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비앙 경쟁상대로 내놓은 제주용암수, 성과는 아직 미미
오리온, 중국 유통망 넓히기 나서···점유율 확보가 관건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오리온이 에비앙에 버금가는 프리미엄 생수에 도전한지 3년이 넘었다. 오리온은 ‘제주용암수’ 출시 당시 경쟁사와 달리 용암수로 원수를 사용해 미네랄이 풍부하다는 점을 내세웠다. 차별화 포인트로 시장을 공략했지만 아직까지 국내외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2019년 첫 제주용암수를 출시한 오리온은 당시 제주용암수 경쟁상대로 국내는 삼다수, 해외는 에비앙을 꼽았다. 제주용암수 출시에 앞서 허인철 오리온 부회장은 “현재 시중에 판매되는 먹는 샘물은 거의 대부분 지하수”라면서 제주용암수가 품질면에서 뛰어나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국내 생수 시장 점유율과 제주용암수 실적.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국내 생수 시장 점유율과 제주용암수 실적.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오리온 제주용암수는 좀처럼 시장에 안착하지 못하고 있다. 닐슨코리아는 국내 생수 시장 점유율 1위는 제주 삼다수(35.7%)로 집계됐다. 그 뒤로 아이시스(11.7%), 백산수(6.8%), 평창수(3.6%), 석수(3%) 등이 잇고 있다. 제주용암수 점유율은 1%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오리온은 국내 시장을 장악한 제주 삼다수를 따라 ‘제주’를 전면 내세워 지난 2016년 생수 제조사 제주용암수를 인수했다. 이후 오리온홀딩스는 제주용암수 설비 투자를 진행하고 용암해수에서 칼륨, 마그네슘 등 미네랄 추출 기술 개발에 집중한 끝에 2019년 11월 출시했다.

다만 제주용암수는 출시부터 순탄치 않았다. 제주용암수 국내 판매를 놓고 제주도와 여러 차례 갈등을 겪었다.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가 생산하는 삼다수와의 경쟁뿐 아니라 제품 판매 수익에 대한 사회공헌과 관련해서도 이견차가 있었다.

결국 제주도와 오리온은 사회공헌 등을 약속하는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사업 초기부터 잡음이 생긴 탓인지 제주용암수는 아직까지 시장 안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주용암수 수익도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오리온에 따르면 제주용암수는 국내 매출 성장률이 지난해 기준 43% 오르면서 성장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면 전체적으로 제주용암수는 출시 첫해인 2019년 영업손실 26억5872만원을, 지난해는 44억7972만원을 낸 것으로 기록됐다.

오리온 제주용암수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허인철 부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유재철 기자
2019년 오리온 제주용암수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허인철 부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유재철 기자

국내에서 오리온은 제주용암수를 최초 가격의 절반 수준으로 할인 판매하며 저가 전략을 내세웠지만 점유율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오리온은 2020년부터 중국법인을 통해 현지 판매를 시작했으나 이마저도 한계에 직면했다. 자제 유통망을 통해 판매했지만, 주요 소비자였던 현지 교민들이 국내로 들어오거나 중국인들의 수요가 미미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오리온이 주류를 유통·판매하는 ‘청동시영평시장관리유한공사’와 손을 잡았다. 청동시영평시장관리유한공사는 중국 내 칭따오맥주를 유통·판매하는 회사다. 제주용암수는 기존 경도 200mg/L와 경도 300mg/L 총 2종을 현지 제품명 ‘아이뤄구이 화산용암수(AI.GUORUI 火山熔岩水)’로 생산·공급할 계획이다. 제주용암수는 중국 내 판매 유통, 각종 스포츠와 연계한 마케팅 활동을 펼치는 동시에 칭따오맥주의 전국 유통망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90% 이상의 도시가 수질오염을 겪고 있다. 중국에서는 음용수는 구입해 마시는 것이라는 인식이 보편화돼있다. 이로써 오리온은 청동시영평시장관리유한공사를 통해 유통망을 넓혀 제주용암수의 판매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에 기대하고 있다.

오리온홀딩스 관계자는 “이번 수출 계약을 통한 중국 물 시장 진출로 제품 생산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음료 사업의 성장세가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미네랄이 풍부한 제주의 청정 수자원인 용암해수의 우수성을 중국에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오리온이 국내는 물론 중국에서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에 의문부호가 붙는다. 오리온은 중국법인을 통한 수출 대신 청동시영평시장관리유한공사를 통해 유통망을 넓히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아직 오리온 제주용암수는 중국에 수출되지 않아 중국의 쿠팡 격인 알리바바의 타오바오에도 ‘AI.GUORUI 火山熔岩水’ 제품이 검색되지 않고 있다. 또 중국에서도 이미 수년간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백세수, 농푸산첸 등 현지 브랜드들의 벽을 제주용암수가 뚫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해외 브랜드의 경우 중국 현지 브랜드보다 소폭 높게 가격이 책정돼 가격 경쟁력에서도 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중국 내 유통망을 확보해 올해 제품을 수출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국내는 매출 성장세가 좋은 만큼, 매출을 더 높이는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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