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생보사 해지환급금 14조원 육박···전년比 104.7%↑
작년 하반기부터 증가폭 지속 확대
“고금리·고물가 여파로 가계 부담 늘어···보험 해지율 상승”
수입보험료 줄고 환급금 증가···수익성 악화 우려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올해 1분기 생명보험사의 해지환급금이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고물가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보험료 납입에 어려움을 겪는 계약자들이 늘어난 결과로 분석된다. 자금 유출이 늘어나면서 생보사들의 수익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13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국내 생명보험사 22곳의 해지환급금은 13조933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6조8063억원)보다 104.7% 증가한 규모다.
해지환급금 증가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해지환급금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지난해 7월 7.9%에 불과했지만 ▲9월 23.3% ▲12월 67.7% 등으로 증가폭이 커지더니 3월에는 증가폭이 2배 이상으로 확대됐다.
보험사별로 살펴보면 삼성생명은 지난해 1분기 1조4762억원에서 116.4% 증가한 3조1950억원을 기록하며 생보사 중 해지환급금 지급 규모가 가장 컸다. 하나생명의 경우 1년새 480억원에서 1947억원으로 늘어나며 305.6%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보험료 미납으로 효력 상실이 발생할 경우 납입 보험료 중 일부를 되돌려주는 금액인 효력상실환급금도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1분기 효력상실환급금은 434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357억원에서 29.4% 증가했다.
이처럼 생보사들의 환급금 규모가 늘어나는 이유는 높은 물가와 고금리 상황이 길어지면서 가계경제 부담이 커진 탓으로 분석된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최후의 보루인 보험까지 해지한다는 것은 그만큼 자금난을 겪는 보험계약자들이 많다는 의미”라며 “고금리와 고물가 영향으로 가계부채가 늘어나면서 보험료를 더 이상 내기 어려운 가입자들이 늘었고 보험 해지율이 상승한 영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생보사들이 벌어들이는 보험료가 점점 줄어드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생보사들의 수입보험료는 2조6289억원으로 전년 동기(18조6727억원)의 14% 수준으로 급감했다.
수입은 줄어든 가운데 환급금 지출이 늘어나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그만큼 보험 영업을 통해 거둬들이는 수익이 감소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떨어지고 손해율이 높아질 우려가 크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환급금이 늘어나면 자금 이탈은 물론 고객까지 빠져나가는 거라 보험사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다”며 “보험 중도해약을 막기 위해 작년부터 보험료 납입유예나 보험계약대출 등의 제도를 홍보하고 있지만 해지율을 낮추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