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예측·공모청약에서 투자자 모집 잇따라 흥행 성공
수요예측 후 청약 철회했던 스팩들도 재도전 성공
대형스팩 하나금융25호 합병신청으로 투심 개선 평가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찬바람이 불었던 스팩(SPAC, 기업인수목적회사) 시장에 다시 온기가 돌고 있다.
지난 3월 스팩들은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상장을 줄줄이 포기해야 했지만 최근에는 수요예측과 공모청약에서 모두 무난한 성적표를 받고 증시 입성을 앞두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놓고 지난달 대형스팩인 하나금융25호 스팩이 대형스팩 사상 최초 합병상장 성공을 위해 2차전지 검사장비기업 피아이이와 합병심사 신청서를 내면서 스팩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심리가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3~14일 동시에 진행된 하이8호스팩, NH스팩29호, KB25호스팩의 공모청약은 모두 신청 미달에 따른 실권주 발생 없이 성공적으로 마감됐다.
청약경쟁률은 하이8호스팩은 125.39 대1, KB25호스팩이 117.06 대1, NH스팩29호는 18.31 대1 순이었다.
하이8호스팩, KB스팩25호, NH스팩29호 모두 이달 6~8일 진행된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 높은 경쟁률을 보이며 공모청약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하이8호스팩과 KB25호스팩은 각각 459.10 대1, 413.20 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NH스팩29호 역시 70.13 대1의 무난한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나스팩29호와 KB스팩24호도 수요예측을 마친 상태다. 하나스팩29호는 이달 12~13일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512.17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고 KB스팩24호는 13~14일 수요예측을 실시했다.
5종의 스팩 가운데 하이스팩8호와 KB스팩24호, NH스팩29호는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결과를 받고 공모를 한차례 철회했다가 재도전에 나선 스팩들이다.
하이스팩8호는 공모금액 120억원을 목표로 올해 4월 4~5일 이틀간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하지만 수요예측 이후 공모청약을 포기하는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이후 공모금액을 85억원으로 줄이고 이번에 재도전해 성공한 것이다.
KB스팩24호 역시 3월 7~8일 공모금액 400억원을 제시하며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공모청약을 포기하고 재도전할 시기를 기다려왔다. 이번에 재도전에 나서면서 공모금액을 320억원으로 축소했다.
NH스팩29호 역시 3월 21~22일 공모금액 255억원을 내걸고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이번에 공모금액을 그대로 유지하고 다시 도전해 상장을 앞두고 있다.
스팩들이 잇따라 상장까지 무난하게 이뤄내면서 올해 3월부터 4월까지 스팩시장에 불었던 한파는 사실상 사그라들었다는 평가다.
유안타스팩11호는 지난해 12월에 이어 올해 3월 상장에 재도전했지만 실패했고 지난달 상장한 키움스팩8호도 올해 3월 수요예측 이후 철회신고서를 제출하는 등 당시에는 스팩 상장이 쉽지 않았다.
증권가에서는 스팩 시장에 다시 온기가 돈 배경으로 지난달 대형스팩인 하나금융25호스팩이 피아이이와 합병상장에 나선 것을 꼽고 있다. 대형스팩이 합병상장에 도전하면서 스팩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선이 긍정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20일 상장한 하나금융25호스팩은 상장 당시 공모금액이 400억원에 달하는 대형스팩이다. 국내 증시에는 공모금액 200억원 이상의 대형스팩이 상장되어 왔지만 그동안 합병상장에 성공한 사례는 없었다.
하나금융25호스팩을 제외하고 상장 중인 대형스팩 가운데 합병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한 스팩은 없었다. 피아이이와 하나금융25호스팩이 12월 12일 합병 상장에 성공하게 되면 시가총액은 4880억원에 달할 예정이다.
증권사들도 스팩 공모청약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KB증권의 경우 KB제25호스팩의 공모청약 시간을 오전 8시부터 접수했다. 이는 통상 공모청약이 오전 10시부터 시작해왔던 것을 감안하면 2시간이나 이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