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실험 분석 소프트웨어 8월 선보일 계획···AI로 정확도·효율↑
"복잡한 실험 인력 분석에 의존···행동 분석의 자동·정교화 필수적"
"행동분석 자동화 수요 전 세계서 높아···글로벌 기업 되도록 노력"
[시사저널e=김지원 기자]동물 행동 관찰은 신약 개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단계다. 하지만 사람의 맨눈으로 증상과 행동, 변화 등을 파악하기엔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는 어려움이 있었다. 액트노바는 이 과정에 인공지능(AI)을 활용했다. AI를 통한 분석으로 정확도와 효율을 높였다.
21일 액트노바는 행동 실험 분석 소프트웨어를 오는 8월 중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액트노바는 다양한 AI·딥러닝 기술을 개발하고 뇌신경질환 동물모델의 행동을 분석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바이오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액트노바의 제품은 한마디로 사람이 직접 관찰하고 분석하던 생쥐와 같은 신약 개발용 동물의 실시간 행동 등을 AI가 알고리즘을 이용해 대신해 주는 기술이다.
액트노바는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연구 교수를 지낸 김대건 대표와 행동 실험 권위자인 김대수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교수, 국내 동물실험장비회사 쓰리샤인의 박천귀 대표가 설립했다. 기업명 액트노바는 행동하다라는 뜻의 액트(ACT)와 새롭다, 신성 등의 의미인 노바(Nova)의 합성어로, 글로벌 행동 분석 산업에서 초신성이 되고자 하는 포부를 담았다.
신약 개발에는 동물의 행동을 관찰하고 파악하는 과정이 포함된다. 특정 질병과 그에 따른 동물 행동 관찰이다. 예를 들어 파킨슨 질병이 있는 생쥐의 경우 제자리를 도는 모습을 보인다. 이때 생쥐가 몇 바퀴를 돌았는지로 증상의 정도를 파악하는 식이다. 뇌전증과 같은 질병은 발작 증상, 증상이 발생한 총시간 등을 통해 증상 정도를 판별한다. 이때 연구원이 직접 눈으로 실험동물을 직접 관찰·평가하고 분석하는데, 이를 AI가 대신하는 게 액트노바의 행동 분석 프로그램이다.
행동 분석 프로그램은 크게 두 가지 부문이다. 검출과 검출된 데이터를 통한 분석 부문이다. 검출부문은 AI 비전 알고리즘을 통해 행동영상이미지 데이터 등에서 특정 영역을 검출하는 기술이다. 테슬라 등 자율주행 자동차에서도 해당 기술이 쓰이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에서는 카메라를 이용해 보행자, 자동차 등 도로 상황을 파악한다.
이런 AI 비전 알고리즘을 행동 실험 분석 분야에 적용한 것이다. 행동 영상과 이미지 데이터 등을 보고 특정한 영역을 검출하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생쥐의 경우 중요 부위인 코끝, 머리 중심, 몸 중심, 항문, 꼬리 끝, 양손, 양발 등 총 9개의 키포인트의 위치를 정밀하게 검출한다.
이어 검출된 데이터를 이용해 분석을 진행한다. 생쥐의 9개 키포인트 위치 좌표는 시간에 따라 계속 변화한다.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데이터, 즉 시계열 데이터를 다양한 방식으로 분석해 행동을 분류한다. 질환에서 보이는 증상 간의 차이나 치료제의 효과 등에 대한 분석도 가능하다.
AI 이용 분석의 장점은 정확도 높은 결과를 빠르게 도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람이 육안으로 행동을 분석하고 판별하는 기존 방식은 장시간이 소요되고 부정확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예를 들어 마비의 정도를 파악할 때는 생쥐의 꼬리가 움직이면 0점, 꼬리만 움직임이 없으면 1점 식으로 판별 기준이 정해져 있다.
해당 판별 기준을 AI에 학습시킨 후, 이를 토대로 결과를 도출케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분석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더 많은 신약 후보 물질에 대한 빠른 스크리닝과 실험도 가능하다.
아울러 기존 육안 방식으로는 파악할 수 없었던 고차원 행동 데이터도 얻을 수 있다. 육안을 통해서 관찰할 수 있는 부분이 단순한 움직임 정도였다면, 9개의 키포인트에 대한 시계열 데이터를 통해, 운동 증상의 세세한 완화 정도나 골격 자유도 등에 대한 평가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임상·비임상 시험 과정 내 인력 간섭을 최소화하고, 치료제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동물실험에 희생되는 동물의 수도 최소화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이다.
이를 적용한 AI 머신 비전 솔루션 ‘아바타 3D 시스템’(AVATAR 3D System)은 상용화가 완료됐다. 하드웨어를 소프트웨어로 선보인다는 목표다. 인지와 행동 증상을 정량화하고 다양한 뇌 질환 증상과의 상관관계 규명에 사용되고 있다는 게 엑스노바 측 설명이다. 특히 치매나 파킨슨처럼 진단 자체가 어려웠던 뇌 질환 등도 증상 발현과 완화 정도를 파악하고 고도화된 행동 분석이 가능한 것이 강점이다.
김대건 액트노바 대표는 “바이오 신약 개발의 동물실험 프로세스 중, 행동 실험 분야를 타깃하고 있다”라며 “행동 실험 분석은 환부를 사진으로 찍어 파악하는 암이나 종양과 같은 내과질환과 달리 시간의 흐름에 따른 행동과 움직임을 영상데이터로 분석해야하는 어려움이 있다”라며 “복잡한 실험을 인력분석에 의존하고 있는데, 결국 자동화와 행동분석 프로그램의 정교화가 필수적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특히 사회 고령화와 평균 수명의 증가로 중추신경계, 뇌 질환의 발병이 급속히 증가한 만큼, 관련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어려운 행동 실험의 평가에 대한 자동화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많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액트노바는 세계 시장 무대로 보폭을 확대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해외 선두그룹 사이에서도 (행동 실험 분석에 대한) 수요가 확실한 만큼, 빠르게 확장(스케일 업)하려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MIT에 수출뿐 아니라, 다양한 글로벌 100개 기관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라며 “여러 방면으로 한국에서 글로벌 회사가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액트노바는 세계 시장을 무대로 보폭을 확대 중이다. 연내 구독형 행동 분석 스코어링 서비스 ‘액트버스’를 해외 시장에 출시한다는 목표다. 미국 법인 설립에도 나설 계획이다. 김대수 교수는 “현지 사정에 맞는 마케팅, 판로 등의 확보 차원에서 미국 법인 설립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