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에 진심인 현대차···“2030년 200만대 판매 목표”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현대자동차가 전동화 전환에 속도를 낸다. 오는 2030년까지 전기차 200만대 판매를 추진해 전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선두 자리를 유지해나갈 계획이다.

또한 향후 10년간 연평균 11조원 수준의 투자를 통해 전기차를 비롯해 수소차, 자율주행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로보틱스, AAM(미래항공모빌리티) 등 미래 사업도 확장해나갈 방침이다.

20일 현대차는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투자자, 애널리스트, 신용평가사 담당자 등을 대상으로 ‘2023 CEO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중장기 사업 전략과 재무 계획을 발표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를 포함해 글로벌 전기차 목표를 새로 제시했다. 올해 33만대 판매에 이어 2026년 94만대, 2030년 200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CEO 인베스터 데이 발표와 비교하면 2026년엔 10만대, 2030년엔 13만대 상향된 수치다.

목표 달성 시 현대차 내 전기차 비중은 올해 8% 수준에서 2026년 18%, 2030년 34%로 상승하게 된다. 특히 2030년 미국, 유럽, 한국 등 전기차 핵심 지역의 경우 전기차 비중이 절반 이상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지역별로 미국 시장에선 오는 2030년까지 전체 판매의 53%에 해당하는 66만대를 전기차로 판매할 계획이다. 같은 기간 유럽에서는 전체 판매의 71% 수준인 51만대를, 한국에서는 37% 규모인 24만대를 전기차로 판매한다.

◇ 2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 도입으로 효율성 향상

현대차는 차세대 전기차 전략을 ‘현대 모터웨이’로 정하고 통합 모듈러 아키텍처, 전기차 생산 역량 강화, 배터리 역량 고도화 및 벨류체인 구축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먼저 현대차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에 이어 2025년 2세대 전용 전기차 플랫폼을 도입할 계획이다. 동시에 통합 모듈러 아키텍처 개발 체계를 완성한다.

통합 모듈러 아키텍처를 통한 차세대 차량 개발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원가 절감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현행 플랫폼 개발 체계에서는 동일한 플랫폼을 쓰는 차종끼리만 부품 공용화가 가능하며 선행 개발하는 공용 플랫폼 부품이 23개 수준이지만, 통합 모듈러 아키텍처 개발 체계에서는 전 차급 구분없이 적용할 수 있는 86개의 공용 모듈 시스템의 조합을 통해 차종이 개발된다.

일례로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하는 아이오닉5와 내연기관 플랫폼을 활용한 파생 전기차 코나EV는 현재 개발 체계에선 모듈 호환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향후 통합 모듈러 아키텍처가 도입되면 모터, 배터리뿐만 아니라 인버터, 전기전자 및 자율주행 등 핵심 전략 모듈 13개를 공유할 수 있게 된다.

2세대 전용 전기차 플랫폼은 통합 모듈러 아키텍처 개발 체계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할 예정이다. 2세대 EV 플랫폼은 중형 SUV 차급 중심의 E-GMP와 달리 소형부터 초대형 SUV, 픽업트럭, 제네시스 브랜드 상위 차종 등을 아우르는 전 차급으로 확대된다. 현대차는 2025년부터 2030년까지 현대차 4종, 제네시스 5종의 승용 전기차를 2세대 전용 EV 플랫폼으로 개발해 출시할 계획이다.

2세대 플랫폼은 5세대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와 고효율·고출력 모터 시스템 등 PE(Power Electric) 시스템 탑재를 목표로 개발되며, 향후 각형 NCM 배터리를 포함해 폼팩터 다변화와 경제성, 안전성 등이 장점으로 꼽히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적용이 추진된다.

이어 현대차는 주행거리 확대를 위해 세계 최초로 보조배터리를 활용한 주행 중 충·방전 기술을 적용하는 등 기반 기술 확보를 준비 중이다. 배터리는 AI(인공지능) 기반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에 원격진단 기능을 추가하고 급속한 열확산 차단 등 화재 안전 기술을 적용한다.

아울러 2세대 전용 플랫폼은 SDV 실현을 위한 소프트웨어 아키텍처와의 호환성을 고려해 개발 중이다. 현대차는 2세대 플랫폼에 개방형 OS(운영체제) 적용을 통한 앱 생태계 구축을 추진하며, 레벨 3 이상의 자율주행, 공간 탐색 원격 주차 및 출차 제어 기능 등을 구현할 계획이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현대차는 전동화와 미래기술에 대해 어떠한 글로벌 회사보다도 선제적으로 대응해 왔으며, 앞으로 전동화 톱티어 리더십을 확보해 나가겠다”라며 “현대 모터 웨이는 수많은 현대차 임직원들이 축적해 정립한 혁신 DNA가 구체화된 모습으로, 새롭고 지속가능한 수익 창출의 원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2030년 전기차 생산 비중 34%까지 확대 

전기차 판매 확대를 위해 생산 역량 강화에도 집중한다.

현대차는 기존 내연기관 생산라인을 전기차 생산이 가능한 혼류 생산 라인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기존 내연기관 공장을 전기차 생산이 가능하도록 전환하는 것이 신규 공장 건설과 비교할 때 시간적, 비용적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 기존 생산공장을 활용하는 동시에 전기차 수요가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주요 시장에 별도의 전기차 전용 공장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2024년엔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2025년엔 울산에 전용 공장에서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현대차는 전기차 생산 비중을 올해 8%에서 2030년엔 34%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전기차 핵심인 배터리 기술과 관련해선 전 영역을 아우르는 밸류체인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현대차는 올해 새로운 하이브리드 차량을 선보이며 자체 설계한 배터리를 탑재할 예정이다.

가격 경쟁력 확보 및 수요 대응을 위해 다양한 배터리 셀 개발도 추진한다. LFP 배터리의 경우 배터리 셀과 특화 배터리 시스템을 포함하는 공동 개발을 배터리 회사와 진행 중이다. 2025년경엔 공동 개발한 LFP 배터리를 전기차에 최초 적용하고 추후 신흥 시장 중심으로 탑재 모델을 늘려갈 방침이다.

◇ 109조원 투자해 미래모빌리티 사업 확대

현대차는 전동화 전환과 미래모빌리티 사업 확대를 위해 2032년까지 10년간 109조4000억원을 투자하고, 2030년엔 전기차 부문 영업이익률 10%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

구체적으로 ▲R&D 투자 47조4000억원 ▲설비투자 47조1000억원 ▲전략투자 14조9000억원 등이다. 특히 현대차는 전동화 부분 투자가 집중되는 2024년과 2025년에 12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전동화 관련 투자비는 35조8000억원으로 향후 10년 동안 연평균 3조6000억원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 CEO 인베스터 데이 때 발표한 연평균 2조2000억원과 비교해 매년 1조4000억원 늘어난 규모다.

서강현 현대차 부사장은 “앞으로도 미래 기술 투자를 비롯해 투자 전략과 수익 창출, 주주환원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통해 지속가능하고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