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BNK 주가 부진한데도 지분 늘려
'시장 침체 속 원활한 자금조달 위해 투자' 관측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부산 지역의 주요 건설사인 협성종합건업이 올해 주가가 부진한 BNK금융지주 지분을 대거 늘리면서 관심이 모인다. 협성종합건업은 지난 2021년부터 BNK주식을 사들여 최근 3대 주주로 올라섰다. 일각에선 투자이익 외에도 지역 금융그룹인 BNK와 관계를 위해 지분을 매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협성종합건업은 BNK금융지주 주식 100만주를 지난 12일부터 19일까지 사들였다. 주당 6908원씩 총 69억원을 투입해 매입했다. 이에 협성종합건업은 특수관계자를 포함해 BNK금융 지분 5.25%를 보유했다. 협성종합건업이 2.34%을 소유하고 정철원 협성종합건설 회장(0.06%)과 함께 계열사 5곳이 나머지 지분을 가지는 구조다.
협성종합건업은 이번 매수로 BNK금융 3대 주주 자리를 차지했다. BNK의 최대주주는 롯데건설(11.14%), 2대 주주는 국민연금(8.36%)이다. 협성종합건업은 지난 2021년부터 BNK금융 주식을 대거 사들이고 있다. 그 해 취득원가로 121억원 어치를 매입하더니 작년에는 249억원으로 100억원 넘게 지분을 추가 매입했다.
협성종합건업은 지난 1983년에 창업한 부산의 중견건설업체다. 정 회장이 전체 지분 99%를 소유한 오너 기업이다. 부산 정관과 센텀, 장림, 수영 등에 ‘협성르네상스’ 브랜드 아파트를 건설한 바 있다. 부산 북항의 굵직한 사업들을 연이어 따내며 이름을 알렸다. 지난 4일 준공한 협성마리나G7은 북항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주목을 받았다.
협성종합건업은 이번 매수는 단순 투자목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선 지분 매입 시점을 보면 단지 투자이익을 거두기 위해 매입했다고 보기엔 다소 의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협성종합건업은 지난 2021년에는 BNK금융의 주가가 다소 올라 약 10억원 정도의 평가이익을 거뒀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주가가 하락해 28억원의 손실을 봤다. 더구나 협성종합건업은 BNK 주식을 모두 단기매매증권으로 분류하고 있어 평가손실은 모두 당기손익에 반영된다.
BNK의 주가는 최근에도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실적발표를 앞둔 지난 1월 25일 7240원까지 올랐지만 이후 은행주들이 모두 하락하면서 이날 6930원에 머무른 상태다. 더구나 올해 남은 기간 은행주의 전망이 좋지 못하다. 경기침체의 장기화로 인해 대규모 부실채권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 점이 문제다. 금융당국이 새 제도(경기대응완충자본)를 도입한 탓에 배당을 늘리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국민연금도 BNK를 비롯한 은행주 투자 비중을 줄이고 있다.
업계에선 협성종합건업이 투자이익과 함께 BNK금융과의 관계를 위해 지분을 늘린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지역의 굵직한 건설 사업을 따내기 위해서는 부산·경남은행 등 지역 기반 금융사로부터 자금을 원활히 구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로 금융사들이 자금을 내주는 것을 꺼리는 상황에서 BNK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도움이 될 수 있단 평가다.
협성종합건업이 향후 지분을 더 늘리면 BNK에 대한 영향력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외이사 추천권을 받고 이사회에 진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대 주주인 롯데는 BNK금융 이사회 구성원 1인을 추천하고 있다. 이사회에 들어와도 롯데와의 갈등은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협성종합건업은 부산 강서구 대저대교 사업의 시행사인 롯데컨소시엄에 참여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