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신양회, 레미콘사 대상으로 7월부터 시멘트값 인상 예고
레미콘, 건설업계 반발에 정부도 가격 인상 적정성 여부 검토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쌍용C&E, 성신양회가 7월부터 시멘트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시멘트사 두 곳이 가격 인상을 확정하면 나머지 5개사(아세아시멘트·한일현대시멘트·삼표시멘트·한라시멘트)도 가격 인상에 나설 수 있다. 연쇄적으로 시멘트 가격이 상승하면 레미콘 파업과 공사 차질이 재현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4일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성신양회는 지난 2일 레미콘사를 대상으로 7월부터 1종 벌크시멘트 가격을 t당 12만원으로 상향 조정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기존 t당 10만5000원이었던 성신양회의 1종 벌크시멘트 가격이 14.3% 오르는 셈이다.
앞서 시멘트업계 1위인 쌍용C&E도 7월부터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쌍용C&E는 1종 벌크시멘트 가격을 t당 10만4800원에서 11만9600원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인상폭은 14.1%에 달한다.
시멘트업계에서는 쌍용C&E와 성신양회가 시멘트 가격 인상에 나서, 나머지 시멘트 기업들도 시멘트 가격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일단 한일·아세아·삼표시멘트 등은 “시멘트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우선 시멘트 가격 인상 배경에는 시멘트사의 실적 악화가 있다. 쌍용C&E는 올 1분기 연결기준 1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당기순손실은 258억원으로 적자폭이 커졌다. 성신양회 역시 올 1분기 영업손실 49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아울러 시멘트업계는 제조원가의 20%를 차지하는 전기요금 인상을 시멘트 가격 인상 이유로 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는 올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전기요금을 키로와트시(kWh)당 8원 인상하기로 했다. 시멘트업계의 제조원가 중 유연탄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전기요금인 만큼, 원가부담에 따라 시멘트 가격을 상향 조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같은 시멘트 가격 인상 조짐에 레미콘 및 건설업계는 반발하고 나섰다. 레미콘업계는 납품단가 연동제에 따라 시멘트 가격 인상분을 레미콘 단가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시멘트 가격이 인상되면 레미콘 업계가 다시 건설업계와 단가 협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건설업계는 전기료가 올라도 유연탄 가격이 전년 대비 50% 이상 떨어져 시멘트 가격 인상은 터무늬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까지 t당 7만5000원이었던 시멘트 7사의 평균 가격은 지난해 11월(10만5000원) 대비 40%가량 올랐다. 그러나 국내 시멘트사가 주로 수입하는 호주 뉴캐슬 고품질 유연탄 가격이 지난달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또 이번 시멘트값 인상이 건설 공사비, 분양가 상승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건설사들의 원가 부담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시멘트 회사들은 지난 2021년 6월부터 최근 2년간 벌써 네 번째 시멘트 가격을 인상했다. 2021년에는 5%가량 인상했으나 지난해는 2월과 9월 두 차례 가격을 올렸다. 당시 시멘트 가격 인상폭은 각각 18%, 14%에 달했다.
이로써 정부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는 지난주 회의를 열고 시멘트 가격 인상의 적정성 여부를 논의했다. 그러나 민간에 대한 직접적인 가격 통제는 어려워 과다 인상 여부 위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정부는 시멘트사와 레미콘, 건설사들 간 협의 실패시 동반성장위원회를 통해 갈등 조정에 나서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