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허제로 묶인 송파구, 강남구 집값 상승세 서울 평균값보다 가팔라

서울시가 이달 22일 지정 기한이 끝나는 강남구와 송파구의 삼성·청담·대치·잠실동에 대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1년 연장하기로 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토지거래허가제 폐지 촉구 현수막이 걸려있는 아파트 모습. / 사진=연합뉴스
서울시가 이달 22일 지정 기한이 끝나는 강남구와 송파구의 삼성·청담·대치·잠실동에 대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1년 연장하기로 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토지거래허가제 폐지 촉구 현수막이 걸려있는 아파트 모습.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서울시가 잠·삼·대·청이라 불리는 잠실동, 삼성동, 대치동, 청담동 등 4개 동의 토지거래허가 지정을 1년 더 연장하기로 하면서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시는 부동산 시장 과열을 방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임에도 근래 들어 집값이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어 재산권만 침해하는 꼴이라는 판단에서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8일 제 8차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국제교류복합지구 인근 4개 동 일대 총 14.4㎢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다시 지정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이달 22일 만료될 예정이었지만 이번 결정에 따라 효력은 내년 6월 22일까지 1년 더 연장된다. 2020년 6월 23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고 4년 연속 일정 규모의 부동산 거래를 위해서는 지자체장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서울 여타 지역에 비해 이들 지역의 거래는 지난 수년간 현저히 줄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의 주택을 구입 할 때에는 반드시 2년 이상 실거주해야 한다. 투기수요를 차단하기 위해 실거주 목적의 매매만 허용하는 만큼 임차인을 끼고 집을 매수하는 갭투자가 불가능해서다.

다만 일부 단지에서 근래 들어 높아진 가격에 거래가 성사되면서 나오면서 실효성 자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나온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잠실엘스는 올해 들어서만 43건의 매매계약이 체결됐고 거래가 늘면서 가격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잠실엘스 전용 84㎡는 최근 22억5000만원에 손바뀜이 이루어졌는데, 이는 1월 거래가격인 18억7000만원에 견주어보면 3억8000만원 높아진 값이다. 인근 리센츠 아파트 전용 84㎡도 지난달 27일 23억1500만원에 거래되며 올해 들어 신고가를 경신했다.

실제 서울 집값은 3주 연속 상승세다.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강남·송파구의 오름폭은 더욱 확대된 게 두드러진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5일 기준) 서울은 지난주에 이어 0.04% 오르며 3주 연속 상승했는데, 강남구(0.13→0.20%), 송파구(0.22→0.30%)으로 서울 전체 평균 상승폭 대비 훨씬 가파르다.

송파구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셋값 하락으로 보증금 마련이 어려운 집주인들이 토지거래허가제 탓에 집을 팔지 못해 곤란해하는 경우가 많다”며 “당초 목적인 집값도 못 잡고 재산권은 침해하니 무용지물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반발이 거세지면서 단체행동도 이어지고 있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강남병)은 최근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요구하는 삼성동·대치동 주민 5500여명 의견서와 서명서를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전달했다. 엘스와 리센츠 주민들은 최근 단지외벽에 ‘잠실은 서울시의 제물인가? 재산권 침해하는 토지거래허가제 즉각 해제하라’는 내용의 대형현수막을 내걸며 지정 해제를 촉구했다.

일각에서는 풍선효과로 집값이 뛰는 반포동은 놔둔 채 이들 지역만 4년 연속 거래를 위축시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나온다. 입주를 앞두고 있는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는 전용 84㎡ 분양권은 지난달 14일 39억2000만원에 실거래됐다. 시공사 삼성물산과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협상으로 추가분담금 증액 가능성도 높은데다, 조합 업무를 진두지휘 해 온 한형기 전 부조합장까지 직무정지를 겪는 등 내부 악재가 이어지고 있지만 역대 최고가 거래 기록을 세운 것이다.

전문가들은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와 관련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한꺼번에 허가지역을 모두 풀어버리면 자칫 가수요를 자극할 우려도 있긴 하다”며 “규제가 필요하다면 구역을 축소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