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운용사 세 곳 넘게 본입찰 참여한듯
금융지주 투자 유치하면 대주주적격성 통과 유리
KDB생명, 수익성 양호···"투자할만 하다" 평가도

서울 용산 KDB생명 본사 / 사진=KDB생명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KDB생명 인수 본입찰에 예상을 깨고 다수의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참여해 경쟁이 치열한 분위기다. 업계에선 KDB생명을 품에 안는데 있어 관건은 금융지주를 펀드 투자자로 참여시키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는데 금융지주가 참여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까지 KDB생명 인수에 관심을 보인 곳은 파운틴헤드 프라이빗에쿼티(PE)와 WWG자산운용, 캑터스PE 등으로 전해진다.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경쟁을 하는 구도다. KDB생명의 주주인 산업은행과 칸서스자산운용은 지난달 말 KDB생명의 본입찰을 진행했다. 신속한 매각을 위하 예비입찰을 생략하고 바로 본입찰에 들어갔다. 

일각에선 금융지주도 KDB생명 본입찰에 참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직접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KDB생명은 당장 대규모 자금을 쏟아 부어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또 구조조정도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이런 부담스러운 작업을 금융지주가 감당하면서 KDB생명을 인수할 확률은 낮다는 설명이다. 

다만 금융지주가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설정한 펀드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KDB생명 인수에 참여할 가능성은 있다. 펀드 투자로 인수에 간접 참여하는 것은 금융지주 입장에선 KDB생명의 정상화 과정을 보고 추후 인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현재 금융지주 가운데 우리금융지주는 보험계열사가 없다. 하나금융지주도 보험 계열사 규모를 키워야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수전에 뛰어든 사모펀드가 금융지주를 끌어들이는 데 성공하면 KDB생명의 주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지주가 투자하면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비교적 수월하게 통과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보통 사모펀드들이 금융사를 인수하는 것을 탐탁치 않아한다. 사모펀드들은 빨리 기업 가치를 올리고 되팔아 이익을 얻는 것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지주가 투자자로 들어온다면 사모펀드가 빠져나간 이후가 어느 정도 보장되기에 당국이 긍정적으로 볼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파운틴헤드와 같이 신생 사모펀드 운용사 입장에선 ‘큰손’인 금융지주가 투자한다면 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란 평가다. 파운틴헤드는 신승현 전 MG손해보험 경영총괄 대표가 수장으로 있는 곳이다. 대표를 비롯해 구성원들 모두가 보험업 전문가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지주가 비은행 금융사 인수에 있어 사모펀드와 함께 뛰어든 사례는 제법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과거 아주캐피탈(현 우리금융캐피탈)의 최대주주였던 웰투시인베스트먼트가 설정한 펀드에 지분투자를 했다. 이후 우리금융은 아주캐피탈의 나머지 지분을 인수해 계열사로 편입했다. 또 펀드에 투자하지 않더라도 사모펀드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일부 지분을 인수해 주요주주가 되는 방법도 있다. 지난 2019년 MBK파트너스와 우리은행이 손을 잡고 롯데카드 인수에 성공한 바 있다.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다면 금융지주 입장에서 나쁘지 않은 투자라는 평가가 있다. KDB생명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자본건전성이다. 새 제도 아래서 자본건전성 지표(K-ICS·킥스)가 법정 기준치인 100%도 넘지 못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자본건전성이 대폭 개선되지 않는 이상 공격적인 영업을 하기 어렵고 배당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수익성은 괜찮은 상황이다. 올해 3월 말 기준 KDB생명의 보험계약마진(CSM)은 4727억원을 기록했다. 앞으로 몇 년 간 KDB생명이 적자에 빠질 가능성은 적다는 의미다. 대규모 자금이 투입돼 자본 문제만 해결되면 KDB생명은 꾸준히 배당을 할 수 있는 셈이다. 이를 통해 금융지주도 투자수익을 올리는 것이 가능해진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KDB생명을 인수한 곳은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야하기에 금융지주를 끌어들이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할 것"이라며 "다만 산업은행이 인수가를 높게 부르면 인수 자체가 성사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자료=KDB생명,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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