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 최고 지성···반도체 업무에 적용“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이끄는 경계현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장(사장)이 “내년부터 사내에서 업무에 챗GPT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의 활용을 허용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경 사장은 어제(9일) 서울 연세대에서 열린 ‘삼성 반도체의 꿈과 행복: 지속 가능한 미래’ 강연에서 “챗GPT를 써야 한다는 사람도 있고 금지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는데 나는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디지털전환(DX)에 챗GPT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날 강연에서 경 사장은 챗GPT에 대해 ‘최고의 지성’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6년 차 엔지니어가 60분 걸려 코드를 짰는데 챗GPT는 10분 만에 짜고 검증까지 한다”며 “지금 당장은 못하는데 내년부터는 어떤 방식으로든 (사내에서) 쓸 수 있게 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삼성전자는 챗GPT로 지난 4월 임직원의 내부 정보 유출 문제가 불거지자 사내 PC를 통해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를 사용하는 것을 일시적으로 금지했다. 삼성전자 DS부문은 현재 임직원 전용으로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네이버클라우드와 협력중이고 연내 출시하는 게 목표다. 출시될 경우 국내 기업용 AI 서비스의 최초 사례가 될 전망이다.
생성형 AI를 구동하는데 필요한 반도체 설계도 대비 중이다. 삼성전자 직원들을 미국으로 보내 반도체 설계 분야의 거장이라 불리는 짐 켈러 텐스토렌트 CEO와 같은 인물에게 교육 받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짐 켈러는 AMD에서 젠(Zen) 아키텍처를, 애플, 테슬라에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설계를 맡았다. 경 사장은 “전세계가 생성형 AI를 사용하면 이를 구동시킬 수 있는 반도체가 문제다”며 “삼성전자 내 직원들을 미국에 보내 짐 켈러와 같은 훌륭한 거장에게 교육받도록 할 것이다”고 했다.
경 사장은 파운드리 부문에서 고객 유치 전략도 공개했다. 그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는 호텔 산업에 비유할 수 있다”며 “좋은 호텔은 객실 점유율이 높은데 그러려면 방도 깨끗해야 하고 고객이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서비스도 갖춰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호텔이 지어지기도 전에 방을 예약하는 사람은 없다”며 “파운드리는 마치 호텔 사업처럼 캐파(생산능력)를 먼저 확보하고 고객을 유치해야 한다”고 비유했다. 또 “지금까지 삼성전자는 호텔 방도 부족하고, 고객들의 필요에 맞는 서비스도 부족했지만 좋은 방을 만드는 중이다”고 했다.
경 사장은 이날 ‘삼성 반도체의 꿈과 행복: 지속 가능한 미래’라는 주제로 1시간 30분가량 강연을 이어갔다. 지난달 4일 KAIST 강연에 이어서 두 번째로 직접 학생들을 찾아 나선 것이다. 이날 강의에는 600여명의 학생들이 참석했다. 삼성전자는 연세대, KAIST를 포함한 국내 대학 7곳에서 반도체 계약학과를 운영하는 등 반도체 인재 양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