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A-’ 강등, PF보증 부담 과도
한신공영 ‘BBB’ 조정, 수익성 악화·재무부담 확대
“미착공 사업장 우발채무 주목…불확실성 여전”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태영건설과 한신공영 등 중견 건설사들의 신용등급이 일제히 하락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와 미분양 증가, 유동성 경색 등에 따른 수익성이 악화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건설사 신용등급 줄강등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태영건설의 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A-’로 강등했다. 이는 10단계로 나뉘는 투자적격등급(AAA~BBB-) 가운데 7번째로 사실상 자체 신용으론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을 확보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기업어음 신용등급도 ‘A2’에서 ‘A2-’로 낮췄다.

태영건설은 과도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에 발목이 잡혔다. 자금을 선투입해야 하는 군부대 이전과 역세권 복합단지 등 개발사업에 제공한 PF보증(연대보증, 채무인수, 자금보충) 규모는 2020년 말 1조3000억원에서 올해 3월 말 2조4000억원까지 불어났다. 특히 전체 PF보증의 50%에 근접하는 미착공 PF보증 현장 중에서 상대적으로 분양 여건이 저조한 지방의 비중이 커 재무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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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인상과 미분양 적체 등 부정적인 시장환경도 신용등급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인건비를 비롯한 공사원가가 높아진 가운데 분양경기 마저 부진해 일부 사업장의 수익 인식이 지연되고 있어서다. 한신평 관계자는 “분양성과나 자금조달 환경에 따른 현금흐름을 고려할 때 늘어난 재무부담을 단기간 내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다”고 분석했다.

또한 한기평은 한신공영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한 단계 낮췄다. 신용등급 하락은 수익성 하락과 재무부담 확대에서 비롯됐다. 한신공영은 지난 2018년 이후 대규모 자체사업과 도급사업 준공 등의 영향으로 외형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올 1분기엔 신규 현장 착공과 공정 진행의 본격화로 연결기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 상승한 3139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준공을 앞둔 공사들의 돌관공사 진행에 따른 원가부담, 레미콘·시멘트 등 원자재 가격 인상 등의 요인으로 영업이익(EBIT)/매출액이 1.4%까지 하락했다. 올 3월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247.5%에 달한다.

사업장의 미분양 위험 역시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한기평 관계자는 “1분기 말 진행 중인 주택사업의 66.6%가 미분양위험지역(포항·울산 등)에 분포해 있어 추가 손실 가능성이 남아있다”며 “대구 노곡동 공동주택, 인천 영종과 같이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지역의 프로젝트들은 착공 전환 및 분양성과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한 상황이다”고 진단했다. 이어 “건설업계가 연초부터 공급 제한을 통해 미분양 규모를 7만2000가구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으나 유의미한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은 제한적이다”고 덧붙였다.

건설사 신용등급 하향 사례가 잇따르자 하반기 건설사 신용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신평사들은 미착공 사업장 관련 우발채무에 주목하고 있다. 한신평에 따르면 PF 보증 1000억원 이상인 합산 보증액은 2018년 11조원에서 지난해 9월 20조원으로 확대됐다. 이 가운데 아직 분양이 진행되지 않은 미착공 사업장에 대한 PF 보증은 63%인 약 13조원에 달한다. 미착공 사업장은 아직 분양이 진행되지 않았지만 집값이 떨어지거나 공사 원가 금융비용이 오르며 사업성 저하됨에 따라 착공이 지연된 곳이다. 이런 사업장에 시공사가 보증을 제공했다면 이를 대위 변제하면서 우발 채무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한 업계 관계자는 “착공한 사업은 초기 리스크를 제거하고 공사와 분양을 진행 중인 건이 대부분이다”며 “하지만 첫 삽을 뜨지 못한 경우 착공 전 리스크는 물론 착공 후 리스크까지 가늠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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