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특유의 젊고 거친 느낌 있어···스팅어·모하비 같은 개성 있는 모델 역할 커
EV6 GT, 스팅어만큼 차별성 안 느껴져···EV9, 모하비만큼 골수팬 확보할지 미지수
이후에도 개성 있는 모델 나와야···브랜드 위상 높아진 상황에선 다른 결과 기대
[시사저널e=유주엽 기자] 기아의 선전이 눈에 띈다. 특히 디자인과 관련해 호평이 잇따른다. ‘디자인의 기아’란 말도 익숙하게 들린다. EV9 등 전기차와 관련해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최근엔 새로운 BMW, 벤틀리 등에서 근무한 외장 디자인 전문가도 영입했다. 기아의 디자인이 어디까지 발전할지 기대된다.
기아는 현대차가 갖지 못한 특유의 젊고 터프한 느낌이 있다. 어떻게 보면 현대차도 구축하지 못한 나름의 브랜드 정체성을 이미 보유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디자인은 중요하다. 다만 디자인이 전부라고 할 순 없다. 기아의 정체성이 확고해지는 덴 특정 모델의 역할이 컸다.
지금의 기아 정체성을 있게 한 덴 스팅어와 모하비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한다. 스포츠 세단의 젊은 감성과 오프로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거친 느낌이 현재 기아의 이미지와 맞아 떨어진다. 두 차종은 기아 내 판매량 꼴찌를 다투던 모델인데, 역설적이게도 골수팬을 끌어모으는 덴 일등 공신이 됐다.
문제는 이러한 모델이 당분간 없을 거 같다는 점이다. 스팅어는 이미 단종됐다. 단종 영상에선 EV6 GT가 스팅어 뒤를 잇는 것처럼 묘사됐지만, 뭔가 허전함이 남았다. EV6 GT의 성능이 더 뛰어날 순 있지만 기본적으로 EV6 파생 모델이라는 인식을 지울 수 없다. EV6와 외부 디자인을 공유해 EV6 GT만의 차별화된 개성을 온전히 느끼기 어렵다.
디젤차 퇴출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가까운 시일 내 모하비 단종도 예상된다. 그러나 후속 전기차 모델은 나중에서야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크기의 EV9이 나온 상황에서 곧바로 대형급 전기차가 또나올 가능성은 낮다. EV9이 세련된 외관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모하비만큼 골수 팬층을 끌어모을진 미지수다.
전기차 시대에 이르러서도 개성 있는 모델을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 기아의 젊고 터프한 이미지가 전기차 시대에서도 이어진다면 충분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보통 전기차 브랜드라고 하면 세련되고 깔끔한 이미지가 주로 소비된다. 이와 구별되는 거친 느낌이 살아난다면 기아의 흥행이 장기적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물론 개성이 뚜렷할수록 대중성은 줄어들 수 있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에게 개성 있는 차량을 개발하는 것은 부담이 된다. 다만 국내 자동차 시장 내 소비 경향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전보단 개성 있는 모델을 선보여도 판매되기 용이한 환경이 마련되고 있다.
최근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일본 브랜드를 앞서나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다양성에 있어선 확실히 부족한 모습이다. 토요타 86 등을 볼 때면 특유의 아날로그 감성과 브랜드 매력이 느껴진다. 기아도 스팅어, 모하비와 같은 개성 있는 모델을 계속해서 만들어 나가길 바란다. 특유의 젊고 거친 감각이 전기차 시대에도 이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