을 토대로 저성과자를 분류해 권고사직을 강행하면 반대할 명분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지난주까지 희망퇴직 신청자가 소수인 것으로 파악했다”며 “당초 사측이 구상한 규모가 있었을 텐데 퇴직 숫자가 적으면 나머지를 권고사직으로 충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참고로 기간제 근로자를 포함한 일동제약 직원 숫자는 1분기 말 기준 1426명이다. 지난해 말 기준 1451명에 비해 25명이 감소한 수치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제약업계에는 일동제약이 직원들에게 제시한 보상금에 대한 논란도 적지 않다. 업계에 따르면 일동제약이 희망퇴직 신청자에 지급하는 보상금은 9개월 치 급여다. 권고사직 대상자에게 지급 예정인 보상금은 5개월 치 급여다. 이같은 보상금 규모가 적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다국적 제약사와 국내 제약사 차이는 있지만 다국적 제약업계 평균이며 관행으로 알려진 ‘2n+6’에 비해 적다는 것이다. 2n+6이란 예를 들어 10년 근무한 직원이 희망퇴직을 신청할 경우 10에 2를 곱한 다음 여기에 6개월을 더한 26개월치 기본급을 의미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대외적으로 공표하고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국내 제약사로는 사실상 일동제약이 처음인데 보상금 규모는 하나의 선례로 남을 수 있다”며 “희망퇴직은 마무리됐으니 권고사직의 경우 노조와 사측이 안건으로 협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보상금 책정에 있어 최근 일동제약 경영상황을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최근 영업적자와 부채비율 등 경영지표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회사가 구조조정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사정이 일부 판단된다”고 언급했다.  

또한 지난달 일동제약이 밝혔던 신약 파이프라인의 조기 라이선스 아웃 가능성도 업계 관심 대상이다. 코로나19 치료제 ‘조코바’를 비롯, 일동이 보유한 주요 신약 파이프라인은 현재 9개 후보물질이다. 질환별로 2형 당뇨 치료제와 NASH(비알코올성지방간염) 치료제, 소화성궤양 치료제 등 다양한 편이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파이프라인별로 조기 라이선스 아웃 추진 대상 여부를 공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신약개발 과제에 대한 우선순위 설정 및 선택과 집중을 도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결국 일동제약이 선언한 구조조정은 일단 희망퇴직 종료라는 한 고비를 넘긴 것으로 파악된다. 이어 내일(21일) 이후 순차적으로 진행될 일동제약 사측과 노조 협상에서 향후 구조조정 방향이 가닥을 잡을 전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어려운 경영상황이 이해가 가지만 일동제약 내부에는 신약 R&D(연구개발) 실패 책임을 직원들에게 돌린다는 불만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회사는 구조조정에서 직원들을 최대한 배려하며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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