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9, 1억원 값어치 충분···고급 수입차 브랜드 못지 않는 성능 및 편의사양 탑재
대형 SUV임에도 날렵한 주행성능···반자율주행기능은 현존 최고 수준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기아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9’이 공개된 이후 대중들의 반응은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특히 가격이 공개된 이후 양측의 입장은 더 분명하게 갈렸다.
아직까지 전세계적으로 전기차 중 대형 SUV 선택지가 많지 않은 가운데 기아 EV9이 갈증을 해소해줄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기아 차를 1억원에 누가 사?”라는 반응이 동시에 터져나왔다.
결과는 사전계약에서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났다. EV9은 사전계약 8일만에 1만대를 넘기면서 역대급 관심을 받았다.
국산차로는 드문 1억원 이상 고가임에도 대형 전기 SUV 차종이 많지 않다는 점, 수입차 브랜드는 같은 차급 가격이 배가 넘는다는 점, 생각보다 잘 나온 디자인과 편의사양 등을 고려할 때 상품성이 충분하다는게 대중의 평가였던 셈이다.
기대만큼 차도 잘 뽑혔는지 직접 시승을 통해 확인했다.
지난 12일 경기도 하남에서 충남 부여까지 약 200㎞구간에서 EV9을 시승했다. 통상적인 미디어 시승행사보다 주행 거리가 길어 차량을 경험하기 충분했다.
외관 디자인의 경우 전반적으로 곡선보다는 직선을 강조했다. 전체적으로 굵은 선과 다부진 체격을 통해 대형 SUV만의 듬직함을 표현했다.
전면부는 ‘디지털 패턴 라이팅 그릴’과 ‘스몰 큐브 프로젝션 LED 헤드램프’, ‘스타맵 LED 주간주행등’ 등 깔끔한 차체 면과 다양한 조명으로 미래 지향적 느낌을 구현했다.
특히 기아 디자인의 상징인 ‘호랑이 코(타이거 노즈)’는 내연기관 때와 달리 전기차에 맞춰 디지털로 진화한 모습이다. 내연기관 때 호랑이 코 디자인이 그릴을 통해 이뤄졌다면 EV9은 좌우 디지털 라이팅 그릴로 형상화했다.
또한 전기차에서 그릴 디자인을 최소화하면서 마치 마스크를 쓴 것 같이 답답하다는 평가들이 많았는데, EV9은 라이팅 그릴을 통해 시각적으로 이 부분을 해소했다.
측면부는 정통 SUV를 지향하는 차체 비율로 대형 SUV의 웅장함을 전달하고, 직선으로 구현한 다각형과 부드러운 볼륨감이 느껴지는 차체 면과의 대비를 통해 단단함과 고급스러움을 동시에 담아냈다.
후면부는 ‘스타맵 LED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가 넓은 차폭을 강조하는 동시에 전면부와 통일감을 준다.
실내는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소재를 채택했음에도 불구하고, 고급차 느낌을 그대로 살렸다. 엠비언트 라이트와 파노라믹 와이드 디스플레이, 칼럼타입 전자식 변속 레버 등으로 미래차 감성을 표현했다.
넉넉한 실내공간은 EV9 최고 강점이다. EV9은 현대차그룹 전용 플랫폼 ‘E-GMP’를 탑재해 바닥이 평평하고 축간거리(휠베이스)가 길어 동승자들 편의성을 개선함은 물론 캠핑·레저용으로 활용하기에도 용이하다. 또한 곳곳에 수납 공간도 여럿 마련해둬 많은 사람들이 함께 타도 불편함이 없도록 했다.
주행성능은 대형 차급이라 믿기 힘들 정도로 민첩하고 날렵했다. 전기차 특성상 순간적으로 최대토크를 발휘할 수 있어, 큰 몸집에도 불구하고 폭발적인 가속력을 보여줬다. EV9은 스포츠모드도 지원하는데, 스포츠모드로 전환할 경우 가속 페달을 힘껏 밟지 않아도 차가 앞으로 치고 나갔다.
승차감의 경우 살짝 아쉬운 부분이 있다. 최근엔 대형 SUV에도 에어서스펜션이 적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EV9은 이 부분이 빠져 있어 승차감이 세단과 같은 안락한 수준은 아니다. 그렇다고 노면 충격이 그대로 오거나, 통통 튄다는 느낌은 아니고 기존 SUV의 단단한 느낌에 가깝다.
반자율주행기능의 경우 현존하는 차량 중 최고 수준이다. 통상 현재 반자율주행 기능은 직선구간이나 어느 정도 굴곡진 도로는 잘 인지하고 따라가지만 급커브에선 차선을 이탈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EV9은 고속도로 IC 구간 같이 차량이 회전해서 달리는 곳에서도 차선을 벗어나지 않고 그대로 따라갔다.
또다른 인상적인 부분은 마사지 시트다. 이날 시승행사는 3시간 넘게 이뤄졌는데, 운전 시간이 길어지자 자동으로 마사지 기능이 실행되면서 운전자 피로를 풀어줬다. 타 브랜드의 경우 마사지 시트가 있지만 강도가 세지 않아 별다른 느낌이 없었는데, EV9은 마사지 강도가 안마의자급과 비슷한 수준이라 확실히 체감이 됐다.
정숙성 부분은 고급 세단급까지는 아니다. 통상적인 도로 환경에선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으나, 거친 노면과 고속에선 풍절음과 노면소음이 어느 정도는 느껴졌다.
EV9은 1억원 상당의 고가이지만, 플래그십 대형 SUV라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납득할 만한 가격대다. 국산차라는 선입견을 벗고 1억원대 대형 전기 SUV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면 성능이나 편의사양, 상품성에서 다른 브랜드 대비 오히려 우위를 점하는 부분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