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 미분양 털기 위해 파격 조건 줄줄이
계약금 5% 캐시백에 30% 할인 분양 등장
잔금 50% 2년 후 납부 내세운 단지도
“공실로 놔두기보단 최소 마진으로 미분양 해소”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서울 오피스텔 분양시장에서 시행사들이 미분양 물량을 털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계약자에게 계약금 5%를 현금으로 돌려주는가 하면 30% 할인 분양, 잔금 50% 2년 후 납부 등 파격적인 조건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다만 정부의 규제 완화와 아파트 가격 하락으로 인해 오피스텔의 경쟁력이 떨어진 만큼 수요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건설이 서울시 마포구 노고산동에 공급한 ‘빌리브 디 에이블’에선 계약자에게 계약금의 5%를 전액 현금으로 돌려주는 캐시백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계약금 10% 중 1차 계약금 5%를 낸 이후 중도금 대출(60%)을 1회차 실행한 계약자를 대상으로 한다. 이미 분양받은 세대는 혜택을 받을 수 없고 신규 계약자 50세대 한정으로 진행된다. 여기에 2차 계약금 5%와 중도금 대출도 무이자로 지원한다. 계약자 입장에선 실질적으로 투입되는 자금이 없는 셈이다.

빌리브 디 에이블은 지난해 분양 6월 당시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촌역과 경의중앙선 서강대역 중간에 위치한 더블역세권 단지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고분양가 논란으로 전체 물량의 90% 이상이 미계약되는 등 대규모 미분양 사태를 피하지 못했다. 분양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주인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정이 어려운 만큼 공실로 남겨두기보단 최소한의 마진이라도 남겨 물량을 소화하려고 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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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캐시백 서비스로 계약 즉시 현금을 받은 계약자는 할인과 프리미엄(웃돈)을 동시에 보장 받는 것과 같은 효과를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은 분양가격 자체가 높기 때문에 자본금을 아끼기 위해 계약금도 대출받는 경우가 많다”며 “고금리로 인한 이자 부담을 덜어주며 계약자를 끌어모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서울 내 다른 단지에서도 앞다퉈 파격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 강서구 화곡동 ‘까치산역 SJ라벨라’는 30% 할인 분양 카드를 내놨다. 전용면적 35㎡ 기준 최초 분양가가 5억3000만원이었지만 3억1000만원까지 낮췄다. 기분양자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SJ라벨라는 지하철 2·5호선 까치산역 더블역세권에 위치했지만 준공 후에도 주인을 찾지 못하면서 현재 117가구 중 70% 이상 비어있는 상태다.

광진구 구의동 ‘구의역 에떼르넬 비욘드’는 1차 분양 끝내고 남은 물량을 소진하기 위해 할인은 물론 입주축하금 혜택, 10년간 임대 보장제도 등을 내놨다. 전용 25㎡ 기준 분양가는 당초 4억5000만원이었지만 기존 할인 입주축하금 1000만원이 더해지면서 7000만원 낮은 3억8000만원으로 내려왔다. 이 밖에 중랑구 상봉동 ‘상봉역 유보라 퍼스트리브’는 계약금 10%와 중도금 2%에 입주 시 38%만 내면 입주가 가능하고 나머지 50%는 2년 후 납부하면 된다.

한때 아파트 대체로 꼽히던 오피스텔이 수요자로부터 외면받는 건 올 초 부동산 규제가 완화된 데다 가격 하락세가 큰 아파트로 눈길을 돌리는 이들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해 오피스텔 평균 청약 경쟁률은 4 대 1로 최근 4년 중 가장 낮았다. 지난해엔 13.8 대 1까지 치솟기도 했다. 거래량도 뚝 끊겼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서울 오피스텔 거래량은 57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297건)에 비해 55.9% 줄었다.

업계에선 각종 프로모션에도 오피스텔 분양 시장의 찬바람이 지속될 것으로 봤다. 서진형 공동주택포럼 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이전에는 아파트값이 워낙 높은 데다 규제가 많아 오피스텔에 수요가 몰렸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아파트값이 하락한 데다 관련 규제도 많이 풀려 오피스텔의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 오피스텔도 대형 아파트와 같은 1가구로 분류되고 있어 점차 기피현상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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