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혼합현실 하드웨어 ‘비전 프로’ 출시 화제
높은 연결성·확장성에 시장 메기 역할 전망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국내 증권가가 애플 혼합현실(MR) 헤드셋 신제품 수혜주로 카메라 모듈, 디스플레이,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는 기업 등을 꼽았다. 애플 MR은 지난 2014년 애플이 스마트워치 애플워치를 내놓은 지 9년 만에 등장한 새로운 하드웨어다. 다만 애플 신제품이 내년부터 생산되고 대중화가 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 국내 상장사의 수혜가 제한적일 수 있단 평가도 동시에 나온다.

지난 5일(현지 시간) 개막한 애플 세계개발자대회(WWDC)에서 가장 화제가 된 이슈는 MR 헤드셋 ‘비전 프로’(Vision Pro)였다. 애플은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어 MR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MR 시장 확대 가능성이 점쳐지는 까닭이다.  애플이 과거 아이폰을 시작으로 신규 제품군을 내놓을 때마다 관련 시장에 미친 파급력이 컸다는 점에서 이목이 쏠렸다.

◇ 애플도 신제품 출시로 가세···MR 시장 개화할까

국내 증권가는 애플 신제품이 패러다임 전환을 가속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관심을 보인다. 그동안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을 아우르는 MR 혹은 확장현실(XR) 시장은 4차산업과 메타버스 시대를 맞아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하드웨어 성능과 소프트웨어 부족 탓에 큰 호응을 이끌지 못했다.

박형우 SK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MR 기기 출시보다 중요한 것은 애플이 새로운 기기로 MR을 선택했다는 사실”이라며 “애플은 지난 20년간 전 세계의 애플리케이션(앱)과 플랫폼 트렌드를 주도해 왔다. AR·VR 시장의 성장 속도와 시장 판도를 주목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증권사들은 이번 신제품이 MR 시장의 메기가 될 수 있는 배경으로 연결성과 확장성을 꼽는다. 다올투자증권은 “기존 MR 제품과 유사하지만 기존 업체들이 구축하지 못한 진입장벽을 보유했다”며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연동 가능한 애플 생태계를 구축했고 자체 앱 개발자와 서드파티(제 3자) 개발자가 3000만명 이상인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애플의 새로운 하드웨어 출시에 따라 국내 증시에서 수혜주 찾기에도 관심이 모였다. 애플의 프로 비전 출시 이전에도 MR을 포함한 XR 시장의 성장성은 높은 것으로 평가돼 왔는데, 미국 시장조사업체 IDC는 XR 시장 규모는 지난해 138억달러(약 18조원)에서 연평균 32% 성장해 2026년 약 509억달러(약 66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 수혜 강도 약할 수 있단 의견도

신한금융투자는 애플의 신제품 출시와 맞물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광고 시장 전반의 고성장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중에서도 카메라 모듈 및 렌즈 관련 업체인 하이비전시스템과 나무가를 수혜주로 제시했다. 콘텐츠 관련 종목으로는 시각특수효과(VFX) 기술을 바탕으로 영상 제작을 하는 위지윅스튜디오와 리얼타임 콘텐츠 솔루션 업체인 자이언트스텝, XR 기반 실감형 콘텐츠 제작사인 엔피를 수혜주로 꼽았다.

메리츠증권도 MR 및 XR 기기에 카메라와 각종 센서의 대당 채택량이 스마트폰 대비 급증할 수 있단 측면에서 관련 기업의 수혜 강도가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메리츠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LG이노텍, 나무가, 뉴프렉스, 세코닉스, 라온텍 등에 대해 긍정적인 관점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자료=각사 보고서. / 표=김은실 디자이너.
자료=각사 보고서. / 표=김은실 디자이너.

삼성증권은 디스플레이와 카메라 업종이 수혜를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카메라 관련주로 애플 제품에 3D 센서와 통신기판을 공급하는 LG이노텍을 언급했다. 디스플레이와 관련해 이번 기기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공급하는 LG디스플레이, 마이크로OLED 추가 양산에 필요한 장비 업체인 선익시스템이 각광받을 수 있다고 봤다.  

다른 증권사들도 비슷한 종목을 수혜주로 평가했는데 이베스트투자증권은 XR 관련주로 LG이노텍, 나무가, 뉴프렉스, 하이비전시스템, LG디스플레이, 덕산네오룩스, 이녹스첨단소재, PI첨단소재, 선익시스템, APS 등을 꼽았다. SK증권도 관련주로 LG이노텍과 나무가, 세코닉스, 삼성전기, 파트론, 에스코넥, 뉴프렉스, 덕우전자, 인터플렉스 등이 있다고 소개했다. 

다만 대중화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 수혜 강도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국내 XR 관련주들이 수혜를 받기 위해 대중화 여부가 중요한데 배터리 용량을 비롯한 하드웨어의 한계성, 부족한 소프트웨어 수요, 아직은 높은 가격 등을 놓고 보면 시기상조란 생각”이라며 “애플 신제품이 관심을 높이는 데는 성공할 수 있지만 과거와 같은 돌풍을 일으키기엔 험난한 길이 예상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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