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원 개개인 손해배상 책임 동일하게 보는 것 문제삼은 판결···향후에도 소송은 가능
재계 “개개인 책임 따지는 것 사실상 불가능···불법파업 길 열어줄 것”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최근 현대자동차가 노조원 4명에 제기한 불법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대법원이 파기 환송한 것과 관련한 파장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습니다. 노동계에선 해당 판결을 환영하는 반면, 재계에선 앞으로 불법파업으로 인한 회사손해가 발생해도 배상 받을 길이 막혔다며 탄식하는 모습인데요.
실제로 불법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불가능해진 것일까요.
정확히 말하면 일각의 주장처럼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불가능해진 것은 아니고 ‘현실적으로 어려워진 것’이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해당사건을 파기 환송하며 "노동조합의 의사결정이나 실행행위에 관여한 정도는 조합원에 따라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노동조합과 개별 조합원의 손해배상책임 범위를 동일하게 보는 것은 헌법상 근로자에게 보장된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불법파업과 관련해 개개인의 책임 정도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따지고 들어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말은 즉, 노조가 불법파업을 해 회사 손해가 발생한 경우 각각 누가 얼마만큼 가담하고 무엇을 했는지에 대해 회사가 입증해낼 수 있다면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이죠. 아예 손해배상을 받을 길이 막힌 것은 아닙니다.
다만 재계에선 이 같은 조치로 사실상 손해배상 청구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일단 한 명 한 명 책임소재를 가리는 것 자체가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죠. 한 재계 인사는 “기업이 수사권 가진 경찰도 아닌데 개개인마다의 책임을 입증하는 것이 가능하겠느냐”며 “이런 문제 때문에 보통 법은 집단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을 때 연대책임을 묻도록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판결은 이와 반대되는 것으로 사실상 불법파업 길을 열어줬다”고 토로했습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산업본부장은 “민법에선 공동불법행위에 대해 피해자가 모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불법행위 가담자들이 내부적으로 이를 정리토록 하고 있다”며 “피해자가 입증하기가 어렵고 피해보전을 원만히 받도록 하기 위함인데, 이번 판결은 이와 반대로 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한편, 해당 판결과 관련한 논쟁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진 모습입니다. 국민의힘은 논평을 통해 “불법을 저질러도 되니 마음 놓고 파업하라고 멍석을 깔아준 것”이라며 “김명수 체제 대법원이 불법 파업을 조장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번 판결 주심 노정희 대법관은 진보 성향 모임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브리핑을 통해 “이제라도 정부 여당은 사법부 판단을 존중하라"며 "더 이상의 억지 주장과 궤변을 멈추고 합법 노조 활동 보장법 개정에 협조하라”고 지적했습니다. 정부여당과 야당은 이번 판결과 비슷한 성격의 ‘노란봉투법’ 도입을 놓고 다투고 있었는데, 해당 판결이 여기에 불을 지핀 모양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