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브로이, 대한제분에 재반박
세븐브로이 “곰표시즌2 레시피, 시즌1과 동일" 주장
대한제분 “재고처리 위해 협의 제안, 세븐브로이 응하지 않아“
[시사저널e=이숙영 기자] ‘곰표밀맥주’를 둘러싼 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맥주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올해 초 곰표 상표권에 대한 계약이 종료되며 불거진 이번 다툼은 양사가 서로 번갈아 입장을 발표하며 ‘진흙탕 싸움’으로 확대되고 있다.
20일 오후 세븐브로이는 입장자료를 내고 “중소기업인 당사의 미래가 걸린 일이기에 허위사실을 유포한 적이 없다“며 “모든 문제를 공신력 있는 국가기관에서 판단해주시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허위사실 유포에 강력 대응하겠다는 대한제분의 입장에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곰표밀맥주는 지난 2020년 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가 협력해 선보인 콜라보 맥주다. 곰표밀맥주는 출시 직후부터 편의점, 대형마트 등에서 매진되며 품절대란을 일으켰고, 총 3년간 약 5850만캔 판매고를 올리며 콜라보 맥주 인기를 선도했다.
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 사이에 갈등이 발생한 것은 상표권 계약 만료 시점부터다. 올해 3월 대한제분은 세븐브로이와의 계약을 마치고 제주맥주와 손을 잡았다. 곰표밀맥주의 흥행으로 재계약을 예상했다가 실패한 세븐브로이는 곰표밀맥주와 같은 맛의 맥주를 ‘대표밀맥주’로 새로 출시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한제분은 곰이 그려진 대표밀맥주의 패키지가 곰표밀맥주와 비슷하다며 경고했고, 결국 세븐브로이가 기존 곰 이미지를 호랑이 이미지로 변경했다.
하지만 갈등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대한제분이 제주맥주와 오는 22일 ‘곰표시즌2’를 출시한다고 밝히며 2차전이 발발했다. 세븐브로이는 기존 계약 기간 동안 생산한 제품을 올해 9월까지 판매해야 하는데, 이달 곰표시즌2가 나오면 두 제품이 섞여 판매가 어렵다고 주장하며 대한제분을 상대로 법원에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지난 15일에는 세븐브로이가 대한제분을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 금지’와 ‘사업활동방해행위 금지’ 위반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주류 수출 경험과 면허가 없던 대한제분이 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세븐브로이의 수출사업을 탈취했고, 성분분석표·영양성분표 등 핵심 기술을 탈취해 사업활동을 방해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제분은 전날 입장문을 통해 “곰표밀맥주 재출시와 관련한 공정위 신고와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세븐브로이의 주장 대부분이 '허위'라고 밝혔다.
대한제분은 기존 제품 재고처리를 위해 세븐브로이에 지속적으로 협의를 제안했으나 세븐브로이가 이에 응하지 않고 독자 제품을 출시했다고 주장했다. 또 세븐브로이가 곰표시즌2 사업을 방해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돌연 가처분 신청을 했다고 언급했다. 곰표밀맥주와 곰표시즌2의 레시피 유사성과 수출사업 탈취에 관해서는 전면 부정했다.
이에 세븐브로이도 이날 입장문으로 대응에 나섰다. 세븐브로이 측은 “대한제분으로부터 계약종료가 한달 남짓 남은 상황에서 계약해지를 통보받았다“며 “세븐브로이는 곰표밀맥주 대체 제품을 만들기 위해 기획부터 생산까지 한달 이내에 이뤄져야 했던 상황이었음에도 대한제분의 의견을 최대한 수용하고 성실하게 대응했다“고 말했다.
또 세븐브로이는 곰표시즌2 사업을 방해하려는 목적으로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한 것도 아니라고 했다. 세븐브로이 측은 “계약에 따라 사전 제작이 완료된 저장주와 인쇄된 캔, 병, 원재료 등을 사용해 재고를 소진하고자 했으나, 대한제분은 재고를 캔입한 것으로만 한정해 소진하라고 통보했다“며 막대한 손실을 막기 위해 가처분 신청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세븐브로이는 곰표시즌2의 레시피가 시즌1과 동일하다는 주장을 유지했다. 이달 출시를 위해 유통된 곰표시즌2의 실물을 확인했을 때, 제품에 표기된 원재료 목록과 함량 비율 등이 매우 유사했다는 것이다. 특히 세븐브로이에서 국내 밀맥주에 최초로 사용한 ’벨기에 세종 효모’가 곰표시즌2에 사용됐다고 전했다. 이는 곰표시즌2에 독자적 레시피를 사용했다는 대한제분의 입장과는 상반된다.
해외수출 사업에 대해서도 양측의 의견은 첨예하게 대립했다. 전날 대한제분은 “곰표밀맥주의 해외 수출사업은 애초부터 상표권자인 대한제분의 허락 없이는 진행할 수 없다“며 “대한제분이 세븐브로이의 수출사업을 빼앗았다는 주장 자체가 성립할 수 없는 사실관계“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세븐브로이 측은 “수출 이관 과정의 문제를 제기한 가장 큰 이유는 업무 이관 과정에서 곰표밀맥주의 성분표와 배합자료, 노하우 등이 넘어갔기 때문“이라며 “수고와 노력을 들여 만들어진 곰표밀맥주라는 제품은 모두 자사 소유이므로 본인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인식은 공정한 시장경제를 위해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대한제분이 제주맥주와 함께 만든 곰표시즌2는 오는 22일 출시를 앞두고 있다. 대한제분은 신제품 출시 준비를 계속할 방침이다. 다만 법원이 세븐브로이의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 곰표시즌2 판매는 중지된다. 세븐브로이 측은 “지난 3년간 파트너십을 맺어왔던 대한제분과의 분쟁이 안타깝고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며 “이제 겸허하게 공신력 있는 국가기관의 공정한 판결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