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규제 상당 부분 변협에 위임···무분별한 남용으로 플랫폼 업계 성장 저해 지적
최근 변호사 광고 규제 법령 명시 법안 발의···“시대적 방향 입법”vs“기본권 악영향”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대한변호사협회가 변호사 광고 규제 권한을 남용하면서 리걸테크 업계가 고통받고 있단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최근 변협에 위임된 변호사 광고 규제를 법령에 명시하는 법안이 발의돼 향후 논의과정이 주목된다. 시대적 흐름에 맞는 법안이라고 반기는 분위기와 법안의 의도가 의심된단 냉소적 반응이 엇갈린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행법상 변호사들은 업무 홍보에 필요한 사항을 매체를 이용해 광고할 수 있다. 다만, 거짓이나 비방, 과장광고는 할 수 없다. 그밖에 광고 방법 또는 내용이 변호사의 공공성이나 공정한 수임 질서를 해치거나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우려가 있는 것으로서 대한변호사협회가 정하는 광고는 금지된다. 

이를 근거로 변협은 변호사 광고를 실질적으로 제한할 수 있지만, 변호사 업계를 대변하는 이익단체인 변협이 규제 권한을 가진 것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변협이 광고 플랫폼 뿐 아니라 데이터와 AI 기반 형량예측서비스, 법률사건 견적 비교서비스 등 다양한 리걸테크 서비스를 규제 대상에 포함시켜 새로운 리걸테크 산업의 출현을 가로막는단 것이다.

또 변호사의 광고 제한 규정은 법률서비스에 대한 국민 접근성과 신뢰성에 큰 영향을 주는 부분이기에 법률로 명확히 규정해야 한단 지적이 나온다. 이에 최근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달초 금지하는 변호사 광고 유형을 변협 내부규정이 아닌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하는 변호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인터넷 매체 등을 변호사 광고 수단으로 추가해 명확히 하며 광고심사위원회의 구성 등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 규정하는 내용도 담았다.

/ 표=정승아 디자이너
/ 표=정승아 디자이너

이에 이해당사자인 변협이 아닌 정부 당국인 법무부가 광고 유형을 규율하면서 불필요한 규제로 리걸테크 산업이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줄일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날 국회도서관에서 유니콘팜 주최로 열린 ‘리걸테크 스타트업 발전방안’ 토론회에서 이 의원은 “시대의 흐름을 막을 수도 없고 막아서도 안된다. 기술변화가 이뤄지고 소비자 니즈가 변하면 변호사 업계, 변호사의 기능과 역할도 그에 맞춰서 변화해야 한다”며 “간단한 신청서는 벌써 AI가 초안을 만드는 시대가 도래했고, 더 확대될 것이다. 이런 시대적 흐름을 변호사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막으려고 한다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변협이 변호사 업역을 침범해 들어오는 여러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내부 규정으로 금지, 제한하는 일들이 있었고, 거기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단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위법 판단이 있었단 점을 거론한 이 의원은 “이해관계자인 변협이 아닌 공익의 대변자인 정부 법무부가 허용 범위를 정할 필요가 있단 취지에서 광고규정, 새로운 서비스 플랫폼에 대한 허용 기준을 시행령으로 정하자는 내용”이라며 “거대한 시대적 흐름인 리걸테크가 발전해 소비자 복리를 증진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리걸테크 업계에서는 변협이 아닌 정부가 광고 유형을 규율해 직역 갈등으로 인한 어려움을 줄여야 한다고 본다. 김본환 로톡 대표는 “(변협의) 변호사 광고 규정과 윤리 장전 등엔 광고 홍보 소개를 의뢰하거나 참여 또는 협조를 해선 안 된다고 돼 있는데 이 부분은 변호사법에 위배되고 있다. 법무부에서도 중개형 플랫폼과 광고형 플랫폼이 나뉘어서 정액제 광고형 방식으로 하는 광고형 플랫폼은 허용된다고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업체는 변협과 갈등 장기화로 경영사정이 악화하면서 최근 사옥을 매각하고 직원들을 구조조정하기도 했다.

구태언 리걸테크산업협의회 공동협의회장은 “디지털 변환시대에 법률데이터 주권도 중요하다. AI와 싸워야 할 시대, 오히려 플랫폼의 위기까지 말하는 시대에 사람과 사람 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어 안타깝다”며 “시대적 방향에 맞는 입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인 김광현 변호사는 “최근 리걸테크 관련 변호사법 개정안은 변호사 광고플랫폼과 이를 규율하는 변호사법 광고 조항이 주로 논의돼 왔다”며 “변협의 규제 권한을 강화하는 취지의 법률안과 약화하려는 취지의 법률안들이 동시에 제출돼 있어 견해 대립이 국회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온라인 플랫폼을 변호사 광고 매체로 명시적으로 허용할지 여부는 제반사정을 고려해 결정할 필요가 있다’란 취지의 중립적 견해를, 법원 또한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란 입장을 보인다. 

김 변호사는 “현재 리걸테크와 관련된 국회의 관심은 광고조항, 즉 큰 이슈가 됐던 사건에 국한된 측면이 있다”며 “향후 리걸테크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서는 국회와 산업계 직역단체 사이 소통이 계속적으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변협에선 법안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향후 입법 논의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채근직 대한변협 광고심사위원장은 “변호사, 의사, 성직자 등 프로페션에겐 국가공인자격 같은 엄격한 수련과정을 통해 업무에 관한 독점권을 주는 대신 상당한 윤리성을 요구한다. 그 윤리성에 비춰서 나오는 것이 자율성의 개념이다. (이러한 취지에서) 광고 관련 상당 부분을 변협에 위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변호사법 개정안 관련) 대통령령으로 하자는 것이 과연 순수한 목적인지 대단히 의심스럽다. 결국 법률플랫폼의 합법화를 내세우고 싶어하는 게 속마음으로 보인다”며 “법률 플랫폼이 기술 진보적인 것처럼 광고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른 변협 관계자는 “로톡은 스스로가 광고 플랫폼이라고 얘기는 하고 있지만, 사실상 중계가 이뤄지고 있고, 로톡을 통해 수임된 사건들이 사후 처리가 제대로 적정하게 안되는 케이스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국민 전체의 기본권 보장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헌재 결정과 관련 채 위원장은 “헌재에서 다룬 10여가지 사안 중 위헌 결정을 내린 것은 대단히 적은 부분이다”며 “헌재는 법률플랫폼에서 변호사 등의 단순 광고 홍보 소개하는 것까지 금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본 대신 법률플랫폼이 변호사 또는 소비자로부터 대가를, 법률 상담이나 사건 등을 소개해서 유인하기 위해 변호사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건 금지된다는 걸 명확히 했다”고 설명했다. 

13일 국회도서관에서 유니콘팜 주최로 리걸테크 스타트업 발전방향 토론회가 열렸다. / 사진=최성근 기자
13일 국회도서관에서 유니콘팜 주최로 리걸테크 스타트업 발전방향 토론회가 열렸다. / 사진=최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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