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계열사 은행, 연체율·부실채권 비율 모두 상승
배당·자사주매입 확대 자제할 듯···주가 부진도 이어질 전망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대형 시중은행들의 연체율이 계속 오르면서 모기업인 금융지주는 올해 주주환원 정책을 확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올해 9월 말 중소기업·자영업자 대출 지원 프로그램이 종료로 자산건전성이 더 악화될 우려가 있는 점은 부담이다. 배당과 자사주매입을 늘리지 못하면 그만큼 금융지주의 주가 부진은 더 길어질 것이란 예상도 제기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신규 연체율(잠정) 평균은 0.09%로 집계됐다. 1년 전 같은 기간 신규 연체율(0.04%)과 비교해 두 배가 넘는다. 신규 연체율은 해당 월에 발생한 원리금 상환이 밀린 대출액(연체액)을 전월 말 기준 대출잔액으로 나눈 것이다. 얼마만큼의 새로운 부실이 발생했는지를 나타낸다.
신규 연체율은 작년 7월까지는 0.04%를 유지했지만 이후 계속 올랐다. 그 결과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전체 연체율 평균치도 0.33%로 전년 동월 대비 0.13%포인트 급등했다. 가계대출 연체율(0.29%)과 기업대출 연체율(0.37%)이 작년 동기 대비 각각 0.13%포인트, 0.15%포인트 올랐다.
연체율이 오른 탓에 부실등급채권도 늘어나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5월 말 기준 전체 대출 가운데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 비율은 평균 0.29%로 1년 전 같은 기간 대비 0.04%포인트 올랐다. 3개월 이상 연체 시 고정이하 여신으로 분류되는데, 통상 연체율이 상승하면 시차를 두고 고정이하여신비율도 올라가게 된다.
이에 대형 시중은행의 모기업인 금융지주들은 올해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시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최대 계열사인 은행에서 부실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대손충당금을 늘리고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개선해 향후 발생할 손실에 대한 흡수력을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위한 여력을 줄이는 요인이다. 대손충당금은 제공한 대출자산 가운데 부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은 미리 손실로 처리하는 비용항목이다. 충당금이 늘면 당기순익이 감소해 배당 가능한 액수도 쪼그라든다. 또 배당과 자사주 매입은 자본 감소 요인이다. BIS비율 개선을 위해선 배당과 자사주 매입 확대는 피해야 한다.
향후 시중은행의 자산건전성은 더 악화될 것으로 업계는 본다. 시중금리가 작년 4분기보다 다소 내려왔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상은 멈췄지만 인하에 대해선 아직 선을 긋는 상황이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고금리 경향이 이어지면 그만큼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이자 부담이 커진다.
특히 올해 9월 말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출연장·이자유예 정책이 종료되는 점이 문제다. 정책이 끝나면서 그간 가려져 있던 부실 대출채권이 일시에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최근 금융당국이 경기대응완충자본 제도를 도입한 것도 주주환원 확대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금융지주는 제도 시행에 따라 추가적으로 자본비율을 올려야 한다.
주주환원 확대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금융지주의 주가도 당분간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금융지주의 주가는 올해 초 작년 실적발표를 앞두고 상승세를 탔지만 이후 하향곡선을 그렸다. 금융당국이 은행의 대출 금리 산정에 사실상 개입하는 등 ‘관치 논란’이 일면서 외국인투자자들이 빠져나간 영향이다. 지난 3월부터 3개월간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 주식을 약 1조원 가량 순매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지주는 그간 호실적에도 주주환원을 늘리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지난 2020년부터 2021년까지는 배당확대를 금융지주가 사실상 제동을 걸었다. 지난해 비로소 자사주매입을 진행하면서 전체 당기순익 가운데 주주에게 환원한 몫의 비율을 늘렸다. KB·신한·하나금융지주는 주주환원율 30%를 달성했다. 하지만 올해 이를 넘어서는 주주환원율을 기록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작년엔 금융지주들이 분기배당을 정례화하는 등 주주환원 정책을 일부 확대했지만 올해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9월 이후 부실규모가 예상보다 늘어나면 금융당국은 금융지주에 추가 충당금 적립을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